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클린룸은 정말 클린 했을까?

골든에이지 작성일 10.05.12 20:4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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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 사진 보기 [한겨레] [기획] 삼성전자 백혈병, 그 어두운 진실 ②

34명이 암에 걸려도, 삼성전자 “우린 관련없다”

“방진복은 칩 보호용…노동자는 화학약품 노출”

“누가 죽였어. 내 새끼. 누가 죽였어. 아이고. 아이고.”

 칠순을 넘긴 박사금씨의 통곡은 멈추지 않았다. 지난 3월 31일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 장례식장. 박씨의 손녀 박지연씨는 영정사진 속에서 곱게 웃고 있었다. 칠순 할머니는 그 모습이 더 서러웠다. 지연씨는 삼성전자 온양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2007년 9월 백혈병 판정을 받았다. 2년 6개월, 백혈병은 박씨의 가냘픈 몸을 갉아먹었다. 결국, 항암치료로 머리가 다 빠진 채 스물 세 살 젊음은 영정 속 한 떨기 꽃이 되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황상기(56)씨의 눈가에도 눈물이 맺혔다.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일하던 딸 황유미씨를 잃었던 3년 전의 기억이 스쳐갔다. 황씨는 박씨의 사망 소식을 듣자마자 속초에서 서울까지 한 걸음에 달려왔다. 박지연씨처럼, 황유미씨처럼 건강했던 ‘반도체 산업역군’들이 백혈병에 쓰러져 잇따라 숨을 거뒀다. 반도체 산업 노동자들의 건강문제를 지원해온 시민단체 ‘반올림’의 집계를 보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조혈계 암에 걸린 노동자가 34명이다. 이 가운데 벌써 13명이 세상을 떠났다.

 



영정 속 한 떨기 꽃으로…34명 조혈계 암, 벌써 13명 숨져 

 삼성전자는 “우리와 관련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어난 백혈병은 산업 재해로 볼 수 없다”고 결정했다. 근로복지공단이 ‘삼성 백혈병 환자들’을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은 이유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 결과다. 연구원은 2008년 12월 “삼성반도체 공장 조사 결과 백혈병을 유발할만한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며 “2007년까지 지난 10년간 전체 반도체 산업 종사자 22만 968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성의 경우 암 발병 비율이 1.31배 높을 뿐이어서 통계적 의미가 없고 남성은 오히려 일반인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백혈병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은 삼성전자와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불인정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반올림은 “삼성이 세팅해 놓은 상태에서 이뤄진 공장 역학조사가 정확할 수 없고, 반도체 산업 전체 종사자를 상대로 암발병률 통계를 낸 것은 제조공장만의 위험성을 희석시킨 결과”라고 반박했다. 노동자들의 암 발병이 집중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1,2,3라인만을 대상으로 통계를 내면 암 발병률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을 얻어 숨진 고 이숙영씨와 황유미씨는 같은 공장 같은 작업대에서 일했다. 20~30대 젊은층이 백혈병에 걸릴 확률은 4만분의 1이다. 한 공장에서 일했던 두 사람이 동시에 걸릴 확률은 그 제곱인 16억분의 1이다. 반올림과 유가족들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과 백혈병 사이의 연관관계를 확신하는 이유다.

반도체 공장과 백혈병의 연관성, 클린룸에 진실이? 

 도대체 그들은 어떤 환경에서 일을 했을까?

 백혈병 노동자들이 주로 일한 작업실, 즉 클린룸을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증언은 쏟아진다. 이곳에서 일했던 퇴직 노동자들과 엔지니어들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작업 환경이 매우 위험했다고 한결같이 증언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안전하다고 말하고 있는 쪽은 삼성전자 쪽과 산업안전공단뿐이다. 과연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클린 룸’은 정말 ‘클린’했을까?

 반도체 산업은 흔히 ‘굴뚝 없는 산업’이라 불린다. 환경오염 없는 깨끗한 산업이란 뜻이다. 텔레비전 카메라에 잡히는 반도체 공장은 늘 깨끗하게만 보인다. 하얀 방진복을 입고 일하는 노동자들은 첨단산업의 역군처럼 세련된 이미지다. 그러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1995년부터 2007년 초까지 11년간 일하다 퇴사한 노동자 정애정(34)씨는 “카메라가 반도체 공장 안의 냄새까지 전달하진 못한다”고 반박했다.

