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차라리 조작해라" vs 검사 "좀 부풀려도..."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이 한권의 책을 펴냈다. 많은 의원들이 총선 전에 정치자금 모집 및 홍보 차원에서 책을 내는 것과는 달리 박 의원은 총선후 책을 냈다. '총선용 책'이 아니라는 의미다.
<자신만의 역사를 만들어라-21세기 열정 아이콘 박영선의 청춘 멘토링>(마음의숲 간)이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젊은세대와의 소통 차원에서 낸 책이고 실제로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많은 진솔한 메시지가 담겨있다.
하지만 내용 가운데에는 지난 대선때 이명박 후보를 상대로 BBK 의혹을 제기했다가 당한 정치보복 내용도 담겨 있어 눈길을 끈다. 그는 지난해 한상대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때 한 총장 내정자가 "에리카 김 사건은 의미가 없다"고 답하자 격분해, 자신과 주위사람들이 당한 정치보복을 언급하며 눈물을 쏟으면서 "그렇게 세상을 쉽게 보지 말라"며 반드시 자신이 BBK 진상을 밝히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는 책에서 자신과 가족, 직원들이 MB정권 출범후 어떤 수난을 겪었는지를 소상히 적고 있다. 그는 우선 국제변호사로 김앤장에 재직하다가 MB정권 출범후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직장을 그만 두고 아들만 데리고 일본으로 떠나야 했던 남편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했다.
"우리 민주당은 BBK 때문에 많은 고통을 받았다. 재판을 받고, 감옥에 간 당원도 있고, 저는 물론 직원, 직원 가족들, 남편도 검찰이 수사를 했다. 남편은 결국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어야 했고, 한국에서 일하기 근무하기 힘들어 제 아이와 함께 일본으로 떠나갔다. 저의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다. 그걸 생각하면 지금도 복받쳐 오른다. 눈물이 나도록 가슴에 맺힌 이야기가 많이 있다. 무작정 일본으로 떠난 것이기에 더 그러했다.
그러나 저는 남편을 믿었다. 젊었을 때 미국에 처음 건너간 남편은 접시닦이와 백화점 화장실 청소를 했다. 또한 지금은 9.11테로로 사라진 뉴욕의 월드트레이드센터 사무실을 새벽에 청소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마쳤던 사람이기에 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남편이 일본을 택했던 것은 단순히 서울에서 가장 가깝다는 이유였다. 그때 떠나면서 '월드트레이드센터 청소할 때 사무실에 들어서면 마치 사람으로 간주되지 않는 투명인간 취급을 당했었는데 그때보다는 낫겠지'하며 슬픈 미소를 띠었던 남편의 모습이 간혹 저를 눈물짓게 만든다."
그는 당시 혹독한 수사를 했던 검찰과 싸웠던 비사도 적고 있다.
"제 사무실 직원들과 우리집 식구들은 그때 우리가 무엇을 잘못해서 그렇게 혹독한 수사를 받았는지를 알지 못했다. 저는 누구에게나 공개되는 미국 법원기록을 그대로 이야기했을 뿐인데 그것이 죄가 된다면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BBK 사건과 관련해 저와 남편은 김경준 측 그 누구하고도 접촉한 사실이 없었다. 그런데 검찰은 그것도 의심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자꾸 접촉하지 않았느나며 사람을 옥죄는 검찰의 수사에 정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번은 하도 같은 말만 되풀이하며 검사가 같은 질문을 반복하기에 안 했다고 답변하는 것도 지겨워서 그냥 조작해서 적어 넣으라고까지 말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그 검사 왈 '적어도 조작은 하지 않습니다'라고 답변하더라. 제가 재차 '조작은 안 하면 무엇은 합니까?'라고 쏘아붙이자 그 검사는 자신의 질문이 좀 과했다고 생각했는지 '조그마한 것을 조금 부풀릴 수는 있지만 검찰이 조작하지는 않습니다'라고 서로 언쟁했던 기억이 있다."
그는 당시 검찰이 왜 자신과 김경준의 관계를 집요하게 수사했는지와 관련, 가짜편지를 근거로 자신을 '김경준 기획입국'에 엮기 위한 것이었음을 알게 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우리는 수사가 끝나고 나서야 김경준 기획입국설과 관련해 그것을 우리에게 뒤집어 씌우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2007년 선거를 불과 며칠 남겨 놓지 않은 12월 중순 한나라당이 편지 한장을 흔들며 김경준이 한국으로 온 것이 기획입국이라며 그 편지가 기획입국의 증거라고 우리를 고발했다. 영문을 알 수 없었던 그 편지사건과 우리는 아무런 연관이 없었기에 우리도 한나라당을 맞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가짜 편지와 김경준 기획입국설과 관련해서도 실체가 없는 것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그리고 그 당시 그 편지가 가짜였다는 것을 검찰은 수사를 통해서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그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그리고 검찰은 나에게 사건을 마무리지어야 한다며 고소를 취하해줄 것으로 종요했다. 저는 고소를 취하 못한다면 버텼지만, 다른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서 소를 취하했다."
그는 자신과 함께 BBK 의혹을 제기했던 정봉주 전 의원 구속에 대해서도 울분을 토했다.
"봉도사 정봉주! 지난 2007년 17대 대통령선거때 정 의원이 BBK는 이명박 소유라고 말한 것, 그것이 허위사실 유포라고 고발되어 법원 1심과 2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죠. 대법원에서 항소가 기각되어 징역 1년이 확정된 것입니다. 정봉주 의원의 유죄는 사법정의가 무너져 내린 정치판결이자 정치보복입니다."
그는 BBK 의혹과 관련, "신은 진실을 알지만 때를 기다립니다. BBK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라는 경고로 글을 끝맺었다. 19대 국회가 열리면 반드시 진실을 파헤치겠다는 다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