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김재연 제명] 통합진보당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바람부는언덕님 글]
결국은 이렇게 될 일이었습니다....
거의 한달 반 동안 정치권의 뜨거운 이슈였던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부정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이석기, 김재연 의원과 비례대표 7번 조윤숙, 15번 황선 후보에 대해서 통합진보당은 6월 6일 서울시당 당기위원회를 열고 위 4명의 비례대표 의원들의 제명을 결정했는데요.....
당기위가 제명 결정을 내리며 밝힌 제명 이유는....
"'당헌과 당규를 준수하고 당론과 당명에 따를 의무'를 현저히 위반했다고 판단, 제명을 결정했고, 이석기 의원과 김재연 의원 등 피제소인들이 평당원의 모범이 되고 당의 혁신에 앞장서야 함에도 쇄신의 핵심 결정사항을 준수하지 않아 지지자는 물론 국민에게 많은 실망을 안겨준 것에 대한 책임이 막중하다고 판단했다." 고 밝혔습니다....
새누리당과 수구보수세력이 통합진보당 논란을 종북, 주사파 등의 자극적이며 선동적인 이념공세로 몰아가고 있지만 사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경선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당권파들의 비민주적인 행태와 그동안 철저하게 감추어져 있던 당내의 폐습에 대한 쇄신요구입니다....
경선과정을 통해서 명백히 드러난 절차와 규정을 무시한 비민주적 행태 마저, 별 문제될 것 없다며 자신들에게 제기된 의혹과 비난을 회피하고 외면해왔던 그들입니다. 물론 그들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구민노당에서 참여당과 일부의 진보신당 계열이 모여 만든 정당이기때문에 구민노당을 장악하고 있던 당권파의 입장에서는 이번 경선파문의 본질을 자신들을 몰아내기 위한 참여당과 진보신당의 정치적 공세로 받아들였을 것이고, 여기에 새누리당과 수구보수언론들이 야권공조와 진보세력을 음해하고 와해하기 위한 공작질이라고 인식했을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 이들이 간과하는 엄청난 오류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오류는 자신들은 절대 선이고 자신들을 제외한 다른 누구도 자신들을 대신할 수 없다는 오만과 편견,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자신들은 틀리지 않았기 때문에 당안팍에서 제기되는 비판과 쇄신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겠죠....
그렇기에 그들이 내세우는 주장들도 허무맹랑하게 느껴지기만 합니다...
일전에 읽었던 5월 16일 자 오마이 뉴스 기사 "통합진보당 당권파가 범하는 비민주적인 오류들"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지적하고 있는 큰 꼭지가 의미하는 것을 한번 보세요. 그들의 놓치고 있는 것들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는 듯 합니다....
1. 정치는 신념이 다른 이들과 함께 하는 행위이다....
2. 민주주의 정치 정당은 투명해야 한다....
3. 정치적 책임과 법적 책임은 다르다....
4. 민주주의는 절차가 내용을 담보한다....
5. 민주주의는 폭력과 결별해야 한다....
부정선거결과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던 이정희 대표가 단 하루만에 입장을 번복했고 노무현 대통령을 언급하며 변호사인 자신의 주특기대로 무죄추정의 원칙을 주장하더니, 김선동 의원은 투표용지의 풀이 다시 살아나 붙을 수 있다는 획기적인(?) 발언으로 네티즌의 냉소와 조롱을 받아야 했으며, 이석기 의원은 자신들에게 대한 사퇴 및 퇴진 주장을 음모론으로 규정하고, 중앙위원에서의 폭력사태의 원인도 원활한 회의진행을 못한 대표단에 있다는 괘변을 늘어놓으며 끝까지 버티더니 급기야 금배지를 달고 말았습니다....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그 신념이 틀릴 수도 있음을, 자신들이 내세우는 주장과 사태를 인식하고 판단함에 있어서 오류의 가능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저들의 아집과 맹신이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비리 파문을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은 아닐까요?
통합진보당의 이번 비례대표 경선 비리 파문으로 진보진영을 참 많을 것을 잃어버렸습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진보적 이슈들이 묻혀버렸고, 이에 따라 정권비리와 민간인 불법 사찰, 저축은행 사태, 파이시티 문제, 민영화 문제 등으로 골머리를 앓아야 할 새누리당과 정부여당이 오히려 탄력을 받아 진보진영에 색깔론을 제기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진보진영 전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냉정하고 차가운 시선들입니다....
투명성과 진정성을 제외하면 진보진영이 과연 무엇을 내세울 수 있겠습니까?
돈이 있습니까, 조직이 있습니까, 지지 세력이 막강합니까, 연고가 있습니까?
오직 서민과 노동자, 사회적 약자를 위한다는 그 마음 하나로, 그 진정성과 정당 운영의 투명성만으로 여기까지 힘들게 걸어온 것 아닙니까?
그렇기 때문에 지난 총선에서 200만에 달하는 국민들이 당신들을 지지한 것 아닙니까?
그런데 통합진보당을 향한 지지와 기대가 이번 사태로 바닥으로 떨어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불똥은 통합진보당 뿐만 아니라 진보세력, 나아가 야권 전체로 번져가고 있는 형국입니다....
"통합진보당도 새누리당하고 다를 바 없네, 정치한다는 놈들이 다 그렇지, 뭐 다를게 있겠어?"
올바른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들에게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이 심어주는 정치에 대한 지독한 불신...
정치불신을 안겨주는 대상은 새누리당 하나만으로도 이미 충분합니다....
통합진보당은 이번 사태를 당 쇄신과 혁신의 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 당내에 만연했던 비민주적 관행들을 혁파하고 진보정당으로서의 존재 의미를 성찰하여 거듭나야만 합니다. 그것이 통합진보당이 진보진영 전체에 끼친 과오를 청산하는 유일한 방법이 될 것입니다....
위기는 곧 기회이며 국민의 관심과 지지는 다시 되찾아 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전제는 통합진보당의 당 쇄신안이 얼마나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냐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국민이 100%를 요구할 때 통합진보당은 200%, 300%를 내어주어야 합니다....
그만큼 통합진보당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무섭도록 차갑다는 사실을 직시하기길 바랍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모르고 지나쳤다면 혹은 알고서도 묵인했다면 이보다 더한 비민주적 행태가 진보정당 안에서 이루어졌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차라리 잘 된 것입니다. 이를 기회로 삼아 진보진영이 더욱 낮은 자세로 국민의 실제 삶 속으로 들어가 진보정치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전기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어찌되었든....
통합진보당 사태는 진보진영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아픔, 좌절과 실망을 안겨준 것만은 명백합니다....
그러나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유무형의 존재는 고통과 힘든 시간을 겪어야 비로서 성장할 수 있습니다....
통합진보당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진보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하는 국민정당으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PS....
당기위의 제명 결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저들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셈입니다....
절대 승복하지 않을 것이며, 끝까지 갈 것입니다. 이는 이번 제명 조치에도 불구하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팔이 썪어 들어가는데 일회용 밴드와 빨간약만으로 응급처방한다면 어찌되겠습니까?
목숨을 잃게 됩니다. 지금 통합진보당 사태가 그러합니다. 팔을 잘라내야 합니다. 그래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통합진보당은 이 점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