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3년간 매달 1만원 기부한 77세 차보석 할머니 사연에
靑제2부속실 등기로 발송 “누가 채워주나” 문제 제기에 쌀-과일 등 들고와 “죄송”
사고로 한쪽 팔을 잃고 혼자서 어렵게 살면서도 매달 1만 원씩을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위해 기부해온 차보석 할머니(77) 사연을 다룬 동아일보 보도를 보고 청와대가 격려 편지와 함께 손목시계를 선물로 보냈다.
할머니는 장애연금과 노령연금으로 월 20만8000원을 받고 있으며 이 중 매달 1만 원씩을 불우청소년들을 위해 3년째 기부하고 있었다.
▶본보 22일자 A27면 참조 한달 총수입 20만8000원… 3년째 매달 1만원 기부
29세 때 다니던 공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오른쪽 어깨 아래 팔 전체를 잃어 혼자서는 손목시계를 찰 수 없고, 평소에도 시계를 차지 않는 할머니에게 손목시계가 전달된 사연은 무엇일까.
30일 청와대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는 평소 격려할 만한 미담의 주인공들을 찾던 중 동아일보에 소개된 차 할머니 사연을 접했다.
청와대 제2부속실 관계자는 23일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할머니의 선행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김 여사의 격려 메시지와 함께 선물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할머니는 “내가 무슨 대단한 일을 했다고 이런 격려를 받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감사할 따름”이라며 기뻐했다.
그로부터 1주일 뒤 청와대는 등기우편으로 할머니가 혼자 살고 있는 서울 동작구 상도동 단칸방으로 격려 메시지와 함께 선물로 손목시계를 보낼 것이라고 기자에게 알려왔다.
할머니의 기부금을 관리해 온 CJ도너스캠프 측이 “할머니가 행여나 손목시계를 받고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 있다”며 청와대에 선물을 바꿔줄 것을 건의했지만 선물은 이미 발송된 뒤였다.
손목시계를 보낸 이유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청와대 마크가 그려진 손목시계를 좋아해 그렇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여사가 ‘시계를 보내라’고 구체적으로 선물 아이템을 정해주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제2부속실에서 일반 국민들에게 보내는 기념선물 중에는 손목시계 외에도 커피잔세트, 와인잔세트, 옻(漆)수저 세트, 지갑, 넥타이 등이 있다.
차 할머니에게는 ‘어색한’ 선물이 아니냐는 질문에 청와대 관계자는 30일 오전 “오른팔이 없다면 왼팔에라도 찰 수 있는 것 아니냐, 혼자 찰 수 없다면 누구라도 채워줄 사람이 주변에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좋은 뜻에서 보내는 선물인데 아예 안 보내는 것보다 낫지 않느냐.
이렇게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면 앞으로 축전과 기념품 보내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도 했다.
하지만 본보 취재로 ‘신중해진’ 청와대 측은 이날 오후에서야 급히 등기우편 발송을 취소하고, 담당자를 할머니 집으로 보내 쌀과 과일, 커피잔세트, 손목시계를 직접 전달하고 “사과 드리며 오해를 풀기 바란다”는 뜻을 전하도록 했다.
이날 청와대로부터 직접 선물을 받은 할머니는 “고맙지만 시계는 나 혼자서 차고 풀 수가 없어 좀 그렇다”며 “괜히 나 때문에 김윤옥 여사에게 걱정을 끼친 것 같아 미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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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걱정 마세요...
김윤옥 여사.. 기억도 아마 못하고있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