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연 前해군작전사령관 인터뷰
① 北 소행이라면 누가 지시
김정일 허가없인 불가능한 작전
② 잠수함 탐지할수 없었나
수중음파 30%밖에 못잡는 한계
③ 어뢰 피할수 없었나
경계근무중이라 항해속도 느려
④ 함장-승조원 대처 적절했나
정전인데도 6분만에 보고…침착했다
⑤ 고속정은 왜 구조 못했나
구조장비 없고 뒤집어질 위험
⑥ 軍에 남은 과제는
바다는 모두 땅굴… 기습도발 대비를
천안함과 똑같은 구조의 초계함인 포항함 함장을 지냈으며 서해에서 5년간 근무한 적도 있는 윤연 전 해군 작전사령관. 윤 전 사령관은 “천안함 사건은 미국의 9·11테러에 비견되는 게릴라전”이라며 “해군력 증강과 시스템 정비로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영수 전문기자
천안함 함미가 물 밖으로 나온 15일 윤연 전 해군 작전사령관(62·중장 예편)을 만났다.
38년을 바다에서 보낸 윤 전 사령관은 천안함과 똑같은 구조의 초계함인 포항함 함장을 지냈으며 서해에서만 5년을 근무해 누구보다 서해를 잘 알고 있는 전문가. 기뢰를 부설하는 기뢰부설함 함장, 대잠수함 전대장(10여 척의 배를 한꺼번에 지휘)을 지냈으며 환태평양훈련(RIMPAC)부대 사령관을 지내 한미연합작전 경험도 있다. 해군본부 전투발전단장으로 적 전술도 연구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우리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없었던 초유의 사태”라며 “누구도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기 때문에 (군도) 초기대응이 다소 미흡했음을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는 말로 입을 뗐다.
“한마디로 9·11테러에 비견되는 게릴라전이다. 영해에 다른 나라 잠수함이 들어온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제법상 엄연한 불법이다. 남의 나라 영해로 잠수함이 들어가려면 사전 통보는 물론이고 물 위에 떠 있어야 한다. 이를 어기면 무력 격퇴할 수 있다. 또 현재 북한 잠수함 전력의 80%가 동해에 집중돼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동해는 수심(평균 1000∼1400m)도 깊고 연안이 가팔라 요원들이 육지로 올라가기 쉽다. 이에 비해 서해는 수심(평균 44m)도 얕고 완만해 잠수함이나 요원들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완전히 은밀하게 기습적으로 허를 찔린 것이다. 이번 사태가 주는 교훈은 우리가 게릴라전까지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왔으므로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 소행으로 보나.
“그렇게 생각한다.”
―왜인가.
“(북한은) 제1, 2연평해전 및 대청해전에서 대패했다. 수상(水上)전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그들도 안다. 그러니 바닷속에서 특수작전을 폈다고 본다.”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몇몇 특수요원만 아는 기밀작전으로 이뤄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뢰인가, 기뢰인가.
“어뢰일 가능성이 높다. 소령 시절에 기뢰를 부설하는 배의 함장을 했다. 기뢰는 부설 자체가 어렵다. 적 영해로 싣고 가서 부설하고 빠져나와야 하는데 동선이 노출될 확률이 높다. 수심이 얕은 서해는 기뢰를 부설하려면 상당히 오래 머물러 있어야 한다. 기뢰는커녕 어뢰 하나 쏘고 가기 바쁘다. 사고 지점도 백령도로부터 1.8km 떨어진 섬 근처다.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를 기뢰를 왜 금방 탄로 날 수 있는 섬 근처에 부설하겠나. 야간에 터졌다는 것도 유념해야 한다. 기뢰는 주야간 불문하고 터진다.”
―어뢰를 피할 수는 없었나.
“어뢰를 피하려면 어뢰가 오는 방향으로 뱃머리를 휙 돌려 고속으로 스쳐 지나가야 한다. 당시 천안함은 저속(6.3노트) 항해 중이어서 피할 틈이 없었을 것이다.”
이어 그는 “천안함 엔진은 디젤과 가스터빈 두 종류다. 위험 상황에서는 빨리 가기 위해 30노트 이상 고속으로 가는 가스터빈 엔진을 쓰지만 평상시 경계근무 때는 디젤(1∼19노트)을 쓴다. 사고 당시 속도는 어뢰를 발견했을 때 피할 수 있는 속도가 아니었다. 대잠수함 작전 시에는 통상 15노트 이상으로 항해해야 급하게 피할 수 있다. 천안함은 특별한 작전수행이 아니라 경계근무 중이었다”고 덧붙였다.
―천안함에도 잠수함 탐지장비가 있다고 들었는데 왜 몰랐을까.
“천안함은 북한에서 내려오는 물 위의 모든 고속 물체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물속은 한계가 있다. 지상전파는 100% 다 잡히지만 수중음파는 20∼30%밖에 안 잡힌다. 상대는 이미 천안함의 항로와 음파탐지 가능거리를 다 알고 있었을 것이다. 밤에 천안함이 탐지 불가능한 거리에서 공격한 것으로 보인다.”
―증거는 찾을 수 있나.
