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 박경철 이분......참..생각하는게 남다르시네요

가자서 작성일 11.05.20 14: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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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 박경철 이분......참..생각하는게 남다르시네요 [momomo69님 편집] 

 

인문고전을 왜 읽어야 하는지 이해가 되는 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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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청춘이었다. 그리고 고민했다. 세대가 변해도 이것은 변함없다.

 

<한겨레>가 청춘의 고민 해결을 위해 나선다. ‘청춘상담 앱’이다.

단군 이래 최대 스펙을 자랑하면서도 역사상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는 청년 세대의 고민은

과연 무엇일까? 해답은 없는 것일까?

같은 고민을 하면서 살아온, 그리고 지금은 사회 각 분야에서 ‘어른’이 된 이들을 멘토 삼아 길을 물어본다.

 

첫번째 멘토는 ‘시골의사’ 박경철. 각종 스케줄로 시간을 쪼개서 살아가는 그를 어렵게 불러냈다.

그는 ‘본받고 싶은 멘토’로 항상 순위권에 올라오는 인물이다. 인터뷰어로는 비정규직 노조 ‘청년유니온’

위원장 김영경, 대학생 투자동아리 ‘리치’ 회장 윤충렬, 떠오르는 대학생 논객 조윤호가 나섰다.

 

스마트폰 세대에게 ‘앱’은 솔루션이다. 내려받기 비용? 없다. 

 

결핍된 아이들과 불공정 한국경제

 

조윤호(이하 조) 칼럼니스트, 방송진행자, 의사 등 수많은 직함을 가지고 계십니다.

                         이런 것들을 병행하려면 힘들지 않으세요? 왜 그렇게 바쁘게 사시나요?

 

박경철(이하 박) 주어진 하루 시간은 누구나 똑같습니다. 제가 보기엔 하루종일 일하고 퇴근 뒤 접대에 

시달리는 회사원이나 낮에 공부하고 저녁에 ‘알바’ 뛰는 학생이 더 바빠 보이던데요.(웃음)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선택’하는 문제죠. 제가 선택한 것이니 힘들진 않습니다.

  

요즘 ‘편집샵’이라는 게 있잖아요. 온갖 브랜드의 제품을 파는 곳 말이에요.

하나의 브랜드만 집중적으로 파는 곳도 있지만, 저는 편집샵을 택한 겁니다.

 

김영경(이하 김) 요즘 강연이나 칼럼의 내용을 보면 청년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청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박 아이 때문입니다. 큰놈이 장애(뇌성마비)가 있어요. 아이가 커가는 것을 보면서 이 아이가 컸을 때

어떤 기회가 올 것인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장애가 있는 부모들의 심정은 다 똑같아요.

단 1초만이라도 자식보다 오래 살고 죽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 사회는 장애인들에게 독자적인 생존 자체가 허락되지 않는 곳입니다.

이런 문제의식이 있으니 자연스럽게 ‘다른 비장애인 아이들은 어떤가’라는 데에 관심이 쏠렸어요.

살펴보니,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습니다. 신체적 장애를 뛰어넘는 ‘스펙’이 존재하더라고요.

 

거기서 ‘결핍’된 아이들이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는 건 똑같았어요.

이러한 ‘줄 세우기’가 단지 선의에 의해서만 해결될 수는 없는 문제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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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충렬(이하 윤) 얼마 전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동결했습니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금리 인상을 예상했는데, 뒤엎는 결정이었습니다.

                          요즘 정부의 경제정책, 어떻게 보시나요?

 

박 단순히 금리동결 자체만 보지 말고 한 단계 앞선 고민이 필요할 거 같습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6.1%였습니다. 하지만 본질을 살펴보면 문제가 달라집니다.

수출 대기업들은 약 20~30% 성장했고, 중소기업은 약 2% 성장에 그쳤습니다.

 

서민 가계는 이보다 더 낮습니다. 이것이 평균이 돼서 6.1%가 된 겁니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는 곳은 다름 아닌 대기업입니다.

최고의 인재와 기술력,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내버려둬도 알아서 잘 살아나갈 수 있는 집단인 것이죠.

하지만 중소기업이나 서민 가계는 그렇지 않습니다. 어떤 곳을 지원하는 것이 맞을까요?

생산성이 떨어지고 생존력이 약한 곳을 지원해줘야 맞는 것 아닙니까? 금리동결은 분명 잘못됐습니다.

 

비정상적으로 낮은 금리가 7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한 고물가의 피해는 일반 서민들이 고스란히 받습니다.

대출 규모가 큰 대기업이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받은 부실 건설사를 살려주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만합니다.

가만둬도 서울대 갈 수 있는 아이에게 학교의 모든 자원을 끌어모아서 지원해주는 꼴입니다.

피해는 다른 학생들이 받는 거죠.

 

조 부산저축은행의 불법 인출 같은 도덕적 해이는 왜 일어날까요?

