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mb의 '대북 황당쇼'에 당혹-당황
북한의 1일 남북 극비접촉 폭로는 자못 충격적이다. 특히 "'제발 북측에서 볼 때는 사과가 아니고 남측에서 볼 때는 사과처럼 보이는 절충안'이라도 만들어 세상에 내놓자고 하면서 우리 측에서 '제발 좀 양보해 달라'고 애걸했다"는 대목과, "'정상회담 개최를 빨리 추진시키자'고 하면서 돈봉투까지 거리낌없이 내놓고 유혹하려고 하다 망신을 당했다"는 대목은 그냥 넘어갈 대목이 아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노코멘트' 입장을 고수하고, 정부 공식창구인 통일부는 "우리의 진의를 왜곡한 일방적 주장으로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며 무대응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유령같은 '정부 당국자'를 앞세워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만약 과거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에서 북한이 이런 주장을 하고 정부가 이렇듯 소극적 대응을 했다면, 조중동이나 보수세력은 가만 있었을까. 아마도 신문을 도배하다시피 하면서 정권을 맹비난하며 '국정조사'까지 주장하고 나섰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조중동은 2일 이 초대형 뉴스를 1면톱으로도 안다루고 사이드로 처리했다. 사설을 쓰기는 했지만 곤혹감이 곳곳에서 읽혔다. '아마추어 정권'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그동안 정상회담을 하자고 매달려 온 쪽은 북이었다. 그러나 북은 이번 접촉에서 우리 정부가 6월 하순과 8월, 내년 3월 등 세 차례 일정까지 제시하면서 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한 걸 보고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과 관련해 남쪽 정부가 정상회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싶어한다고 판단하고 이를 역(逆)이용하려는 듯 칼자루를 거꾸로 쥐고 나선 느낌을 주고 있다"며 "2000년 총선 직전 발표된 1차 정상회담, 2007년 대선 직전 열린 2차 정상회담의 경험을 통해 북은 큰 선거를 앞둔 남쪽 정부의 심리를 꿰뚫고 있는 것"며 mb정부의 저자세 대북접촉을 내년 총선·대선용 '정략'으로 규정했다.
사설은 "이명박 정부는 이번 일을 통해 국내 정치적 계산을 뒤섞으면 오히려 그들의 장난에 놀아나게 될 위험이 있다는 걸 깊이 느껴야 마땅하다"고 mb정권을 힐난했다. 그러나 어디서도 천안함·연평도 사태에 대한 정부의 이중적 저자세나 돈봉투 문제 등은 거론하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북한 국방위원회가 남북 간 비밀협상 과정을 공개하고 나섰다"며 "한 국가의 최고권력기구라는 곳에서 밝힌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치졸한 표현과 궤변으로 가득 찬 내용들"이라고 북한을 맹비난하며 북한 폭로내용을 '궤변'으로 깔아뭉갰다.
사설은 이어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 가능성도 어느 때보다 커졌다. 정부의 각별한 주의와 경계가 필요한 상황이다. 남남 갈등이 증폭되는 일을 막기 위한 면밀한 노력도 있어야 한다"며 "국민도 북한의 일방적인 주장에 현혹되지 않고 북한의 저의(底意)를 파악해 신중하게 대처할 때"라며 국민들이 북한 주장을 믿지 말 것을 호소했다.
사설은 정부에 대해선 "이번 일로 정부는 대북 접근법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야 할 필요가 생겼다. 북한은 비밀협상마저도 파렴치하게 폭로하길 서슴지 않는 상황이다. 설익은 협상전략이나 부주의한 협상 자세로는 자칫 북측의 술수에 휘말릴 우려가 큰 것"이라며 "남북 간 협상의 필요성은 절실하지만 잘못된 협상은 차라리 없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정교한 대북접근을 주문하는 데 그쳤다.
<동아일보> 역시 이날 사설을 통해 "북한은 우리 정부가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천안함 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다가 ‘유감’으로 수위를 낮추며 매달렸다고 주장했다. 북한 대표에게 돈 봉투를 내놓았다는 주장도 했다. 정부는 그런 일은 없었으며 북한에 대해 시종일관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에 대한 높은 수준의 시인과 사과,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며 "사실이 그렇다면 정부는 좀 더 명쾌하게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남북 비밀접촉이 드러났는데도 몸을 사리면 쓸데없는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 해명 노력을 주문했다.
사설은 이어 "북한이 2차, 3차 ‘공개 공세’를 펼 수도 있다. 선전 공세가 먹혀들지 않으면 북한이 또다시 무력도발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정부는 북한의 다단계 획책에 대응하는 철저한 태세를 갖추고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진영 반응에서도 당혹감이 읽히기란 마찬가지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자신의 블로그에 "북한이 남북간 비밀접촉 내용을 폭로한 것은 이명박 정부를 흔들기 위한 공작인데, 뭔가 초조한 느낌을 준다. 남북간 비밀접촉을 이런 식으로 공개하면 앞으로 의미 있는 접촉은 불가능하다"고 북한을 비난하면서도, mb정권에 대해서도 "임기 만료가 다가오자 전례에 따라 대통령의 인기가 내려가고, 한나라당이 공황 상태에 빠지자 대통령 측근들이 또 민족문제를 갖고 장난을 치려는 듯하다. 이 대통령은 진실도 논리도 없는 김정일 초청으로 이미 자신의 무덤을 파기 위한 삽질을 시작한 것 같다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비난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이번 북측의 폭로는 함정에 빠지려는 이명박 대통령을 건져 낸 셈이다. 그가 믿는 하나님께 감사할 일"이라며 "이젠 제발 정신 차리고, *보다 못한 김정일과 만날 생각을 접고, 부산저축은행 수사나 엄정하게 함으로써 이 땅에서 '부패한 민주팔이들과 종북세력'을 척결하라!"고 촉구했다.
자유선진당 윤혜연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한심한 정부를 질타하자니 북한의 술수에 놀아나는 꼴이 된다. 음흉한 북한을 규탄하자니 북한에 속아 넘어간 정부가 밉살맞다"며 "분통 터지는 이번 폭로전은 신뢰를 상실한 mb정부가 자초한 일"이라고 탄식했다.
그는 "정부에 대한 실망감에 가슴 한구석이 뻥 뚫리는 듯하다. 나흘 후면 호국선열을 기리는 현충일이다. 어찌 호국선열을 차마 뵙겠는가?"라며 "mb정부는 임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오늘의 수모를 깊이 새겨두어야 한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