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잘 알고계시겠지만 다시 한 번 상기 시켜드리고자...
꼼수팀이 일찍 돌아간 것과
어제 경찰의 행동에 대한 전적으로 저 혼자만의
견해인 부분도 있습니다.
제목은 저렇지만 사실
어제 제가 시위에서 느낀 부분입니다.
요근래 촛불집회 자주 나가는데
점점.. 그들의 속내가 보이는 것 같아서요.
첫번째,
시민분들 더 나오셔야
합니다.
나꼼수팀 왔는데 정봉주 전의원, 김용민 교수 두분만 발언하고 끝났죠. 예정이었던 기습싸인회도 없었구요.
민노당에서
정당연설회로 자리 확보한 시청 광장 대여시간이 끝나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사람들이 5만 10만 모였다면?
이 많은
인파는 어쩔 수 없이 도로를 '자연스레'점거하게 될 테고
그대로 앉아만 있어도 경찰들은 '불법시위'니 뭐니 들이대지 못합니다.
그렇게
되면 나꼼수팀들이 맘놓고 싸인회도 할 수 있었겠죠.
그분들 바빴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이 부족해서 돌아간 것은 아닌가'는 전적으로 제
생각입니다..
헌법에 <시민에겐 모여서 의견을 표방할 자유가있다>가 있으니
도로교통법 <도로를 점거하여 차량의
소통을 저해>하는 행위는 인원이 많으면 자연스레 눌리는 거죠.
정봉주 의원님이 '다음주 수요일 나꼼수 콘서트 할테니 10만
모여달라'고 청한 것은
'더 많이 모여 불법시위 취급받지 말고 당당하게 반대의사 표명하자'로 들렸습니다.
(사족이지만 어제 정봉주
의원님께 '탈당해 탈당해'는 적절치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엔 웃자고 같이 외쳤는데 정의원님 입장에선 당혹스럽기도 했을 듯.
어쨌든
민주당을 제외하고 야당이 뭉친다는 건 조금 위험한 것 같아요.
오히려 정의원님 같은 분이 민주당에 소속돼서 훨씬
다행스럽습니다.)
두번째,
전의경의 과잉진압.
얼마전 명동에서도 물대포 맞은 1인입니다.
솔직히
멀찌감찌 뒤로 가면 물대포 맞을 일 없습니다. 근데 전 그게 안되더라고요.
사람들 물대포 맞고 쓰러지는데 가만히 못있겠더라고요. 일단은
나가서 같이 구호외쳤습니다.
근데 사실 어제는 일찌감치 돌아가려 했습니다.
FTA반대 집회, 직장동료 한분이랑 그 분 친구..
이렇게 셋이 다니는데
전 좀 열성적이고 두분은 물대포보고 무서워하시더라구요.
그분들도 명동에서 물대포 맞았습니다. 무섭죠. 우리 다
여잔데.
'설마 오늘도 물대포 쏘겠어?ㅎㅎ'하며 추운데 수고했으니 고기나 구워먹고 가자, 했습니다.
9시쯤 주최측에서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내일도 모레도 계속 나와주세요!'하고 해산했고
우린 대충 쓰레기 줍고 인파를 헤치며 나가려고 했습니다만 앞쪽이라 잘
못나가겠더라고요
그때 진행자분이 마이크로 '행진합시다! 행진할분들 뒤쪽(북쪽?)으로 모여주세요!'라고 했고
전 행진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날도 너무 춥고 같이 나온 두분도 추워하시고 여튼 그냥 돌아가기로 했죠.
그래서 우리 셋은 깃발들 모인 뒤쪽이 아닌 무대가
있던 앞쪽으로 갔습니다.
나가는중에 강기갑 의원님 만나서 막 악수하고ㅎㅎ 사진찍으려고 했는데 사람 너무 많아서 사진은..
여튼 그렇게
빠져나가려는데 이게 웬걸.
경찰들이 모든 골목을 이미 통제해놓은 상태여서 우린 아무데도 나갈 수 없었습니다.
당황한 사람들은 우왕좌왕
했고 이렇게 막으면 어떻게 집에가냐!등등 여기저기서 고함소리가 들렸습니다.
누군가 '지하도로 가십시오'했는데 우리도 지하도로
가려다...
당황한 사람들이 온통 지하도로 몰리는 걸 보고 저기로 갔다간 압사당하거나.. 꼼짝도 못하겠지 싶어
주변에 남아 상황이
진정되길 기다렸습니다.
주변에 던킨이 있었는데 그 안에 들어가 따뜻한거라도 마시려고 했죠.
사람들 많아서 줄이 좀 길었습니다.
근데 갑자기 밖에서 비명소리, 함성소리가 들렸습니다.
po살수차wer
너무 어이없었습니다. 집에 가려는 사람들 막아놓고 이게
뭐지?
