MB 이어 안상수도 뭉개기 성공?

가자서 작성일 10.03.26 19: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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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이어 안상수도 ‘뭉개기’ 성공?

 

 

 

 

[기자칼럼] 종교외압 의혹, 낯 뜨거운 ‘묵언수행’ newsdaybox_top.gif 2010년 03월 26일 (금) 11:43:24 미디어오늘 류정민 기자

 

 

정치권이 ‘언론 환경’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언론의 힘 때문이다. 정치적인 대형 악재도 대형 호재도 언론 하기 나름이다. 언론이 적당히 감춰주면 대형 악재도 해프닝이 되고, 작은 사건도 언론이 부풀리면 정권을 흔드는 악재가 된다.

 

특히 도덕성 문제와 관련해 언론은 ‘장난’을 친다. 길거리에서 휴지를 버려도 법을 어긴 행위이고, 살인을 해도 법을 어긴 행위이다. 행위의 경중은 하늘과 땅이지만 둘 다 법을 어긴 행위라고 뭉뚱그려 몰아갈 수도 있다. 극단적인 얘기일 수 있지만, 언론이 마음먹기에 따라 정국의 흐름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언론환경이 좋지 않았던 대표적인 정부는 참여정부이다. 참여정부 시절 언론은 칼날을 번뜩이며 비판 보도를 쏟아냈다. 모든 언론이 칼날을 세우는데 혼자 점잖은 척하기도 어렵다.

 

언론환경이 좋은 정부는 멀리 찾을 것 없이 이명박 정부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웬만한 사건사고는 언론의 날선 칼날을 피해갈 수 있다. 심지어 비판을 하는 이들에게 언론이 공격을 하는 사례도 있다. “왜 그런 의문을 제기하느냐”는 지적이다.

 

     ▲ 안상수(사진 아래) 한나라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언론은 웬만해서는 오버를 하지 않는다. 참여정부 때와는 정반대이다. 언론 다수가 적당히 눈을 감고 있는데 혼자 ‘바른 언론’ 흉내를 내봐야 역풍만 받기 마련이다. 역으로 입바른 소리를 하는 언론은 척박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할 수밖에 없다.

 

언론이 감시와 견제를 느슨하게 하면 권력은 오만과 독선이라는 독버섯을 키울 수밖에 없다. 웬만큼 잘못을 해도 반성보다는 일단 ‘뭉개기’ 작전을 펼치기 마련이다. “시간이 약이겠지요”라는 심정으로 일절 대응을 하지 않은 채 버티는 작전이다.

 

국민 분노가 부글부글 끓어도 언론 다수가 침묵하면 이 황당한 작전은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언론은 여론을 선도하는 능력도 있고, 여론의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능력도 있다. 권력이 언론의 이러한 기능을 적절히 활용하면 대형악재도 ‘해프닝’으로 만들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독도 발언’으로 정치적 어려움에 처했다. 국민일보가 미디어다음에 올린 기사에는 댓글 15만 개 이상이 달렸다. 정치 관련 기사로는 전무후무한 사건이다. 국민 분노는 폭발했지만, 방송을 중심으로 언론이 ‘침묵’으로 일관하자 상황은 서서히 달라졌다.

 

다른 굵직한 사건이 함께 터지면서 독도는 적어도 언론에는 단 한 줄도 실리지 않는 지나간 사건이 돼 버렸다. 발언의 진위를 둘러싼 의문은 여전하지만 언론 ‘침묵의 카르텔’과 청와대 ‘무대응 전략’이 맞물리면서 위기 국면을 벗어나는 모습이다. 

 

여권이 MB 독도 발언 의혹으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것도 잠시, 한나라당 원내대표인 안상수 의원의 종교외압 발언으로 속을 태웠다. 강남 대표 사찰인 봉은사 주지 교체에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개입했다는 의혹은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폭로했다.

 

 

     ▲ 한겨레 3월26일자 5면.   

 

안상수 원내대표는 지난해 11월13일 아침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 고흥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 김영국 조계종 불교문화재단 대외협력위원(고흥길 의원 전 보좌관)과 자리를 함께 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을 겨냥해 “강남 부자 절에 좌파 스님을 그대로 놔둬서야 되겠느냐”는 발언을 했다고

명진 스님이 폭로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명진 스님이 누구인지도 모른다고 주장했고 외압 발언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주장했지만, 자리를 주선했던 김영국 위원은 명진 스님 말은 모두 사실이라고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정치인생 최대의 위기 상황에 몰렸다. 야당은 안상수 원내대표의 사과를 요구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정계 은퇴를 요구했다. 종교장악 논란을 불러일으킨 안상수 원내대표 행동을 놓고 여권에서도 걱정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번 사건이 쟁점으로 부각된다면 지방선거를 앞둔 여권에 말 그대로 대형 악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일체 대응하지 않겠다”는 말로 버티기에 들어갔다. 야당에서 정계 은퇴를 요구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26일 한나라당 주요당직자 회의에 참석했지만, 봉은사의 봉자도 언급하지 않았다.

 

안상수 원내대표의 종교외압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불교단체 12곳은 기자회견을 통해 안상수 원내대표의 공직 사퇴를 요구했다. 이번 논란은 불교계와 불편한 관계였던 이명박 정부의 아킬레스건을 다시 건드리는 사건으로 번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언론이 안상수 원내대표의 뭉개기 전략에 동조하면서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안상수 원내대표 발언의 문제점과 불교계 반발을 적극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은 경향신문과 한겨레 정도이다.

다른 언론들은 아예 침묵하거나 보도를 해도 안상수 원내대표에게 유리한 방향을 중심으로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조계종 중앙종회가 “봉은사 직영 지정은 합법”이라고 주장했던 내용을 제목으로 뽑으며 보도하고 있다.

안상수 원내대표 버티기 전략은 언론 도움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민심의 도도한 흐름은 쉽게 변화하지 않지만, 한 번 흐름을 잡으면 웬만해서는 되돌릴 수 없다. 민심이 무서운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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