“역설적인 이야기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서해가 깊지 않다는 것이다. 동해라면 함미조차 어디에 있는지 몰라 인양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바닥 물체를 탐지하는 옹진함의 성능이 좋고 우리의 정보력이 뛰어나므로 증거는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북한 소행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답변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번 사건에서 얻은 교훈은 현대전의 양상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전쟁에서 발목 잡힌 것도 자살폭탄테러 같은 게릴라전 때문이다. 더구나 적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은 현재 종전이 아니라 휴전 상태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역시 끝나지 않은 해전이다. 바다는 보이지 않는 땅굴이라고 보면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적들이) 뭘 할지 모른다. 그동안 정규전만 생각했는데 앞으로는 비정규전 대응 능력을 키워야 한다. 서해에 맞는 맞춤형 전력 증강도 필요하다. 바다는 지역에 따라 제각각이다. 동해에서 잡히는 오징어가 서해 연평도에서 잡히는 시절이다. 대잠수함 작전을 수행하는 배를 늘리는 것은 물론이고 서해에 적합한 맞춤형 경비태세가 필요하다. 장비도 개선해야 한다.”
―최초 보고와 함장 및 승조원들의 조치는 적절했다고 보나.
“3월 26일 오후 9시 22분에 사고가 났고 6분 뒤 2함대에 보고됐는데 전원이 완전 차단되고 배가 심하게 기울어진 상황에서 그 정도라면 꽤 빠른 시간이다. 이런 상황에서라면 비상통신기도 무용지물이며 휴대전화 외에는 연락할 방법이 없다. 장병들은 의연하고 침착했다.”
―고속정은 왜 먼저 도착했으면서 구조를 못했나.
“고속정은 순간적으로 튀어나가 공격하는 공격용이다. 별도 인명구조장비가 없다. 파도가 2∼3m 치는 상황에서 기울어진 배에 접근하면 고속정도 뒤집힌다. 고속항해하면서 서치라이트를 비추고 해경 501함을 인도하며 임무수행을 잘했다.”
―함미 실종 위치를 어선이 먼저 발견했다고 해서 해군은 뭐 했느냐는 지적이 있었다.
“천안함이나 속초함 같은 대잠수함 함정은 바다 바닥에 있는 것을 탐지하는 장비가 없다. 잠수함이 바닥에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바닥까지 탐지하는 옵션을 넣을 수는 있지만 돈도 많이 들어가고 굳이 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바닥에 있는 고기를 잡는 어군(魚群)탐지기는 가능하다. 물론 옹진함처럼 기뢰 탐색이 목적인 배는 바다 바닥에 있는 것도 탐지한다.”
그는 “미군이 잠수함의 이동상황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내용을 한국군에 이야기해 주었을까”라고 묻자 “(이번 일은 모르지만) 내가 작전사령관일 때는 미군에서 정보를 제공받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윤 전 사령관은 “천안함이 침몰한 후 가장 먼저 구조를 하기 위해 달려온 해군이 바로 미군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일은 한미 간의 군사결속이 얼마나 강하고 또 중요한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벌써부터 문책인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군이 책임질 일은 져야겠지만 책임을 묻기에 앞서 전력 증강과 시스템 정비가 우선이라고 본다. 아무리 해군에 대해 많이 안다고 해도 배 한번 안 타보고 엔진실도 안 가보고 정책 결정하는 것은 감도 면에서 차이가 있다.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밑에 육군 외에 해군작전부장 정도는 둬야 한다고 본다. 또 백령도 현장에 해군참모총장이 가 있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청와대나 국회에 장관과 같이 가서 상황을 설명했었어야 옳았다.”
그는 “한국 해군은 상당히 바쁘다. 3면인 바다도 지켜야 하고 소말리아에 나가서 해적도 잡아야 한다. 1년에 반 이상 배를 타는 해군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전쟁 때나 있는 일이다”라며 “국방비 해군 예산(17.2%)을 20%까지는 끌어올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건 당일부터 지금까지 밤잠을 제대로 못 잤다는 그는 15일 인터뷰 도중 인양된 수병들의 프로필이 하나하나 TV로 나오자 끝내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위험물질인 탄약, 기름과 함께하면서 생활하는 군인은 해군밖에 없다. 이렇게 위험한 일을 하면서도 해군 중·상사의 경우 배를 타면 함정수당 월 21만5000원, 출동 나가면 하루 8000원 더 준다. 군인이 돈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처우가 아주 열악하다”며 “전쟁 중에 희생당한 것은 순직이 아니라 전사자다. 자녀들에게 안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차원에서라도 응당 전사 처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 동영상 = 합동조사단, “천안함 외부폭발 가능성”
윤연 전 사령관은
△1971년 해군사관학교 졸업(25기) △1971∼1974년 초계함 통신관(소위), 구축함 대잠관(대위)으로 함정 근무 △1977∼1978년 구축함 작전관(소령) △1978년 미국 유학 대잠수함 작전 과정 졸업 △1980∼1981년 기뢰부설함 함장(소령) △1986∼1987년 초계함 포항함 함장(중령) △1990∼1991년 호위함 함장(대령·서해 근무) △1997∼1998년 2전투전단장(준장·2함대 내 모든 전투함 지휘) △1998∼1999년 1함대 사령관(소장·동해 근무) △2003∼2004년 해군 사관학교장(중장) △2004∼2005년 해군 작전사령관(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