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도청수사, 디도스수사. 이목이 집중되는 최근 수사에 대해 수준이하 결론 내려놓고, 수사권달라고 앵앵대는 모습이 참말로 가관이로다. 이번 디도스 수사만해도 경찰은 수사역량이나 자질도 의지도 없는 무능한 수준임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현행 헌법과 형사소송법에서 검사를 수사주체로 둔 이유는 경찰권 비대화에 따른 폐해를 우리 역사가 이미 겪었기 때문에, 수사과정에서의 인권침해를 감독하는 치안판사의 기능을 검사로 하여금 부여하면서 검찰제도가 탄생한 것이다. 그러면 경찰은 대서민 인권침해 우려가 큰 수사에 대해 검찰의 지휘, 감독을 받는게 당연한 이치다.
다만 15만경찰에 비해 검사 인력이 턱도 없이 부족하다보니 현실적으로 사법경찰(형사)이 대다수범죄에 대해 수사의 주체처럼(검사지휘를 별도로 받지않고) 직접 수사를 해왔고 경찰은 이러한 현실을 법에 반영해달라고 하여 개정한 것이 이번 개정형소법의 취지다. 그리하여 개정형소법에는 경찰에 수사주체성을 명시해준 것이고, 검찰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모든 수사에서 검사의 지휘를 받도록 명문화한 것이다.
이번에 문제된 것은 그간 경찰내사가 실질적으로 감독이 되지 않아온 관행을 투명하게 바로잡아 사후에 자료를 남기도록 한 것인데, 경찰이 "수사주체성을 인정받았으니" 인권침해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사후감독조차 받지 않겠다는 것은 밥그릇 싸움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는 증거다. 내사라도 엄밀한 의미의 수사(체포, 구속, 압수수색 등)는 "모든 수사에 지휘"를 받도록 한 개정형소법 취지에도 부합하는 일 아닌가.
경찰은 검사비리 잡기위해 경찰에 수사권을 줘야한다는 일방의 논리를 주장하는데, 법리적으로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만일 이번 KBS도청수사나 디도스수사에서 경찰이 자질과 능력, 의지를 충분히 보여줬다면 아마 여론이 경찰에 유리했을 거라고 본다. 그러나 경찰은 전혀 그런 모습을 보이지 못했고 결국 권력에 눈치를 보는 무능한 권력의 충견임을 스스로 드러내 보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경찰들은 15만 세를 과시하며 수사권을 마치 밥그릇으로 생각하고 집단 투쟁을 벌이는 것은 경찰조직이 얼마나 위험하고 무식한 집단인지를 증빙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경찰은 15만 인력중 대다수가 <<치안, 정보, 보안, 외사, 경비, 경호, 교통>> 등 행정경찰로 구성되어 있고 실지 발로 뛰며 범인을 수사하는 사법경찰 인력은 15%남짓이다. 이 15%의 사법경찰이 수뇌부 행정경찰에 종속되어 있다는 것은 수사가 행정부로부터 간여를 받기 쉬운 구조라는 것이다.
경찰이 차후 일반 민생범죄(절도, 폭행 등)에 대해선 검찰지휘없이 독자적으로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 방향인 것은 맞다. 왜냐? 경찰은 치안유지와 수사를 기본으로 하는 기관이 맞기 때문이다. 검찰은 국가적 중요범죄에 대해서만 수사와 지휘권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기소와 공소유지에 전념하여 법률기관으로 자리잡는게 맞다. 왜냐? 검찰은 수사과정을 감독하고 공소권을 행사하는 치안판사를 대신하는 준사법기관이기 때문이다.
다만 경찰이 위에서 말한 수사권 독립을 하려면 먼저 경찰권을 분산시켜놓고 논의해야 한다.
(1) 지방자치경찰제도를 도입해 현행 중앙권력으로부터 영향을 받지않고 일선 경찰이 시도지사를 통해 직접적 주민통제를 받도록 해야 한다.
(2) 현재 경찰내 사법경찰은 행정경찰이 아닌 사법부의 지휘감독을 받고 교체임용요구권 역시 사법부에서 관장하여 수사라는 형사소송 절차를 일원적으로 사법부가 관장하도록 해야 한다.
(3) 경찰내 정치경찰화를 부추기는 경찰대를 폐지해야 한다. 쓸데없이 국비들여가며 사법고시 준비하는 국비학원을 둘 이유가 없다.
(4) 집회시위의 방패막이나 직원들 심부름꾼으로 전락한 전의경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경찰은 군 조직도 아닌데 유사시 대간첩 작전 수행과 치안 편의를 위해 전의경제도를 두고 있는데 이는 법률적 근거도 미약할 뿐 아니라 사상 유례가 없는 제도다. 집회시위는 일선 직원들이 직접 관리해야 하며 경찰이 군 조직까지 갖고 있는 것은 무척 위험한 발상이다. 집권층이 어떤 성향을 가졌느냐에 따라 경찰파쇼를 일으킬 우려가 무척 크다.
(5) 자치경찰제 도입을 전제로, 검사지휘 없이 독자적 판단으로 (민생범죄)수사를 할 수 있는 사법경찰관은 변호사 자격을 갖춘자로 하여금 하도록 해야한다. 반드시 변호사 자격을 갖춘이가 사법경찰관으로서 독자적 수사를 하도록 해야 한다. 변호사 자격이 없는 경찰대, 경간출신은 검사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
지금 경찰의 수준과 자질, 의지를 보면 이같은 수사권 독립의 길은 아주 한참 멀었다. 과연 경찰수뇌부가 위에서 열거한 수사권독립의 요건을 이행하고 싶어할지도 의문이지만, 이러한 구체적 경찰권 분산도 없이 단지 검사비리 잡겠다고 수사권을 요구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옹하는 것이다. 국민을 바보로 보지않는 이상..
검찰을 견제하기 위한 개혁방안은 이래야 한다. 우선 대검 중수부의 직접 수사기능은 최대한 제한하여 그 발동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 사회 거악의 부패수준을 볼 때 대검 중수부같은 곳은 반드시 존재할 필요는 있지만 검찰총장의 권한이 남용되지 못하도록 중수부 수사발동은 최대한 자제하고 그 요건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검사나 검찰수사관 비리문제는 공수처같은 별도의 기관을 두어 상호견제케하는 것이 좋은데, 문제는 공수처가 제2의 검찰이 될 수 있다는 문제다. 공수처에 너무 많은 권한을 줘버리면 사실 정권을 비호하는데 악용될 수 있으므로 검찰의 일선 지검과 상호 견제가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