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4일 밤 10시 50분 경 한EU FTA 비준안을 단독으로 날치기 통과시켰다. 재석 169명, 찬성 163, 반대 1, 기권 5였다. 민주당은 전원 불참했고,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 야당은 반대 토론에 나선 후 대부분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노동당 이정희·강기갑 의원은 반대토론에서 "한·EU FTA 비준안이 통과되면 SSM 규제법은 무용지물이 되고 그 피해는 500만 중소 상인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고 반대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날 오후 8시 30분 경 의원총회를 각각 열었고, 한나라당은 강행 처리를, 민주당은 본회의 불참을 결정했다. 여야가 의총을 열고 있는 동안 민주노동당은 본회의장 의장석을 잠시 점거하기도 했으나 국회 경위들에 의해 끌려 내려와야 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우리의 반대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해산했다"고 말했다.
손학규 대표는 "우리의 요구는 한나라당에 대해 오늘 심의하지 말고 좀더 시간을 달라는 것이다. 원내수석 부대표에 따르면 의사일정을 공식적으로 합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의 입장이 이만큼 하루종일 보도됐고 입장이 밝혀진 마당에 한나라당이 그것도 못 참고 강행처리하는 것은 집권여당의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FTA를 날치기 통과시키고 있는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
이어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 등의 토론이 이어질 예정이었지만 김무성 원내대표는 '토론 종결 동의안'을 즉석에서 발의했고, 박희태 의장은 곧바로 표결을 실시했다. "더이상 토론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반대토론에 나섰던 강기갑 의원은 "1290페이지 짜리 방대한 조항을 16일 동안 검증했다. 이래도 졸속 검증이라고 안할 수 있나. 한EU FTA는 국내법과 동등한 효력으로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영향 미치는 것"이라며 "EU 국가들은 미용실 등 서비스업 자국민 보호법을 다 마련해 놓았는데 우리는 졸속 협상으로 충분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결국 한나라당은 재보선 참패 일주일만에 '날치기 통과'라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불과 16일간의 후속 대책 논의 끝에 졸속이라는 비판을 들으면서까지 밀어붙인 것이다.
"물리력을 동원한 법안 처리시 19대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던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도 난처하게 됐다. FTA 처리 과정 자체가 172석을 내세워 밀어붙인 형태여서 국민들의 비난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