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북측이 제의한 고위급 군사회담 개최를 위해 다음달 11일 오전 판문점에서
실무회담을 갖자고 공식 제안했다.
이 실무회담이 성사되면 지난해 9월 30일 판문점에서 개최된 이후 4개월 만에 다시
남북의 군사회담 실무자들이 한자리에 앉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날 정부는 통일부
대변인을 통해 비핵화 문제를 논의할 남북당국간 회담 제안을 북측이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이제 공은 북한에게 넘겨졌다. 과연 우리 측 제의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정말 대화를 통해 남북문제를 풀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우리 측 제안을 거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그토록 강조했던 대화의지라는 것도 진심어린 것이라기보다는 빛좋은
개살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남북대화 재개 국면과 관련해 북한의 외무성 대변인이
"일방적인 전제조건을 내세우거나 여러 대화의 순서를 인위적으로 정하려는 주장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아마도 남북고위급군사회담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북측의 사과와
재발방지 등 책임있는 조치’를 의식한 발언인 듯하다.
그렇다면 지난 20일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명의로 “천안호 사건과 연평도 포격전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조선반도의 군사적 긴장상태를 해소할 때에 대하여”라는 의제로 남북고위급
군사회담을 제안한 저의가 무엇인가? 우리를 한 번 떠 보겠다는 속셈이었던 말인가?
그리고 비핵화 문제를 논의할 남북당국자 회담에서는 어떤 전제조건도 없었다.
다만 북한의 진정성있는 태도가 문제라고 했는데 이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또한 우리 사회 일부에 있는 친북, 진보세력들이 우리 정부에게만 부당한 조건을 내걸지 말고
남북대화에 임하라고 촉구하고 있는데, 그들에게도 묻고 싶다.
46명의 소중한 젊은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폭침사건과 우리의 영토에 수백발의 포탄을 퍼부어
인명을 살상하고 재산을 파괴한 행위를 모두 묻어두고 무조건 북한이 요구하는 대로 대화에
임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말이다. 그리고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한반도의 평화를 깨트린
장본인이 북한인만큼 이를 되돌릴 수 있는 것도 북한의 몫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