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에서 하고 있는 드라마 중에 ‘빛과 그림자’란 것이 있다.
내용은 차치하고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요 기관의 벽 위로 박정희의 사진이 걸려 있고 오랜만에 ‘채홍사’란 용어가 등장하기도 하는 드라마다. 이 단어, 기억하시나?
채홍사 : 연산군 당시 전국의 미녀와 준마를 수집해 왕에게 진상하게 한 관리의 명칭. 짧게 줄여 왕 전용 포주. 박정희에게도 이런 업무를 하던 인원이 있었다.
독재정권이 국민에게 부여된 헌법적 권리를 유린하면서 ‘경제발전’이라는 미명하에 일부 특권층과 재벌들에게 특혜를 베풀거나, 맘에 들지 않는 기업이나 언론은 문닫게 만들거나 빼앗아버리는 일들이 버젓이 일어났음을 현재의 유권자들은 얼마나 기억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최근의 MBC 제작거부 사태나 부산일보 사태와 같은 일들이 버젓이 2012년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은, 결국 여전히 지금도 이 사회가 독재정권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함을 증명하는 것이다.
박정희 이후 전두환과 노태우에 이어 김영삼 정권에 이르기까지 권력은 여전히 일부 소수의 특권층에 부여되었고 그들의 경제적 부를 증가시키기 위해 더 많은 착취와 편법과 비리가 동원되어 왔다.
이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표면적으로는 많이 완화되었던 것처럼 국민들에게 착시효과를 불러일으켰지만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은 등한시했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 상황이 나아진 건 없었다.
박정희가 욕을 먹으면서도 여전히 적지 않은 국민들에게 ‘존경하는 인물’로 자리잡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원인과 배경이 있겠지만 그 중 핵심은 “탁월한 지도력으로 대한민국 경제를 살렸다!”는 것이다.
뭐 우리끼리야 코웃음을 칠 일이지만 여전히 그렇게 믿고 있는 국민들은, 특히 노년층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포진되어 있다.
그들은 “권력을 남용하고 민주화에 역행한 점은 인정하지만 그 시기는 화끈한 지도력으로 밀어붙여야 국민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는 거의 폐허인 상황 아니었나?”라고 반문하기도 한다.
그러나 가난했던 6,70년대 대한민국 경제를 살려낸 주역은 박정희와 일부 재벌들이 아니라 봉제공장에서 코피 쏟으며 일하던 우리들의 누이였고, 제대로 된 안전장치도 없는 현장에서 철야를 하던 우리들의 형과 삼촌들이였으며 아무런 연관도 없는 월남의 전장에서 목숨값으로 몇백불씩 부쳐오던 파병용사들이었다.
박정희가 망쳐놓은 경제구조가 전두환과 노태우를 거치면서 재벌들과 밀월관계를 유지하면서 온갖 통치자금과 노후대비용 비자금 축적의 수단으로 국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몫을 빼앗아 살림살이 거덜내기를 반복하였고 오만방자해진 정권의 비호 아래 재벌들의 탐욕은 끝간 데 없이 이어져 문어발식 기업확장에다 부동산투기가 겹쳐 거래은행들은 부실해지고 외환보유고까지 바닥나 결국 외환위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던 것이다.
그러니 박정희는 그냥 욕을 먹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를 망친 역사적 주범’이라는 사실에 대해 두고두고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책임이 바로 우리에게 있다.
만약 박정희 독재정권이 아닌 민주화정부가 구성되었더라면 장기적인 계획경제정책에 따라 사회불평등을 최소화하고 일부 재벌들이 아닌 중소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가능했을 것이고 좀 더 빨리 민주화가 사회저변으로 확산되었을 것이다.
닮았네 닮았어 닮았네 닮았네 닮았어~♬
박정희 이야기를 꺼내 놓은 이유는 ‘반MB’, 또는 ‘반MB전선’을 외쳐대는 입들의 뒤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박정희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기 때문이다.
혹시 대한민국 사회가 김대중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상당히 평등해졌다고 믿고 계신가?
이명박 정부 4년이 웃자란 민주화를 모두 거세해버렸다고 믿고 있는 것은 아닌가?
혹시 MB로 대변되는 수구이익집단의 정치권력을 교체하고 그들의 힘을 약화시키면 대한민국사회가 꽃피는 봄날이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계신가?
대단히 미안하지만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다.
정치공학적으로 쉽게 설명을 드리자면 이미 대한민국 사회는,
초헌법적인 재벌과 정치검찰, 만인 아니 만 명에게만 평등한 사법부에 포위되어 있으며,
월가를 중심으로 한 투기자본세력들이 먹고 튀기 너무도 용이한 경제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으며,
외국계 금융자본은 언제나 노동자들의 고혈을 쥐어 짜서 단기성 이익 확대와 주주배당이익의 극대화에만 혈안이 되어 있으며,
성인 인구 중 90%가 고등교육 이상을 받아 전 세계에서 사례를 찾기 힘든 집중교육으로 배출된 엘리트들이 넘쳐나지만, 그들 대다수가 전혀 창의적이지도 않거니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해 볼만한 영역이 제공될 수도 없는,
구조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대다수 아이들은 하루에 열두 시간 이상을 의미없는 서열식 경쟁체제에 찌들어 혹사당하며 시험기계로 전락한지 오래 되었고 결국 초중고, 대학을 합쳐 연간 자살 학생의 수가 500명을 넘고 있다.