 정씨는 “처음 공장에 들어갔을 때 ‘텔레비전에서 봤던 방진복을 입고 내가 일하는구나’하고 신기하기만 했다”며 “그러나 공장 안에서는 텔레비전 화면에서 보이지 않던 화학 약품 냄새가 진동을 했다”고 증언했다.

 정씨는 11년간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5라인에서 생산직 노동자로 일했다. 그는 삼성 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 백혈병을 얻어 2005년 숨진 고 황민웅씨의 아내이기도 하다. <한겨레> 취재진과 만난 정씨는 삼성반도체 공장의 작업 환경에 대해 꽤 자세하게 털어놓았다. 

“카메라가 클린룸의 냄새까지 전달하진 못한다” 

  “화학물질을 한두 개 사용하는 게 아니에요. 어떤 걸 사용하는지도 몰라요. 보통 한 공정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만 3~4가지에요. 엔지니어들에게 물어보면 분자식도 복잡해요. 이게 어떻게 화학 반응을 하는지 아무도 몰라요. 발암 물질인지 연구된 것도 없지요. 가스(흄)가 나오면 방독면이 없으니 다 들이마시지요. 아무리 저농도로 마신다고 해도 오랫동안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위험한 것은 당연합니다.”

  그나마 정씨는 비교적 최신 설비가 갖춰진 5라인에서 일했기 때문에 백혈병 발병 노동자가 집중된 1,2,3라인보다 환경이 좋은 편이었다. 5라인에서는 대부분의 공정이 기계가 사람을 대신해 작업했지만, 1~3라인에서는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일했던 장기원(34·가명)씨도 1~3라인의 작업 환경과 관련해 비슷한 증언을 했다. 장씨는 1993년 입사해 기흥공장 1라인에서 생산직 노동자로 근무하다 1998년 퇴직했다. 공장 일을 시작하고 5년 만에 얻은 임파선암 때문이었다. 장씨는 “1라인 공장은 대부분 수동 설비라 거의 손으로 작업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공장에서는 황산과 암모니아 같은 가스 냄새가 진동을 했어요. 웨이퍼(반도체 재료)를 화학물질에 담그는 것만 로봇이 하고 나머지는 손으로 작업했어요. 8라인은 작업대마다 벽으로 차단되어 있는데 제가 일한 1라인은 다 오픈되어 있었어요. 여기저기서 나오는 무엇인지도 모르는 냄새를 다 들이마셨어요.”

숨진 황유미씨가 일했던 3라인이 가장 낡아 

 2003년 10월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 입사한 뒤 2005년 6월 백혈병 진단을 받은 고 황유미씨. 그는 어떤 환경에서 일했을까. 

 “저는 디퓨전(diffusion) 공정과 세척공정 등에서 일했어요. 화학물질이 여러 개 담긴 수조 앞에서 수동으로 웨이퍼 세척작업 등을 했어요.” (고 황유미씨 생전 증언)

  “3라인은 삼성에서 가장 오래된 라인인데 1년에 적어도 8~10번 낡은 배관이 터지는 사고가 있어 라인이 서기도 했어요. 이때 클린룸 안에 있던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화학물질 터져 나온 것을 고무장갑만 끼고 직접 닦았어요.” (고 황유미씨와 같이 근무한 동료의 증언, 근로복지공단 문답서)

죽음의 연기를 차단할 인터락마저 해제? 

 클린룸과 관련한 중요한 논쟁의 하나는 안전장비와 안전장치(인터락)가 위험한 작업환경으로부터 노동자들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었느냐는 것에 모인다.

 삼성전자는 “노동자들에게 지급된 안전 장구와 자체 안전장치(인터락)가 있어 노동자들이 위험에 노출됐을 가능성은 없다”고 해명해왔다. <한겨레> 취재진과 만난 노동자와 엔지니어들은 “방진복은 칩 보호용이었을 뿐 노동자 보호용은 아니었으며 생산량을 늘리려고 안전장치를 풀고 일한 적도 많았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1~3라인보다 상황이 좋았던 5라인에서 근무했던 정애정씨의 증언은 생생하다. “제가 일했을 때는 작업 결과에 따라 A,B,C,D 그룹으로 나뉘어 인사 고과를 평가받았어요. A 그룹은 월급받을 때 기본급의 100%에다 금일봉까지 얹어서 받았고, B 그룹은 기본급의 50%를 얹어줬어요. 그러니 각 조에서는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물불 안 가리고 일하게 돼요. 작업 속도를 늘리기 위해 인터락을 해제하고 일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인터락 해제, 엔지니어가 더 위험” 

 작업실 노동자뿐 아니라 인터락을 해제한 것과 관련해 엔지니어들의 주장도 일치한다. <한겨레>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설비 유지보수와 전체 공정관리 업무를 맡았던 김태원(가명) 전 삼성전자 과장의 증언을 확보했다. 김 전 과장은 1998년부터 7년여 간 엔지니어로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2003년 12월 희귀병인 베게너 육아종 진단을 받고, 장기간 치료를 받아오다 지난 4월 삼성전자를 퇴사했다.