 

박 한국 사회에서 법과 제도가 잘못돼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재벌들 편법 증여가 법이 없어서 생기나요? 미국 금융시장이 한국보다 1000배쯤 큽니다.

감독기관이 이것을 어떻게 다 감시하겠습니까? 하지만 미국은 엄정한 법집행을 앞세워 금융기관을

감독합니다. 2001년 엔론 사태 때는 수사받던 벡스터 부회장이 중압감을 못 이겨 자살을 했습니다.

 

회계 부정을 한 제프리 스킬링 회장은 24년 형을 받았죠. 2009년 다단계 금융사기(폰지 사기)로 구속된 메이도프는 150년 형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그의 아들까지 자살을 했습니다.

우리나란 어떨까요? 끽해야 5년 살고 나올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금융사기를 무서워하겠습니까?

글로벌 스탠더드, 아메리칸 스탠더드 외치는데, 금융사기에 대한 처벌은 아프리카 소국 수준보다

못할 겁니다.

 

조 경제평론가로서 활동이 활발하신데요. 경제를 정식으로 공부한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을

    선생님이 하고 계시는 거 같습니다.

 

박 어떠한 집단에 소속된 사람은 그 집단의 이익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한국의 경제전문가들을 살펴볼까요. 아마 절반은 관료나 대기업 산하 경제연구소 소속일 겁니다.

이러한 분들은 칼 폴라니가 말한 ‘맥락화’라는 우산 속에 있을 수밖에 없어요.

 

한국 사회는 공산주의에 대한 미움이 사회주의까지 연결됩니다. 재벌의 문제를 지적하면 ‘반기업’을

주장하는 것이 되고 반자본주의, 즉 ‘빨갱이’로 몰립니다.

이러한 맥락화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제가 경제구조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한국 사회의 아이러니한 장면이죠.

 


청춘의 주식투자, 그리고 청년실업

 


김 얼마 전 서울에서 일어난 연쇄 사제폭탄 폭발사건 기사를 보니 붙잡힌 용의자가 파생상품으로 큰 빚을 진 개미투자자였습니다.

요즘 제 주위 남자들을 보면 당구나 게임 아니면 주식 얘기 한다고 할 정도로 청년들 사이에서

주식 붐이 불고 있습니다.

 

박 청년들은 주식이 아닌 ‘나’에게 투자해야 합니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가능성이 100%입니다.

살아가면서 점점 가능성이 줄어들죠. 그러니 자꾸 ‘지렛대 효과’가 큰 곳에 눈을 돌리게 돼 있습니다.

주식·도박 같은 곳에요. 곳곳을 보세요. 경마, 경정, 경륜, 세계 1위 파생상품시장 등 사방에

‘대박’ 천지입니다. 만약 공대생이 주식을 한다면 그건 미래를 포기한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될 가능성이 ‘제로’라는 소리예요.

금융가에서 성공하고 싶은 꿈이 있다면 도전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성에 대한 투자인지 가능성을 포기하고 하는 투자인지 곰곰이 생각해야 합니다.

기성세대가 부축하고 사회가 도와줘야 하는데, 절망에 몰린 청년들이 최악의 선택을 하고 있는 거 같아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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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불확실한 시대에 자신에게 투자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 거 같습니다.

 

박 세상의 어떤 일이든지 잘하지 못하면 재미가 없어요. 90분 내내 뛰어다니는 박지성, 2시간을 넘게 달리는 이봉주 선수를 보세요. 단순한 의무감으로 하면 못할 겁니다.

그건 재미가 있기 때문이에요. 처음부터 편한 일은 없습니다. 이를 악물고 하다 보면 재미가 붙는 거죠.

손톱이 다 빠져도 암벽을 올라갈 때 희열을 느끼는 등반가처럼 고통스럽더라도 포기하지 마세요.

 

이기주의로 흐르지 않냐고요? 천만의 말씀. 우주를 사랑하지 말고 먼저 ‘나’를 사랑하자는 얘기입니다. ‘나’를 사랑함으로써 가족을 사랑하게 되고 비로소 인류애가 생기는 겁니다. 자기와 끊임없이 연애하세요.

 

  

김 청년실업 문제가 ‘눈높이의 문제’라고 비난하는 의견이 있습니다. 중소기업에 가면 되지 않느냐면서요.

 

박 일면 맞습니다. 하지만 공자님 말씀이죠. 전 출산율의 문제를 빗대서 설명하고 싶습니다.

왜 선진국일수록 애를 안 낳을까요? 그 사회는 이미 성숙한 사회이기 때문에 미래 사회는

더 나아질 것이 없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개도국에서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은 지금보다 더 좋은 미래가 있을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지요.

중소기업 기피 현상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연봉이 적어서? 대기업보다 폼이 안 나서? 아닙니다.

