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택(76) 전 서울시교육감이 26일 구속돼 영등포구치소에 수감됐다. '교육 대통령'이라 불리는 서울시교육감 출신 인사가 구속된 것은 지난 1988년 사학 재단 비리에 연루된 최열곤 전 교육감 이후 22년 만이다.
서울시교육청 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 5부(부장검사 이성윤)는 이날 밤 시교육청 간부로부터 뇌물을 상납받고 교원 부정 승진을 지시한 혐의로 공 전 교육감을 구속했다. 서울서부지법 이우철 영장 전담 판사는 이날 영장 실질 심사를 마친 뒤 밤 10시 40분께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공 전 교육감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공 전 교육감은 서울시교육감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해 3~8월 당시 시교육청 평생교육국장이던 김모(60·구속 기소) 씨와 장학관 장모(59·구속 기소) 씨로부터 인사 청탁과 함께 5900만 원의 뇌물을 상납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수수)를 받고 있다.
또 2006년 8월과 2008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승진 대상이 아닌 교육 공무원을 장학관과 교장 등으로 부정 승진하도록 지시한 혐의(직권 남용)도 받고 있다.
공 전 교육감을 구속한 서울서부지검 형사 5부는 공 전 교육감이 측근을 통해 승진 희망자의 편의를 봐주고, 그 대가로 주기적으로 뒷돈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 추가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이밖에도 학교 공사 비리와 또 다른 차명 계좌의 존재 여부 등 다른 비리 혐의도 광범위하게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 서울시교육청 인사 비리에 관여한 혐의로 사전 구속 영장이 청구된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이 26일 오후 서울 서부지법에서 열린 영장 실질 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부축을 받으며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공정택 전 교육감은 이날 오후 3시 10분께부터 약 1시간 넘게 진행된 영장 실질 심사에서 이 같은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 전 교육감은 실질 심사를 받기 전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했고, '공정택의 가신'이라 불렸던 측근 간부들이 줄줄이 구속된 사태에 대해서는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짧게 대답했다.
앞서 그는 영장이 청구되던 23일 심장 질환 증세를 호소하며 병원에 입원했다가 이틀 뒤 치료를 이유로 한 차례 영장 실질 심사에 불참했으며, 이에 검찰이 강제로 신병을 확보키로 하자 이날 퇴원해 법정에 자진 출석했다.
지난 2008년 진보 진영의 주경복 후보를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권의 압도적인 지지로 누르고 최초의 민선 교육감으로 당선된 공정택 전 교육감은 불명예스러운 퇴진에 이어 인사 비리까지 겹치면서 이로써 '50년 교육 인생'에 큰 점을 남기게 됐다.
'교육계의 MB'라 불리며 현 정부의 교육 정책을 주도하던 공 전 교육감은 2008년 선거에서 차명 예금 4억여 원을 재산 신고에서 누락시킨 혐의로 대법원에서 벌금 150만 원을 확정 받아 지난해 10월 교육감직에서 물러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