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때리기, 조급증이 낳은 자살골 [유피디님 글]
사실 안철수의 해명을 보고 놀랐습니다. 굳이 그렇게 진지하게 상대해줄 가치가 없는 공격이니까요. 왜냐하면, 안철수가 최태원의 구명운동을 했노라는 주장에 대해 딱 세 가지로 반박이 끝납니다. 개인의 행동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단체의 행동이었으며, 그 단체는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상생이라는 큰 대의를 위해 중요하므로 더 큰 정의를 위하여 단체의 결속을 깰 수 없었으며, 그것은 이미 10년 전의 일로 그 사이에 (특히 이명박 정권 출범 후) 대기업의 윤리가 땅에 떨어진 것을 보고 강도높은 개혁의 당위성이 분명해진 것이라고 하면 더 이상 뭐라 할 말이 있을까요.
그런데 진지하게 해명을 하는 것을 보니, 오히려 생각이 깊고 철학이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이러쿵저러쿵 해도 정치인의 대응자세가 아닌 것은 분명하지요. 기존 정치세력에 대한 혐오가 극에 달한 것이 안철수 바람을 불러일으켰다면, 지금 이런 정치 공세에 대해 비정치적으로 대응하는 것 역시 안철수에게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봅니다.
차라리 개인의 부도덕이나 범죄였다면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고작 서명 하나 가지고 물어뜯기 시작한 것을 보면, 그만큼 안철수라는 존재가 수구세력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겠지요. 탈세나 병역비리, 하다못해 새누리당의 기본옵션인 위장전입과 논문표절이라도 있었다면 안철수 열풍은 끝이 날 것입니다. 수구세력의 방대한 정보망으로도 아직 걸려든 것이 없어서 다급한 마음에 서명 하나 가지고 공격을 시작한 것이라고 보아야 하는데, 그걸 보는 많은 사람들의 인식은 "깔 게 고작 그것밖에 없는 사람인가" "기존 정치인들과는 확실히 다르네"라고 받아들이게 될 것입니다.
새누리당까지 가세해서 안철수를 공격하는 것은 명백한 조급증입니다. 수구언론들과 새누리당이 악을 쓸 때 그들에게 한 가지만 질문을 던지면 게임은 끝이지요. "그래서 당신들은 최태원 구명운동이 옳다고 생각하는가, 그르다고 생각하는가?" 이미 친재벌의 DNA가 뼈속까지 박힌 이들이 최태원 구명운동을 법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그르다고 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일이라고 하면서 대체 뭐가 문제이길래 시끄럽게 구느냐고 묻는다면 그들은 뭐라고 할까요? 10년 전과 말이 바뀌었다고 우기겠습니까? 공개적인 발언을 한 것도 아니고 고작 서명 한 번 한 것을 가지고 말입니다. 국민 수준이 그 정도로 알바들만큼 형편없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안철수가 대통령으로서 최선의 선택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저는 그의 능력을 대한민국을 위해 가장 크게 사용할 수 있는 길은, 정통부를 부활해서 장관으로 임명하여 총리급의 권한을 주고 누구도 터치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수구언론들이 벌써부터 조급증에 빠져서 안철수를 대선주자와 동급의 존재감으로 만들어줘 버렸으니, 출마선언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선주자의 존재감을 가진 그가 이제는 공식적으로 출마선언을 하는 것이 필연이 되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수구언론들의 방식, 그들의 프레임은 잘 압니다. 차라리 이번 여당 대선후보가 이명박이었다면 그들이 이렇게 조급증에 빠져 자살골을 날리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평생을 여왕님을 살아오며 국가를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공주님이 대선후보니까 별 수 있겠습니까. 지금은 박근혜는 뒤로 숨어있지만, 여기에 박근혜까지 발을 담그게 되면 그 때는 게임 끝입니다. 만약 문재인이 야당의 후보라면 수구언론이 사용할 몇 가지 유력한, 그리고 효과가 꽤 강력할 프레임들이 있는데, 지금 안철수를 경계하여 박근혜가 직접 자살골을 날려주는 순간 문재인에게 써먹을 카드마저 무력화되니까 대환영입니다.
안철수 "최태원 탄원서 좀 더 깊이 생각했어야 했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안철수 원장은 10년 전 최태원 SK 회장을 위한 탄원서 제출사실이 논란을 빚고 있는 것과 관련, "좀 더 깊이 생각했어야 했다"고 30일 유감의 뜻을 밝혔다.
[안철수 원장]
안 원장측은 이날 낸 '입장자료'에서 "브이소사이어티는 벤처기업 육성에 도움이 되기 위해 만든 단체로 취지에 공감해 가입했다"며 "2003년 회원인 최태원 회장이 구속되자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하자는 의견이 제기됐고 회원 전체가 참여하기로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10년 전의 그 탄원서 서명에 대해 당시에도 부담을 느꼈고, 내내 이 일이 적절한 것이었는지 생각했다"며 "인정에 치우칠 것이 아니라 좀 더 깊이 생각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대한민국 대기업들은 한국 경제에서 역할을 해온 게 사실이나 그 역할이나 비중에 걸맞은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누구든 법을 어기면 공정하게 처벌받고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믿는다"면서 "이 일에 대한 비판과 지적을 겸허히 인정하고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안원장측이 10년전의 일에 대해 자성한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향후 이 문제에대한 여론의 흐름이 주목된다.
안 원장 측과 재계에 따르면 안 원장은 2003년 4월 서울중앙지검에 구속된 최 회장의 선처를 호소하기 위해 `브이소사이어티(V-SOCIETY)' 회원들과 함께 탄원서를 제출했었다.
브이소사이어티는 최 회장 주도로 2000년 9월 결성된 대기업ㆍ벤처기업의 유명 CEO들의 친목모임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웅렬 코오롱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재벌 2,3세 기업인을 비롯해 안 원장, 변대규 휴맥스 사장, 이재웅 다음 사장 등 유명 벤처기업인이 회원에 포함됐다.
안 원장은 브이소사이어티를 이끌던 최 회장이 구속된 후 회원들이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에 이름을 함께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최 회장은 당시 1조5천억원대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뒤 같은 해 9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SK그룹 경영정상화 등 경제논리가 상당 부분 반영된 이같은 판결에 대해 일부에서는 전형적인 `재벌 봐주기',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었다.
이에 따라 안 원장이 9년전 재벌총수 구명을 위한 탄원서 제출에 동참한 것은 그가 최근 강조하는 사법정의나 기업윤리와 모순되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안 원장은 최근 출간한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에서 "기업과 기업주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며 "기업주가 전횡을 일삼거나 주주일가의 사적 이익을 추구한다면 범죄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행위가 법률과 제도적으로는 처벌 대상이 되는데 지금까지 행정, 사법부가 입법 취지대로 집행하지 않은 게 문제"라며 "이것이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법치에 대한 불신과 우리 사회가 절망 불공정하다는 절망감을 낳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법이 가진 자들만 편들지 않고 누구에게든 공정하게 적용된다는 정의를 회복해야 한다"며 "그것이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절망과 분노를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 조건의 하나"라고 말했다.
특히 "경제범죄에 대해 사법적 단죄가 엄정하지 못하다"며 "머니게임과 화이트칼라 범죄 등에 대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 가벼운 형을 선고하고 쉽게 사면해주는 관행도 바뀌어야 정의가 선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