 김 전 과장은 “생산량 경쟁을 시키기 때문에 작업 속도를 늦추는, 불필요한 인터락을 해제하고 일할 수밖에 없었다”며 “노동자들의 요구에 따라 안전에 치명적인 것을 제외하고 하루 평균 70~80건의 인터락을 해제해주었다”고 털어놨다.

 특히 그는 “기계가 오작동을 일으키면 작업을 중단하고 기계를 보수해야 하는 ‘유지관리보수’나 설비를 설치(셋업·set up)할 때는 안전과 직결되는 인터락을 해제하는데, 이 경우 엔지니어들이 위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터락이 해제되면 독성가스인 인화수소(phoshphine) 등이 누출돼 작업실 노동자가 아니라 엔지니어들에게 오히려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증언이다.

 김 전 과장은 작업실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방진복에 대해서도 “클린 룸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몸에서 미세물질들이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방진복과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일 뿐 노동자들이 가스(흄)을 들이마시는 것을 차단해주지는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전문의들 “정체불명 화학물질 백혈병 유발 가능성” 

 이처럼 “정체불명의 화학물질(흄)을 노동자들이 흡입했다”는 것이 노동자들의 백혈병 발병의 중요 단서가 될 수 있다. 황유미씨를 치료한 아주대학교병원 박아무개 교수(종양혈액내과)는 의사 소견서에서 “황씨의 백혈병은 장기간의 화학물질 노출이 그 발병에 일정 부분 기여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현주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산업의학 전문의)도 “노동자들이 낮은 수준의 전리 방사선과 에틸렌옥시드, 포름알데히드 등의 암 유발물질에 상당한 정도로 노출된 것이 백혈병 발병과 연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클린룸 견학은 삼성의 쇼” 

 논란이 확산하자 삼성전자는 지난달 15일 100여명의 기자들을 초청해 기흥 반도체 공장 5라인을 공개했다. 조수인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메모리 담당 사장이 직접 참석해 기자들에게 삼성반도체 공장의 ‘클린’ 상태를 해명했다. 조 사장은 이날 “반도체 사업장에는 유독 물질이 없으며, 방사선 노출 장치 등 시설 설비 면에서 백혈병과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공개한 5라인은 백혈병 노동자들이 일했던 1~3라인의 작업환경과 전혀 달랐다. 또, 1시간여 만에 모든 공정을 눈으로 둘러보는 ‘견학’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반올림과 유족들은 “삼성전자가 쇼를 한다”고 맹비난했다

 고 황민웅씨의 아내인 정애정씨는 이날 아침 서울시 서초동 삼성본관 앞으로 나와 삼성에 호소했다. “저도 들어가서 기자들과 함께 공장을 보게 해주세요. 제가 일했던 공장이 어떻게 변했는지 기자들에게 설명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현장에 나와 있던 삼성전자 관계자들은 “다음 기회에”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정씨는 분에 못 이겨 울음을 터뜨렸다.

 “역학조사” 약속은 언제쯤…‘제2의 박지연’ 나올라. 

 조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가족들이 지정하는 기관까지 포함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컨소시엄을 구성해 삼성반도체 공장 역학조사를 다시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지 구체적 일정과 계획에 대해선 발표는 없었다. 꽃다운 젊은이들이 죽은 원인을 밝혀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클린룸’은 여전히 1급 보안의 성역일 뿐이다. 그 안에서 ‘제2의 박지연·황유미’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화학가스를 마시며 죽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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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다음 사업을 친환경 사업으로 정했다는 뉴스를 본거 같은데

 

이런식으로 자사의 문제를 회피하려 하는 점은 실망이군요

 

한두명도 아니고 30명이 넘게 암에 걸렸고, 13명의 목숨이 사라졌는데됴

 

배짱으로 "우리문제 아닐세" 이러고 있으니...

 

글로벌 기업으로 크려면

 

이런것부터 제대로 처리해야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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