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달구고 있는 핑크 슬라임 가공육 논란과 FTA 단상

가자서 작성일 12.03.20 17: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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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달구고 있는 핑크 슬라임 가공육 논란과 FTA 단상  [권종상님 글]

 

이미 우리는 광우병에 대한 논란을 거치면서 미국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확신을 갖지 못한 상태입니다만, 최근 미국에서는 다시 쇠고기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먹는 음식 중 하나인 햄버거에 들어가는 패티용 고기에 대한 논란인데, 이른바 '핑크 슬라임'이라고 하는 고기로 만든 일종의 '고기 접착제' 때문입니다.

 

핑크 슬라임은 그 자체로는 고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등급이 낮은(솔직히 말하면 식용이 가능할까조차도 의심스러운) 부위의 고기를 암모니아로 가공해서 이것을 일반 그라운드 비프(햄버거 패티 용으로 갈은 고기)에 섞어 간 고기의 접착성을 높이는 대신 단가를 낮추는 관행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ABC 방송국을 통해 이 방송이 나간 직후, 미국 사회 안에서도 고기의 안정성에 대한 논쟁이 일었습니다.

 

그런데, 전미쇠고기산업협회측의 입장발표 때문에 이 문제가 오히려 커졌습니다. ABC 의 해당 방송(http://youtu.be/n71i2we5z20)에 나온 협회측 변호사가 "이건 고기라는 사실에 변화가 없고, 영양가가 있기 때문에 굳이 '핑크 슬라임'을 썼다고 고기 포장 팩에 명시할 필요가 없다"고 기자 질문에 딱 잘라 대답을 한 것입니다. 그러자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습니다.

 

하긴, 전에 광우병 파동이 나고 나서, 저도 여기서 햄버거를 사먹지 않고는 있습니다. 굳이 햄버거가 먹고 싶다면 집에서 고기를 갈아서 만들어 먹는 정도가 됐습니다. 이게 솔직히 사먹는것보다 돈이 꽤 들어가는 짓입니다. 그러나 맥도널드나 버거 킹 등 여기서 파는 햄버거 먹기를 중단하자 제 등에 늘 돋아 있던 뾰루지 등 피부 트러블이 당장 사라져 버리는 경험을 하고나서부터는, 체인점에서 시판되는 햄버거가 얼마나 나쁜 것인지를 금방 깨닫게 됐습니다. 또 미국에서 발병했던 광우병의 경우 제가 살고 있는 워싱턴주의 농장에서도 발병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문제는 이같은 게 불법이 아니며, USDA 에서 공식적으로 식품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말하는 미국 축산업 로비단체들의 뻔뻔함입니다. 일단 안전도에서 떨어지는 것, 분명합니다. 몸에 암모니아로 처리한 육가공품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 일단 말도 안 되는 일이죠. 그러나 '법률적으로는' 분명히 '식품'이기 때문에 자국민들이 먹어도 좋다고 호도하는 것을 보면서, 지금 자국에서조차도 이런데 만일 이게 수출되면 어떤 고기들이 반출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실, 육가공 산업 종사자들은 원래 중산층이었습니다. 그러나 북미자유무역협정 발효 이후 이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직장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를 메꾼 것은 저렴한 임금으로 고용할 수 있는 멕시칸들이었습니다. 그 멕시칸들은 원래 자국에서 옥수수 농사를 짓던 평범한 농장노동자들이었는데, 나프타 발효 이후 미국산의 저렴한 옥수수들이(그것도 유전자 조작까지 되고 대량생산됐던) 멕시코로 대규모로 흘러들어가 농업 기반이 망가지고 나서 직업을 잃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들은 말 그대로 저렴하게 수입된 인력으로, 지금까지 꽤 높은 봉급을 받고 일하던 기존의 육가공 노동자들을 대처했습니다. 그리고 '저렴한 가격의 음식'을 '대량 생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동화된 육류 생산시설에서 싸구려 노임을 받고 일했습니다. 그리고 그 도축과정은 몇몇 의식있는 사람들에 의해 추적되었고, 그 결과물들이 다큐멘터리로 방영돼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른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진행된 이 과정들은 인간이 바로 그렇게 생산된 육류의 소비자라는 사실을 완전히 무시한 듯 했습니다.

 

이번의 핑크 슬라임 충격이 얼마나 갈 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육류 생산 및 관련 로비단체들의 힘은 셉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번 FTA 체결을 통해 한국이라는 그들의 '생산품'의 판로를 제대로 찾았다고 좋아하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의 쇠고기가 굳이 광우병만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문제가 많다는 것입니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햄버거의 경우, 순 살코기라고 하긴 하는데, 이 '핑크 슬라임'이 들어가지 않은 햄버거는 없다고 봐야 할 겁니다.

 

우리가 우리 몸에 들어가는 음식에 대해 그 생산과정에 의문을 가져야만 하는 지금과 같은 이런 세상은, 우선 세상이 '시장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인간 중심'으로 바꿔야 하는 것이 아마 최우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간이 아닌 이윤을 중심으로 생각했기에, 결국 FTA 도 타결된 것이고, 무엇보다 가카 같은 분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겠지요.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사람'을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시애틀에서....

  ------------- 제가 마침 맥도날드 쿼터 파운더를 한입 베 물다가 올리버 제임슨가? 그 영국 요리사가 재현하는 패티 만드는 장면을 보고서 입에 있던거 뱉어 버리고 다신 맥도날드에 안갑니다.
핑크슬라임을 섞기전에 락스로 표백부터 하더군요.
인간의 탈을 쓰고 그런 음식을 만들어 판다는데 분노했었지요. 최소의 재료비로 최대한의 이익을 뽑아내려는 자본주의의 실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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