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늦게 일을 끝내고 돌아와서 하루 종일 기다리던 나꼼수를 내려 받아 들었습니다. 론스타와 외환은행.
몇 년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꼼수를 부려 인수한 다음 저는 몇 만원 안 되던 외환은행 예금을 인출하고 다시 거래하지 않았습니다. 뭐, 의도하진 않았지만 제
무의식 속에 무언가 있었겠지요. 론스타는 뭔가 구려라는……. 이번 론스타와 외환은행, 하나은행의 외환은행 인수 노력을 보면서 그저 저는
자본금이 1,875억(인터넷서 확인한 결과입니다. 사실과 조금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인 하나은행이 자본금이 6,100억인 외환은행을
인수하려한다는 사실이 우스웠지요. 저는 고작 주거래 은행인 하나은행 여직원에게 “당신네 자본 규모로 외환은행을 인수한다는데 뭔가 웃기지
않냐?”했더니 그 여직원도 제 말이 웃긴지 웃더라고요. 그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하나지주의 김승유 회장이 가카와 절친이라고 듣는
순간 아하! 뭔가가 제 뇌리를 사납게 쥐어뜯는 거였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그래서? 그런데? 현실에서 저는 힘없는
서민에 불과하고 가카의 그늘에서 그리 자유로운 신세가 아니라는 겁니다. 가진 것도 없고 빽도 없고-저 핸드백 싫어합니다;;- 인맥도 없고 아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이런 부조리한 현실을 지켜볼 인내심도 없고 말입니다. 없는 게 참 많네요.
아침에 눈을 뜰 때 쯤 저는
가끔 아주 가끔 조금 좋은 생각이 떠오르는데 말입니다. 오늘 아침이 그랬다고 믿고 싶습니다. “그래, 하나은행에서 나의 전
금융자산(ㅋㅋ)을 모두 인출하는 거야. 그리고 직원한테 이렇게 말하고 오자. ‘니네 회장이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하기 전까지 내 돈을 한 푼도
예금하지 않겠다.” 그러고선 시크하게 잔머리 휘날리며 은행점포문을 나서는 거야라고 말입니다.
부러운 거액 하나은행 예금자
여러분, 저와 같은 처지의 소액 예금자 여러분. 징벌적 매각에 1조 2천억 프리미엄(이 돈을 누구의 주머니에 꽂으려고 그러는 걸까요?)을
달아주는 희한한 대한민국 정부 말대로 외환은행 주식을 사야한다고 합시다. 그러면 총 3조 9천억원이랍니다. 외환은행은 이를 수용해서 내부
유보금으로 2조 4천억, 직원조달금으로 5천억을 마련할 수 있답니다. 나머지 1조는 국민주방식으로 조달하고 말입니다.(국민주 하면 인천공항
매각이 떠오를텐데, 그 국민주가 저질 꼼수의 종결이라면, 이 국민주는 외환은행을 국민의 품으로라는 알흠다운 고민의 소산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외환은행 탄탄한 은행이니 배당금 받는 재미도 쏠쏠할 겝니다.) 또한 외환 은행이 국민의 은행(국민은행이 아닙니다)으로 거듭난다면 5년간
무려 1조원의 학자금을 무이자로 대출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년간 25,000명의 대학생들이 그 혜택을 보는 거지요. 요즘 대학생들 정말
불쌍합니다. 그 부모님들은 말 하면 입도 아프지만 눈물납니다. 저 대학 다닌 때는 정말 지금 같지 않았습니다. 제가 돈만 있다면 학자금
대출이 아니라 장학재단이라도 만들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계층 상승의 동아줄은 학력, 학벌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젠 우리 같은 서민은
자식 대학보내기에도 허리가 끊어질 지경입니다. 아버지는 직장 끝나고 밤 늦게까지 대리운전을 해야하고 엄마는 애들 학교 보내고 마트
계산대에서 하루 종일 서 있어서 다리가 퉁퉁 부어야하고 말입니다. 개천에서 승천하는 용은 구경하기도 힘들고 말이지요.
그래서
우리 똑똑한 하나은행 예금자들은 하나은행이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하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외환은행이 올바른 국민의 은행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그래서 우리 서민들이 맘 고생없이 무시당하지 않고 대출받고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러려면 외환은행이
외환은행 주식을 매입할 수 있도록 기필코 도와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에게 저의 생각에 동의 하신다면, 저의 감정에
공감하신다면 함께 하자고 제안드립니다. 저는 점심을 먹고 집에서 가까운 하나은행에 가서 모든 예금(합해봐야 얼마 안됩니다. 부끄러워서 공개
안하겠습니다)을 인출하고 자동이체거래 중인 거 모두 해지하고 올랍니다. 아파트 관리비, 건강보험, 아름다운 재단 기부금. 인증샷이요?
무통장 거래라서 자동인출기의 거래 내역서 공개할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제가 이런 기특한 생각을 다 했을까요? 이건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18대 대통령을 가장 먼저 찜하신 치매남, 아름다운 영혼의 소유자, 위대한 저술가이자 정치인인 정봉주
의원의 거대한 깔때기 덕분이라는 걸 숨기고 싶지 않네요. 예금인출이 싫으시다면 하나은행 본사에 친히 전화를 걸어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하지
않으면 예금 인출하겠다고 협박이 아닌, 살짝 귀띔하는 센스를 발휘하는 것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