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 -파울로코엘료 작-
1.
우리나라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이유는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무엇이? 소설이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왜? 서사가 없기 때문이다. 소설 안 읽는 것과 책을 안 읽는 것이 무슨 관계가 있는가? 소설도 안 읽는데 책을 읽을리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서사성 없고 게다가 재미도 없는 소설은 문인들의 정신적 자위행위 밖에 되지 않는다.
인생은 살아보면 깨우치게 되고, 철학은 철학을 공부하면 되기 때문이다. 소설미학은 직접 말하는 그 무엇이 아니라,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녹여야 할 것이라 본다. 읽는 이가 20명이라면, 중심은 관통하되, 20개의 새로운 맛이 독자에게 펼쳐져야 할 것, 이라고 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연예인이나 일본만화나 영화는 한 번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정말로 좋았던 것을 타인들과 나눌 수가 있다. 소통과 교류가 이어지고 비평과 분석과 팬픽이 이어지고 그러한 재생산 속에서 작품과 작가는 긴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 무협소설가 김용이 그 적절한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소설은 재생산이 되지 않는다. 왜냐? 어렵기 때문이다. 기구하고 힘겨웠던 조선민족의 굴곡진 역사는 작가들을 무게 잡게 한다. 한국사의 어두침침한 그것을 소설에 녹여내지 않으면 작가정신이 없는 것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그래서 일본의 자의식소설류와는 다르지만, 한국 소설에는 무게는 나가고 맛은 없는 작품들이 허다하다.
작가들이 문장은 생명처럼, 작가의식은 통장처럼 여기는 반면, 텍스트 자체의 재미는 퇴화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비극이 벌어졌던 것은 이문열, 황석영, 김홍신 세대, 그 뒤로는 공지영, 은희경, 윤후명, 성석제. 다시 그 뒤로는 배수아, 김영하, 박민규 등등이 너무 오래 해먹은 폐해가 크다.
뭔 놈의 작가 가 한 번 인정 받고 제대로 뜨기만 하면, 그 뒤로는 10년은 해먹는다. 십 년 세월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작가는 변하지 않는 것이다. 해먹는 사람이 많이 해먹을 수 있었던 이유는 장편소설이 중심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이상한 문예지와 이상한 문학상이 너무나 많아서 이상한 단편만 계속 생산해 낸다. 그러니 재미가 없을 수 밖에 없다.
소설이 지루하니 전국민의 독서능력까지 저하시키고 있다. 이쯤되면 이제 망국병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 솔직히 말해서 많이 배우고 나이도 많은 심사위원들이 빨리 안 죽고 너무나 쌩쌩하게 오래 살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대한독립만세! 우리말 한글 만세! 우리 글로 문학이 생산된지 100년 역사도 되지 않는다. 나로서는 현재를 과도기라고 생각하고 싶다. 이문열 세대는 당연히 은퇴해야 하고, 김혜순 세대도 당연히 은퇴해야 한다. 제발 좀 사라지라고 말하고 싶다.
한국 문학계는 너무나 지성적이고 게다가 다들 너무너무 나이가 많다.
시는 원래 그런 장르였다고 봐주고 싶다. 그 짧은 글에 맨날 연애 이야기 들어가고 자연을 찬미하고 소재가 질릴 만도 하니까. 오히려 시야 말로 대중적일 수 없고, 많이 읽히면 그게 더 쪽팔린 일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시라는 장르는 배운 사람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문학과지성’이나 ‘창작과비평’에 실려 있는 시 서너 개 뽑아서 일반인에게 보여주면, 가열찬 비난을 퍼부을 것이다. 이게 무슨 시냐고. 그리고 류시화의 외눈박이사랑같은 시집이나 이해인 수녀님의 너무나 좋은 글인데 시라고 뻥 치는 시집 등을 감명깊은 시라고 말할 것이다.
그런 분들은 집에 있는 시집이 그게 전부일 것이다. 몇 개 더 있다면, 입시에 나온다고 무조건 사라고 했던 한국 명시 100 이런 책이나, 윤동주의 서시, 김소월의 진달래꽃, 거기서 더 있다면 아마도 김춘추나 서정주의 오래된 시집이 한 권쯤 있을 법 하다.
