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일제 후작 된 왕족이지만 "작위 수여 만으로…"
조선의 왕족으로 일제에게서 후작의 작위를 받는 등 친일파로 활동한 이해승의 재산에 대한 국가귀속 결정을 취소하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작위 수여만으로 한일합병의 공이 있었다고 추단할 수 없다"고 판단해 논란이 일 전망이다.
서울고법 행정9부(재판장 박병대)는 27일 이씨의 손자가 경기도 포천 땅 등 2007년 환수 당시 시가로 300억원이 넘는 땅에 대
한 국가귀속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위원회)를 상대로 낸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해승이 한일합병에 기여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일제가 작위 수여 대상으로 선정한 조선 귀족
은 '한일합병의 공'이라는 유일한 기준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작위를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한일합병의 공이 있었다고 추
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일제가 수여한 작위를 거절하지 않고 받아 식민통치 협조 의사 표시로 인정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그에 대해 역사적·도덕적 비난을 가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적극적인 친일행위를 수반하지 않은
수작 자체만을 가지고 '한일합병의 공으로 작위를 받았다'고 하는 것은 통상적 의미를 넘는 해석"이라고 판단했다.
철종의 생부인 전계대원군의 5대손인 이해승은 한일합병 이후 1910년 10월 조선인 귀족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지위인 후작
의 작위를 받은 뒤 은사공채 16만8000원을 받았다. 위원회는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2007
년 이해승의 재산에 대해 국가 귀속을 결정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