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딸 "노무현 아저씨 가족들 보셨잖아요?"

가자서 작성일 12.06.15 20: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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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딸 "노무현 아저씨 가족들 보셨잖아요?"

"저는 아버지 출마도 개인적으로는 반대"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딸이 아버지의 대선출마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7일 문재인 고문의 대선출마 선언 행사의 기획을 맡은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는 14일 자신의 블로그에 문 고문 딸에게 출마선언 행사에 참여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거절당한 내용을 상세히 실었다.

탁 교수의 전화를 받은 문 고문 딸은 "그건 아버지의 결정이고 아버지가 하는 일인데 왜 제가 거기 나가야 하죠?"라고 반문한 뒤, "전 아버지 출마도 개인적으로는 반대고 저의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은 더더욱 싫어요"라고 참석을 거절했다.

탁 교수가 이에 부친이 어려운 결정을 했는데 도와야 하는 게 아니냐고 묻자, 문 고문 딸은 "알죠, 우리 아버지가 어떤 분인지, 그리고 아버지가 절대 자길 위해서 나서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알죠"라면서도 "하지만 그건 아버지의 일입니다. 저희 아버지는 단 한번도 가족에게 무엇인가를 강요하거나 따르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탁 교수가 재차 참석을 부탁하자, 문 고문 딸은 "노무현 아저씨 가족들 보셨잖아요? 전 그게 너무 눈물나고 슬프고 무서워요... . 아버지의 결정을 저는 싫지만 이해하고 인정합니다. 하지만 저와 제 아이 그리고 우리식구들이 그렇게 되길 바라지 않아요"라고 단호히 거부했다.

다음은 탁 교수의 글 전문.

문재인, 실패한 기획에 대한 단상. 혹은 고백

총선낙선자들과 몇차례의 토크쇼를 진행하며 저는 그들이 그 낙선의 아픔을 어떻게 극복해내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출마하지 않은 보통사람들도 총선멘붕을 너나없이 겪고있었는데 정작 그 당사자들은 어떻게 그 심적고통을 이겨내고 있는지 말입니다.

그런데 그 낙선자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전히 나를 위로해주는 지지자들로부터 위로받기도 하지만 그들과 헤어져 집으로 오면 언제나 나를 받아 안아줄 가족들, 그 가족들에게서 받는 위로야 말로 다른 어떤 것보다 소중하다'라는 말이었습니다.
당연하다는 생각, 그리고 그 당연함이 참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이번 출마선언이 그로써는 무척 고통스러운 결정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저와같은 문재인 지지자에게는 그 어떤 위로보다도 감사한 '희망'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가 자신을 내놓음으로써 주는 그 희망과 함께 문재인 자신이 위로받을 수 있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문재인 후보의 대선출마를 어떻게 그려낼까를 고민하면서 생각했습니다.

그가 받을 수 있는 위로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것은 역시 가족이아닐까 싶었습니다. 누군가의 남편이며 누군가의 아버지며 또 누군가의 할어버지이며 여전히 누군가의 아들이라는 사실은 어쩌면 그가 평생을 일궈낸 가장 큰 자랑이며 동시에 가장 큰 위안일 것입니다. 그래서 어려운 결단을 한 그의 첫번째 선언에 다른 정치인들이나, 동원된 대중, 연출적으로 맞추어넣은 사람들 보다는 그 가족들이 그를 지켜봐주고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선언을 마치면 서로 위로해주고 따뜻하게 안아준다면 저는 그 모습이 어떤 화려한 출마행사보다 의미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소박하나 촌스럽지 않은 문재인다운 그런 자리 모습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러한 취지이니 문재인 후보가 가족들을 데리고 나와달라 부탁했습니다. 그러자 문재인 후보는 "우리 가족들은 아마 각자 선택해야 움직일 겁니다." 저는 그때까지도 이 말이 그저 농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아버지가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사람들 앞에 서는데 가족들이 그저 뒤에서 한번 그러한 아버지를 안아주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곧 문후보의 따님에게 전화를 걸어 취지와 내용를 설명하고 시간과 장소를 말하려는 순간 그 따님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 그건 아버지의 결정이고 아버지가 하는 일인데 왜 제가 거기 나가야 하죠?" "전 아버지 출마도 개인적으로는 반대고 저의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은 더더욱 싫어요"

순간 할 말을 잃었습니다. 정말 말문이 막혔습니다. "아버지가 얼마나 어려운 결정을 내렸는지 아시지 않나요? 또 그 아버지가 어떤 분인지도 알고 계시잖아요?" 그녀는 말했습니다. "알죠, 우리 아버지가 어떤 분인지, 그리고 아버지가 절대 자길 위해서 나서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알죠, 하지만 그건 아버지의 일입니다. 저희 아버지는 단 한번도 가족에게 무엇인가를 강요하거나 따르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저는 그제서야 문재인후보가 했던 " 우리 가족은 각자 선택 한다' 라는 말이 빈말이거나 농담이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는 정말로 가장으로서, 혹은 아버지로서의 권위라는 것을 행사하거나 강요한 적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식구들에게조차, 권위적이지 않고 배려하고 존중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분명히 멋진 일이지만 가족들을 무대위에 세우려는 입장에서 딸이 빠진 그림은 사람들이 뭐라 할지 너무나 걱정이었습니다. 아마도 그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집안 단속도 못하는 사람'이거나 '가족들로부터도 지지를 못받는 사람'이라고 비아냥 거릴 것이고 여전히 보수적인 한국사회에서 그것은 큰 흠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다시 설득했습니다. 그래도 한번만 나와달라, 대의라는 게 있지 않나, 딸바보 소리를 듣는 아버지 아니었냐까지 할 수 있는 말을 다 했습니다. 그러나 그때 따님의 한마디에 더 이상 할 말을 잃었습니다. "노무현 아저씨 가족들 보셨잖아요? 전 그게 너무 눈물나고 슬프고 무서워요... . 아버지의 결정을 저는 싫지만 이해하고 인정합니다. 하지만 저와 제 아이 그리고 우리식구들이 그렇게 되길 바라지 않아요"

저는 그만 전화를 끊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대선에 출마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부대끼는 일이었을까? 그리고 저 가족들은 또 얼마나 걱정되고 괴로울까 말입니다.
저는 문재인 후보의 가족을 설득하는데 실패했습니다. 아마도 이 글을 올리면 제가 걱정하는대로 많은 사람들이 문재인을 빈정거리거나 한심하게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글을 올리는 이유는...

저도 그런 사람, 그런 아버지가 되고 싶기 때문입니다. 권위를 버리고 아랫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 강요하지 않는 사람 그리고 상대의 선택을 인정해주는 사람.
저는 다음 시대의 대통령은 바로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믿으며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합니다.

문재인의 대선 출마선언은 17일 입니다. 그는 아마 외롭게 시작하겠지만 저는 그가 외롭지 않게 도울 것입니다. 그게 저를 돕는 길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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