노동자들은 여전히 산업현장에서 1년에 3천 명 이상이 죽어가고 있고, 인구 10만 명 당 1천 명 이상이 우울증을 호소하며 실제 한 해 5천 명 가까이 우울증 등으로 자살하는 대표적인 우울증국가가 되었고 이는 점점 증가 추세에 있다.
2006년 자료인데, 현재도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 OECD 국가중 1위다.
한국통신에서 민영화된 이후로 악질기업의 대명사처럼 되어버린 KT. 얼마 전 이른바 ‘퇴출대상자 관리프로그램’이라는 것이 KT 내부고발을 통한 근거자료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KT는, 본사의 지침과는 관련이 없는 것처럼 발뺌을 하다가 최근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받으면서 ‘명단을 만들고 관리했음을 시인’하는 일이 있었다.
그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내용을 일부 소개하면 “대상자를 빨리 퇴사로 유도하기 위해 같이 술을 먹고 음주운전을 하도록 유도하여 경찰에 신고하라!”, “쉽게 흥분하는 성격을 이용하여 모멸감을 주는 발언을 지속적으로 전달함으로서 싸움을 하게 만들거나 스스로 퇴사할 수 있도록 하라!”는 등의 내용까지 담겨 있다.
반인권적이고 반노동적이며 반사회적인 KT의 이면이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일들이 KT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노조 조직이 없는 기업들의 경우 일부 관리직을 제외하면 모든 업무가 비정규직으로 채워지는 이른바 “자본에게 꿈의 공장”인 기업들이 곳곳에 생겨나고 있고 그나마 민주노조가 있던 기업에도 복수노조 허용 이후 이른바 어용노조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삼성재벌은 노동조합 자체를 건설하지 못하도록 추진주체들을 납치하거나 협박하면서 초헌법적인 행태를 반복하고 있지만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있고,
현대차는 “2년 이상 된 동일업무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대법원에서 판결한 것을 쌩까고 있으며, 이에 분노하여 파업을 벌였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수십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했다.
KTX 여승무원 문자 해고 통지.
이번 총선에서 민통당이 과반이상의 의석을 휩쓸거나 아니 헌법개정이 가능한 3분의 2 이상을 얻게 된다 한들 그것이 이런 사회구조에 어떤 변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믿고 계신가?
총선에서의 바람을 연말까지 끌고 가서 여러분들의 바램대로 문재인이나 안철수가 대통령이 된다 한들 위에 몇 가지 언급한 것처럼 추악하고 뒤틀린 대한민국 사회가 개조가 가능하다고 믿고 계신가?
아니 어쩌면 혹시 “근본적으로 사회 개조는 어차피 불가능한 일! 속 터지고 눈버리는 일들만이라도 안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소박한 꿈을 가지고 계신가.
‘반MB전선’ 혹은 ‘반한나라당 전선’ 이 교조화하면 할 수록 자유주의 보수정당들의 정치이벤트에 놀아날 수 밖에 없는 법이다.
아이들이 고통 받지 않고 학교 가는 것이 너무나 즐거운 사회.
파견근로제 등 비정규직법안을 근본적으로 개정하거나 폐기시키고 노동자들이 차별 받지 않고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보장받으며, 눈치보지 않고 칼퇴근할 수 있어야 하고, 경영에 부분적으로 참여하며, 부당노동행위를 하는 경영진들에게는 벌금이 아닌 징역형이 가능한 사회.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부당하게 차별 당하지 않고, 존중 받고 권리를 보장받으며 행복해 하는 사회.
학력이나 학벌, 지역 등으로 차별 받거나 기회의 불평등이 생겨나지 않는 공정한 사회.
교육뿐 아니라 의료와 주택문제만큼은 국가가 책임짐으로써 삶의 대부분의 시간과 에너지를 비효율적인 부분에 소모시키지 않고 보다 창의적인 역할을 만들어내는 사회 를 만들어내야 한다.
국방의 경우 장기적으로 모병제로 전환하며 단계적으로 군인의 수를 축소하고 현재의 군인과 의경에게는 최저임금을 보장하여야 하고,
당장 모든 핵발전을 2040년까지 중단하겠다는 것을 선언하고 대체가능에너지 체제로 돌입해야 하며,
모든 국민이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에 가입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하고,
세원확보를 위해 대형 종교시설과 부자들의 자산소득에 세금을 부과하고 법인세 중 재벌들에게 집중되어 있는 각종 감면혜택을 철폐해, 본래의 법인세율만큼 납부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이번 총선과 대선은 한미FTA를 폐기시키고 체결되어 있거나 예정에 있는 모든 FTA에 대해 전면 재검토할 수 있는 정치인을 선택하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사회가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시나?
전혀 불가능하지 않다.
가능해, 가능하다고!
우리가 ‘반MB’와 ‘반한나라당’의 도그마를 뛰어 넘어 ‘포스트 MB’ ‘새로운 사회체제로의 상상’을 함께 꿈꿀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러니까 쫄지 말자. 담력만이 아니라 상상력도. 우린 ‘MB 이후’도 생각해야 한다.
키노
http://www.ddanzi.com/blog/archives/607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