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모 씨가 아들 찾아 인천시에 충남 아산시 유*업까지 승용차를 몰고 달려왔다. 생전 처음 와 보는 동네, 더욱이 뉴스에서 경찰병력이 투입됐다는 위험천만한 곳에 만 17세 미성년자 아들이 용역경비업체 직원으로 있다니. 경악할 만한 일이었다.
김 씨는 소방서에 문의, 위치추적까지 해 아들이 유*업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들과 친한 동생과 연락이 닿아 유*업에 용역 직원으로 있는 것을 알았다. 27일 밤 8시 40분경 유*업에서 150미터 가량 떨어진 굴다리에서 만난 김 씨는 매우 흥분한 상태였다.
“방송에서 유*업 사태가 끝났다고 해 해결된 줄 알았다. 미성년자 내 아들 고용한 업체하고 회사 가만히 안 두겠다. 내가 이 밤에 애 찾으러 온 거 보면 모르겠냐. 어떻게 (미성년자를) 고용할 수가 있냐. 아들이 전화기가 꺼져 있어 아들 친구들이랑 통화 했는데 업체 형들이 안 내보내 준다고 했다.”
용역업체를 만나서 따지고, 아들을 데리러 정문으로 가기 전에 김 씨에게 심경을 물었더니 단 한마디 했다.
“(용역업체 만나면) 주먹으로 한 대 날리고 싶다”
김 씨가 고등학생 아들과 미성년자 아이들을 태우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미성년자 인 줄 모르고 고용? 어디다 대고 거짓말이야!”
용역 300명 투입... 나이도 모르고 지역도 다 달라
김 씨는 정문 앞에서 30분가량, 굴다리 앞에서 40여분 가량 용역과 실랑이 했다. 미성년자 고용이 문제가 되자, 아들을 데리고 온다는 용역업체 팀장이 유*업에서 10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평택터미널에 내려줬단다. 김 씨는 평택터미널로 왜 우리 아들을 빼돌렸냐며, 당장 아들을 데리고 오라고 소리질렀다.
용역업체 직원들은 계속 거짓말을 했다. 김 씨의 아들을 데려온다고 했지만, 평택터미널에 내려줬고, 일일 7만원의 일당을 줬다고 했지만 확인한 결과 나중에 계좌로 넣어준다며 지급하지 않았다. 아들이 콜렉트콜로 전화해 평택터미널로 데리러 오라고 해 일당조차 못 받은 걸 알았다.
또, 용역은 김 씨의 아들과 친구들이 어제(26일)부터 일하러 왔다고 주장했지만, <미디어충청>이 확인한 결과 3일전부터 유*업 공장안에 있었던 걸로 확인되었다.
용역업체 직원들이 김 씨의 아들이 자발적으로 일하러 왔다며 책임을 전가하고, 거짓말을 계속 하자 김 씨는 열 받았다.
“미성년자 인 줄 모르고 고용했다는 게 말이 되는가. 어디다 대고 거짓말이야!”
한참 시간이 지나고 용역업체 책임자(팀장)가 나왔지만, 그 역시 ‘모른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 팀장은 사건이 커지자 결국 김 씨에게 “어머니 죄송합니다”고 사과했지만, 김 씨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 팀장은 <미디어충청>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용역이 보강되어 안에 300명이 있다. 지역도 다 다르다. 갑자기 투입되어 미성년자 등을 확인할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팀장의 말도 계속 바뀌었다. 어제(26일) 미성년자를 확인해 집에 모두 돌려보냈다고 했다가, 대화 과정에서 다시 “오늘(27일) (집으로) 돌려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17세, “이렇게는 돈 안 번다. 다시는 안 온다”
27일 밤 유*업 현장에서 나온 미성년자는 모두 4명이었다.
어렵게 인터뷰에 응한 17세 박창수(가명) 고등학생은 첫 인터뷰에서 오히려 기자에게 “여기 왜 그런 거예요?”라고 물었다. 무엇 때문에 유*업 마크가 찍힌 옷을 입고, 공장 밖으로 쫓겨난 노동자들과 대치해야 하는 지, 왜 유*업 노사 관계가 파국을 맞았는지, 노동자와 경찰은 왜 싸우는 지 전혀 알지 못했다. 4명의 미성년자 모두 비슷했다.
박 씨는 3일 전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하는 친한 형들과 함께 이 곳에 왔다. 유*업 식당에서 밥 먹고, 휴게실에서 잠을 자며 용역경비 업체가 시키는 데로 했다. 학생에게 일당 7만원은 적은 돈이 아니었다. 박 씨는 유*업에 온 것을 후회했다.
“이렇게는 돈 안 번다. 다시는 안 온다. 집에 가면 공부할 거다”
미성년자에서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은 모두 '모르고' 왔다고 했다. 사실이든 거짓말이든,
27일 밤 미디어충청이 만난 용역경비들은 그 순간만큼은 유*업에 온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27일 금속노조 집회 당시, 노조 사무실 출입 보장을 요구하며 공장안으로 들어가려는 노동자들을 향해 용역 경비들이
소화기를 분사하고 있다. 이 젊은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소화기를 분사하고, 노동자들과 몸싸움을 했을까.
김 씨의 아들 최창민(가명) 학생도 후회하며 ‘다시는 안 온다’고 한 마디 했다.
미성년자 뿐만 아니라 20대 대학생 용역업체 직원도 유*업 상황을 전혀 몰랐고, 후회하는 듯 보였다. 이 학생은 미성년자 사건이 문제가 되자, 용역업체측에서 향후 문제가 되면 고소고발 및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용역업체와 유*업의 부당행위를 설명해주고, 다독여 준 건 유*업 노조 조합원들이었다.
결국 아들뿐만 아니라 4명의 미성년자를 모두 데리고 가야 한다며 기다린 김씨에 의해 이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용역들은 이 사건으로 인천지역에서 온 용역들이 모두 해고됐다고 전했다.
만 18세 미만, 경비지도사 및 경비원이 될 수 없다
경비업법 4장 10조에 의하면 ‘만 18세 미만인 자’는 경비지도사 및 경비원이 될 수 없다. 미성년자 채용은 불법인 것이다.
유*업(주) 아산공장 관리자는 <미디어충청>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몰랐다”고 했다가 "(미성년자는) 채용한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리고 다시 “상황을 확인해 봐야 겠지만, 미성년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가 “지금 시각 전화로 얘기하는 건 어려우니 내일 아침 전화하거나 기자 상대로 브리핑 할 때 물어보라”고 권유했다.
김 씨가 돌아가고 봉고차나 승용차에 용역업체 직원 7명이 더 실려나왔다. 이를 본 조합원들은 회사가 사태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미성년자를 밖으로 내 보내는 것이라고 봤다.
불법 논란중인 ‘공격적 직장폐쇄’에 용역 투입, 경찰병력 투입, 주간연속2교대제 노사 합의 위반... 도덕과 윤리가 사라진 곳, 500여명의 노동자를 공장밖으로 몰아내고 150명의 관리자로 밤낮 피스톤링을 만드는 데 여념이 없는 유*업은 앞으로 ‘불법’ 딱지를 몇 개나 더 붙이게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