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선 5기 단체장 출범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송영길 인천시장과 임기 마지막 날인 안상수 전 시장이 만나 따로 대화를 나눴다. 송 시장이 "인천시 부채가 왜 이렇게 급증했느냐"고 묻자 안 전 시장은 "부동산 경기가 계속 좋을 줄 알았다. 이럴 줄 예상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선거 기간 중 부채문제가 쟁점이 됐을 때 안 전 시장은 한사코 "문제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날 처음으로 부채 문제를 인정한 셈이다. 송 시장이 이어 "아시안게임을 위해 꼭 7만석짜리 주경기장을 새로 지어야 하느냐"고 묻자 안 전 시장은 "7만석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인천) 서구의 활성화를 위했던 것"이라고 답했다. 안 전 시장은 재임 중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7만석을 요구했기 때문에 경기장 신축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거짓말이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수천억 손실 영종하늘도시
14일 인천 중구 영종도 영종하늘도시 건설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굴착기를 이용해 토사를 덤프트럭에 싣고 있다.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참여한 영종하늘도시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38.9%가 계약을 해약하는 바람에 인천시 재정을 악화시키고 있다. 인천 | 김문석 기자
◇개발광풍이 만들어낸 10조 부채 = 인천시와 산하 공기업의 부채가 전임 시장 재임 중인 8년 동안 14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리스크(위험) 관리는 외면한 채 시가 직접 나서 방만한 개발 사업을 벌인 탓이다. 더욱이 2014년 열릴 예정인 아시안게임 경기장 건설과 도시철도 2호선 건설 사업비 등으로 수조원의 부채가 추가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시가 나섰던 각종 개발사업이 실패·좌초되면서 수입구조도 취약해져 심각한 재정난에 빠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천시는 안상수 전 시장이 취임했던 2002년 당시 시본청 부채는 6462억원에 불과했지만 올해 말 2조7526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14일 밝혔다. 특히 2003년 5월 설립된 인천도시개발공사의 부채가 올해 말 6조6424억원으로 시본청보다 2.4배나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나머지 공기업들의 부채까지 모두 합칠 경우 9조8047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인천시 예산은 올해 7조1076억원이며 도시개발공사 매출은 8913억원에 불과하다.
인천시 본청과 도시개발공사의 부채 규모는 안상수 전 시장 취임 당시 6462억원에서 올해 말 9조3950억원(추산치)으로 무려 14.5배나 늘어났다. 부채 규모가 급증한 시점은 2005년(64.3%)과 2006년(56.7%)이었다. 특히 도시개발공사의 경우 412.5%(2005년)와 82.6%(2006년)의 증가율을 보였다.
안 전 시장은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거정비구역을 119개나 추가 지정하고, 서구 가정5거리 재개발사업(루원시티), 151층 초고층 쌍둥이 빌딩 등 각종 대형 개발사업을 발표했다. 안 전 시장은 이 개발 바람을 타고 연임에 성공했지만 부채는 눈덩이처럼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