명동에서처럼 머리위로 뿌리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사람을 조준사격 하고 있었습니다.
'사람 다쳐! 각도 올려 XXX들아!' 등
비난과 야유속에서도 그들은 무차별 물대포 계속 쏴댔구요
시민들은 당황+분노로 잔뜩 독이올랐습니다.
'이것은
불법시위입니다.해산하지 않으시면 공권력을 투입 강제해산 시키겠습니다. 해산하십시오'
라는... 갈 길 다 막아놓고 물뿌려대며 해산하라는
모순을 내뱉길래
또 울컥해서 챙겨왔던 우비 뒤집어쓰고 나갔습니다.
맨몸으로 물대포 맞는 분들 많았습니다.
얘기가
길어졌네요. 이렇게 길면 다들 잘 안읽을텐데..
어쨌든. 제가 생각한 이들의 과잉진압은
1) 겁주기. 우리가 평화시위 하려
해도 그들은 지금처럼 물대포 쏘며 진압할겁니다.
그럼 사람들이 열받고 격하게 충돌하는 부분도 있겠죠.
겁을 줘서 시위에 불참하게
한다. 제일 먼저 노리는 건 이것일테고
2) 도발. 집회 끝나자마자 무기도 없고, 구호도 제대로 외치지않고 행진도 명동때
처럼
길게 이어진 것도 아닌데 전의경은 기다렸단 듯이 모든 길목을 차단하고 시민들을 가뒀습니다.
과잉진압에 겁먹는 사람들이 있으면
저처럼 열받아 더 날뛰는 사람도 생기죠.
도발하는겁니다. 그러다보면 폭력시위로 변질 될 수도 있는거고 연행도 더 많이
되겠죠.
침착하면 되겠지만 가보신 분들은 알거에요. 전쟁터 같습니다.
억울하고 열받고, 그러면 안되지만 전의경 너무하고 또
너무합니다. 욕나올만큼 너무하게 느껴집니다.
이 추운 날씨에, 집에 가려는 나를, 갈 길 다 막아놓고 물대포?
어이없죠.
행진 참여하고 싶었습니다.
그들이 불법시위라고 물대포 쏘는 것, 22일 한나라당 비롯 날치기
현장에 쐈으면 얼마나 속이 후련할까
힘없는 시민은 그깟(이라고 해서 죄송합니다) 도로점거에 수천 전의경 투입, 살수차 서너대
동원하는데
조약을 날치기한 국회의원들 등따신곳에서 우릴 비웃을 생각하니 너무 열받았습니다.
이렇게 겁주기/도발 반복하면서 시위
참석하는 사람들 겁먹어서 안나오고
연행되어 안나오고 하다보면
시위 인원수 점점 줄고
가뜩이나 묻히는데 언론에선 더 흐지부지
묻힐거고
그러다보면 총선 다가오고 대선 다가오고, 망각하게 되고 잊혀지게 돼서
우리가 진정 원하는 건 결국 또 이루지 못하고, 허탈감
허무감에 다시 주저앉게 될 지도 모른다는
무서움.
그 무서움이 지금 이 글을 쓰게 합니다.
여러분.
제발 더 많이 나와 주세요.
우리 5만 10만 20만 모이면
월드컵 응원의 반만 모여도 물대포 안맞을 수 있어요.
인원이 너무
많아 자연스럽게 도로점거 하게되면
그들도 강제해산 못시킵니다.
"시민에겐 모여서 의견을 표방할 자유가 있어
모였는데
너무 많이 모여 어쩔 수 없이 '도로교통법'을 위반했네?
그치만 우린 헌법이 지켜주니까, 헌법이 도로교통법보다
상위법이니까
기왕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다. 도로 점거는 좀 미안해도 우린 여기 모여 반대 의견을 표방하자."
전 이런 완벽한
그림을 꿈꾸고 있습니다.
나꼼수 콘서트인 다음주 수요일..
나꼼수 4인방 너무 감사합니다. 인기있어줘서 너무
감사합니다.
봉도사님 말하신대로 10만명 이상 몰리면?
우리 편하게 도로점거 하며 나꼼수 공연 듣고 사인도 받아갈 수
있어요.
물론 그게 목적은 아니죠. 그렇지만... 잊어선 안됩니다. FTA가 국익을 높여주고
삼겹살, 체리, 자몽을 싸게 사먹을 수
있게 해 주더라도
의료민영화 잊으면 안되고 저작권법 잊으면 안되고 ISD 잊으면 안되고
무엇보다 날치기. 잊으면
안됩니다.
잊지말고 단 한분이라도 더 모입시다.
저 바로앞에서 이틀째 물대포 맞고 감기 안걸렸어요.
튼튼한 여성분들도 많이 나오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은 여의도/명동/대한문 집회
사진
물대포 쏘거나 행진하는 건 동영상밖에 없는데 어떻게 올리는 지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