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23일 긴급 소집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 A)
관계장관회의에서 "우리 농업이라고 세계 최고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산업화 초기 수출산업을 지원했듯 경쟁력 기반을 갖춰주면 덴마크 등
유럽보 다 못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언뜻 취지는 좋다. 농ㆍ축산 단체 간부들도 "그렇게만 된다면야 오죽 좋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곧바로 "대 통령이 현실을 몰라도 참 모른다"는 탄식이 뒤따랐다. "전체 농민의 절반 이상이 60세 이상에 1㏊ 이하를 경 작하는
고령ㆍ영세농 구조에서 수출은 1% 미만 극소 수 부농의 얘기다. 최소한 10년 이상 구조조정을 거쳐 야 가능할 텐데, 그 사이 대다수 농민들은
어쩌란 말 이냐."(이창한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우리 돼지를 수출하려면 덴마크 수준의 종돈 질과 저비용 분뇨처리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벌써 10년 넘게 투자 요구는 묵살당하고 있다. 정말 획기적인 투자가 있다면 모를까 수출은 비현실적인 얘기다."(이병모
대한양돈협회장)
실제 우리 농림수산식품 수출액(10월 말 현재 59억달러)은 전체 수출액(4,626억달러)의 1.3% 수준 으로
미미하다. 그나마 작년과 올해 수출량이 30% 가까이 늘었지만, 이는 대부분 한류에 힘입은 식 품(커피ㆍ음료 등) 수출 덕이다. 농림수산식품
분야 수출량 1위인 담배나 5위 인삼 등을 빼면 순수 한 의미의 농ㆍ어산 수출품은 10위 안에도 들지 못한다.
특히 농ㆍ축산물은
수출이 까다로운 품목이다. 갈수록 세계적인 농업보호 움직임이 강해져 수출수 요가 크게 늘기 어려운데다, 위생검역 같은 돌발 악재라도 생기면 판로
전환이 마땅치 않은 점을 감 안해야 한다. 수출로 돈 버는 농가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는 뜻이다.
더구나 농업은 안보 성격이 강한
산업이다. 당장 이익이 적더라도 만일을 대비해 최소한의 자급구 조는 갖춰야 한다. 수출 증대를 위한 구조조정이 자칫 쌀 같은 저수익 품목의
생산포기로 이어질 가 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비준 전에도 그랬듯, 대통령이 현실을 고려한 합리적 대책보다는 "어려움 은 맞서 이겨내면 된다"는
식의 립 서비스에만 매달리는 것 같아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