그건 ‘미래’가 없기 때문입니다. 모든 국가의 자원과 혜택이 ‘대기업 키워주기’에 쏠리는데 중소기업의

미래가 어디 있겠습니까? 성장 가능성 없는 중소기업에 가라는 소리는 청년들 죽으라는 소리입니다.

 

조 자본과 국가에 ‘상생하라’는 식의 윤리적 지시를 하는 것은 어찌 보면 쉬운 거 같습니다. 하지만 청년들 입장에선 막상 구체적인 변혁운동을 하려고 해도 그 대상이 막연합니다.

 

박 적은 적을 압니다.(Enemy knows enemy.) 자본독재 시대에 정확한 적이 누군지 대중들이 구분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가 적을 이기기 위해선 우리가 적이 되면 됩니다. 자본주의자가 돼야 합니다.

단 ‘건강한 자본주의자’인 것이죠. 정부와 대기업은 ‘불건전한 자본주의’에 대해 스스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이 보면서 깜짝 놀랄 건전한 자본주의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존경할 만한 기업이 나와서 아낌없이 찬사를 받는다면 다른 대기업들도 스스로 콤플렉스를 느끼고

개선해 나갈 겁니다.

 

손잡고 투표하러 갑시다

 


김 청년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생활의 문제가 걸려 있습니다.

     편의점 알바 하는 청년이 최저임금을 보장해 달라고 하면서 본인이 잘리진 않을까 걱정하기도 하고,

     사장님도 힘들어 보인다며 발길을 돌리기도 합니다. 대기업이 무너지면 국가경제가 휘청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 청년도 있습니다.

 

박 앞서 말한 맥락화의 함정입니다. 여러분이 느끼는 고민과 문제는 주변부의 문제입니다.

주변부 고민 때문에 정작 핵심엔 접근도 못합니다. 편의점 점주 얘기를 해보죠. 진짜 문제는 불쌍한

점주가 아니라 점주를 불쌍하게 만든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정책입니다.

 

열심히 일해도 다 털리는 현재의 구조가 진짜 핵심인 거죠. 적벽대전에서 농사짓다 끌려와 비참하게

죽어간 군인들은 전쟁의 의미를 알기나 하겠습니까?

핵심부를 정면으로 돌파해 들어가야 합니다. 결과적으로는 자본구조의 문제입니다.

 

과거 청년들은 민주주의의 첨병이었습니다. 이른바 386세대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독재정권에 돌을 던졌습니다. 왜 지금의 청년들은 자본독재에 돌을 던지지 않습니까?

과거 ‘정치독재’가 화두였다면 지금은 ‘자본독재’가 화두입니다.

 

자본권력이 정치권력을 뛰어넘은 지 오래입니다. 대통령, 기껏해야 5년입니다. 이에 비해

‘회장님’ 권력은 어떤가요? 돌을 어떻게 던지냐고요? 대한민국 청년들 전부 손잡고 투표하러 가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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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얼마 전 트위터에 차기 대권 주자로 누가 나왔으면 좋겠느냐는 설문을 올리셨더라고요.

     위에 말씀하신 문제를 타개할 만한 정치인을 염두에 놓고 계시나요?

 

박 그런 종류의 설문을 자주 합니다. 안철수 박사가 압도적인 1위더군요. 2위가 누군지 아세요?

뽀로로였습니다.(웃음) 높은 순위에 개그맨 김제동씨도 있었어요.

시민들이 기존 질서에 혐오감이 있다는 것은 명백합니다. 저는 일반 시민들보다는 정치 리더들을

접촉할 기회가 많습니다. 하지만 기성의 리더십을 가진 분들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회의가 앞섭니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전부 자본의 질서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른바 ‘자본의 이너서클’ 안에서 의제를 설정합니다. ‘운동’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부족하고,

새로운 형태의 ‘무브먼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조 선생님처럼 자신의 의견을 논리정연하게 말하고 글로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박 이슈를 응시하십시오. 간과하지 말고. 차를 타고 가면 나무만 보입니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가면 꽃이 보이죠. 걸어가면 바닥의 벌레도 보입니다.

책을 얼마나 보았느냐보다 그 책을 보고 얼마나 많은 사색을 했느냐가 중요합니다.

좋은 글을 많이 보고 필사를 하십시오.

 

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청년들의 핵심 과제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꼭 주류의 삶은 아닌 거 같아요. 스스로 ‘마이너’의 삶을 선택해서 사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박 어떤 형태의 삶을 선택하는 건 자기의 몫입니다. 본인의 선택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 선택의 순간과 과정은 전부 본인의 통솔 아래 있어야 합니다.

안돼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자기합리화는 불행의 시작입니다. 우리 모두는 꿈이 있습니다.

그 꿈을 위해 도전해야 합니다. 꿈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했다면 그것을 존중하십시오.

그리고 서로 격려해 주십시오.

 


진행·정리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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