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망대] 한국 경제서적 모으기
2012-05-10
MC: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북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들을 진단하는 뉴스해설 ‘북한전망대’입니다. 이 시간엔 ‘한국 경제서적 모으기’에 관해 이야기해 봅니다.
“한국 경제서적을 모으시오”
북한이 한국 경제관련 서적을 수집하고 경제정책 수립에 영향력이 큰 학자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당국이 한국의 경제발전상을 더는 외면할 수 없어 한 수 배워 북한 경제를 살리려는 것인지 정확한 속내는 알 수 없지만, 북한지도부에서 “남조선 사람들은 왜 그렇게 잘 사는가” 하며 궁금해하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북한인권단체 관계자는 북한당국이 중국에서 활동하는 국가보위부 요원들에게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습니다. 어느 보위부 요원은 중국에 나가 있는 한국 선교사에게 이 책들을 구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답니다. 발등에 불이 붙었는지 무척 다급한 모양입니다. 하기야 북한의 경제현실을 고려하면 늦어도 이미 한참 늦은 셈이지요. 그래도 뒤늦게라도 진정으로 배우려 한다면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사실 한국의 경제발전에 관심을 보인 것은 북한이 처음은 아닙니다. 멀리는 아프리카와 중동, 중남미에서 가까이는 동남아시아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1950년 한국전으로 쑥대밭이 된 국토를 50여 년 만에 맨손으로 이만큼 일궜으니 그럴만하지 않습니까?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른 남북한은 그야말로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출발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경제가 파탄지경이었습니다. 이후 공산주의 경제체제를 고수해 온 북한과 자유주의 경제를 실천한 한국은 수십 년 만에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은 2011년 현재 수출규모가 세계 9위, 국내총생산은 11위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북한의 국내총생산은 한국의 5%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미국 중앙정보국이 추정했습니다. 그러니 다른 나라들이 한국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본다고 해서 주체의식이 없다고 손가락질 할 수 있겠습니까?
베트남(윁남)은 한국경제를 본떠 중장기 사회경제발전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쿠웨이트와 카자흐스탄, 그리고 도미니카공화국도 국가개발계획을 세웠습니다.
한국 발전의 동력이 된 1970년대의 새마을운동의 불길은 이제 아프리카로 번졌습니다. 콩고민주공화국 마을 곳곳에 생겨난 새마을조직위원회와 르완다의 새마을 시범마을이 좋은 예입니다. 이들은 “‘어떻게 하면 한국처럼 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입에 달고 산다고 합니다.
한국 정부는 2004년 ‘경제발전 공유사업’(KSP)을 시작해 지난 8년간 34개국을 대상으로 300여 건의 경제자문을 해주었습니다. 이젠 아프리카나 동남아의 후진국과 개발도상국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멕시코 등 중동, 중남미의 중진국도 한국을 배우고 있습니다. 경제계 거물들이 직접 한국을 방문해 세계적 기업으로 우뚝 솟은 한국 기업들에서 현장학습을 받았습니다.
기업인만이 아닙니다.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각국의 공무원들이 잇달아 한국에 가서 경제개발 모델을 배웠습니다. 한국경제를 바로 배우려고 한국어 공부에도 열중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아프리카 53개국의 교육장관 협의체인 ‘아프리카교육발전협의회’는 지난 2월 총회의 사전행사로 ‘한국의 날’을 개최해 한국과 한국어를 어떻게 하면 잘 배울 수 있을지 논의했습니다.
북한이라고 경제 개혁을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2002년 경제 개혁을 시도했습니다. 신의주, 금강산, 개성을 경제특구로 지정하고 기업의 경영권을 확대했습니다. 그러나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당연한 결과이지요. 변하지 않는 세습 독재체제에서 진정한 변화를 추구하는 경제 개혁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을 걸어봅니다. 북한 지도부가 한국 경제서적들을 수집한다니 말입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 한국은 ‘경제개발의 교과서’입니다. 북한지도부가 이 책들을 정독하고는 “아 이래서 한국이 그렇게 발전했구나” 하고 무릎을 탁 쳤으면 합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봉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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