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진수 전 감사위원이 부산저축은행 비리 연루 혐의로 29일 검찰에 소환되면서 여권이 초긴장 상태다. 정부·여당은 "철저한 조사" "국정조사 협조" 등의 원칙적 입장을 내놓았지만, 권력형 게이트 조짐을 보이는 이번 파문이 어디까지 미칠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야당은 은 전 감사위원 외에 청와대 등에 대한 '몸통론'을 제기하며 공세를 확대하고 있다.
은 전 감사위원으로부터 촉발된 파문은 벌써부터 여권 내부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은 전 감사위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끝'이 아닌 '시작'이 될 개연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실제 부산저축은행이 은 전 감사위원을 소개받고, 그를 통해 정치권 인맥을 확대하는 과정에 당·정·청 고위급 인사들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감사원장 출신인 김황식 국무총리는 지난 2월 "저축은행 감사 도중 오만 군데서 압력이 들어왔다. 사실상 여러 가지 청탁 내지 로비가 있었다"고 밝힌 터다. 그 연장선에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청와대 핵심 관계자, 영남권 정치인, 소망교회 인맥 등 '연루자 리스트'도 떠도는 상황이다.
야당의 공격 포인트도 은 전 감사위원의 배후 '몸통' 쪽으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청와대 핵심 실세와 장·차관, 공기업 사장 등 대통령 측근 실세들이 저축은행 사건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이 사건의 몸통이 누구인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선진당도 논평을 통해 "청와대 관계자와 소망교회 신도 로비설까지 불거지고 있다. 은진수 전 감사위원은 대어가 아니라 심부름꾼 피라미에 불과한 것이냐"며 "모든 로비 의혹을 철저히 파헤치기 위해 국정조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검찰 출신의 한 의원은 "수사가 어디까지 갈 것이냐가 관건인데 금품수수 행위의 대범성을 감안할 때 수사대상 정치인은 한 사람은 아닐 것 같다"고 우려했다. 수도권 한 초선 의원은 "돌아가는 그림만 보면 정부의 핵심 인사까지도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반한 민심을 되돌리기 위한 쇄신 분위기를 한 방에 보내버렸다"고 답답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