시는 음악과 비슷하다. 엘리트 예술이다. 어렸을 적 부터 훈련받고 친숙해지고 자꾸만 읽어야 … … 어떤 시가 좋은 시인지 알 수 있게 된다. 스승도 필요하다. 피아노 교본 주고 혼자 치라고 하면 제대로 하는 사람 없을 것이다. 시가 바로 그런 장르다. 그 분들은 안 팔려도 안 읽혀도 좋은 시를 창작했다는 그 자체로 행복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재미없는 시이든, 재밌는 시이든 시를 평가하는 기준은 좋은 시냐? 그렇지 못하냐? 이걸로 끝이지만, 재미없는 소설책은 창조 자체가 범죄라고 말하고 싶다.
지구온난화가 문제가 되고, 우리의 아마존 밀림이 파괴되고, 한 그루의 나무가 ‘아야’ 하면서 비명횡사하는 그런 아픔을 감수했다. 한 그루 나무의 타살은 재미가 없어서 읽혀지지 않는 소설책이 되어 창고에만 쌓여 있었다. 정말 끔찍한 일이다. 대표적인 예로 이명박 자서전을 꼽고 싶다.
2.
연금술사는 철학이 담겨 있으면서도 소설이 재미있을 수 있는 위대한 사실을 알려 주었다. 철학이 담겨 있고 재미는 없어서 읽혀지지 않는 소설만 창작하는 국내의 작가님들. 그 분들은 파울로 코엘료를 형님으로 모셔야 한다. 꼭 뭔가 무게잡고 많이 아는 거 자랑하고 싶다면 최소한 재밌게는 써야 한다. 플롯을 무시하면서도 작품성을 밀고 나가고 싶다면 글빨이라도 좋아야 한다.
일제감점기 다루고 싶다면 시간여행 이야기 섞어서 시도하고, 지리산 빨치산 다루고 싶다면 흡혈귀 소재를 섞어보고, 제주 4 - 3 항쟁을 다루고 싶다면 미국인의 눈으로 다뤄보는 것이다. 영화 꽃잎은 518을 어린 이정현을 소재로 잘 다뤄낸 경우가 아닌가 싶다.
그래야 20년 정도 지나면 한국에서 노벨문학상 하나 나올 것 아니겠는가.
연금술사의 줄거리는 양치기소년이 역경과 고난을 겪으면서도 연금술을 잘 배워서 영혼의 연금술사가 되는 것으로 마무리 짓는다. 플롯은 이게 전부다. 어른을 위한 동화, 자아성장스토리가 연금술사의 뼈대다.
원서를 읽을 실력이 되지 않아서 번역판만 보았기에 문체는 잘 모르겠다.
다만, 파울로 코엘료가 시의 언어로 소설을 끌어간다는 것은 알 것도 같다. 사실 이런 소설은 원어로 봐야 참 맛일 텐데, 그렇다고 공부를 할 마음은 조금도 없으니 그냥 이 수준으로 만족하고 싶다.
파울로 코엘료가 전해주는 아름다움은 현실기준으로 재단하면 그 맛을 음미하기 어렵다. 오히려 감히! 라든지 이런 철 없는 … … 아이고 할배요, 식의 말을 듣기 딱 좋다. 그럼에도 그의 작품이 재밌는 것은 그가 철학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능수능란하게 뻥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누구나 다 알고 느끼는 진부함 속에서 그는 아름다움을 찾아낸다.
모텔 앞에서 여인은 못 이기는 척 이리 묻는다.
“오빠 정말 손만 잡고 잘 거지?”
남자는 말한다.
“오빠 못 믿어?”
우리 일상의 누추함이 거대한 뻥쟁이인 파울로 코엘료씨에 이르면, 이런 식의 아름다움으로 환전된다.
“자기야, 우리 이제 서로의 모든 것에 대해서 숨김없이 알아야 할 때가 온 것도 같아.”
냉정히 말해서 연금술사란 책은 어른을 위한 동화이면서도 감명 깊은 책이 될 수는 없다. 연금술사란 책은 뭔가 있을 듯 싶고, 잠시 생각에 잠길 단편적 문장들과 개연성 없는 환상만 담겨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이 그토록 많이 읽힌 이유가 있다.
꿈은 좋은 것이니 너 역시 도전하고 꿈을 포기하지 마라. 인생은 그 자체에 있어서 아름다울 것이다. 이 세계에는 행복이 숨겨져 있으니 찾아내라는 인생 선배의 부드러운 충고.
그 조언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능수능란하다.
알면서도 속는다는 말이 이 책을 두고서 하는 말 같다. 서사 없는 서사의 경지, 철학 없는 철학의 경지랄까? 파울로 코엘료는 기분 좋게 우리를 속였고, 책을 아주 많이 팔았다.
<자네가 뭔가를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는 그대의 소원을 들어준다네.>
시크릿에도 나오는 말인데, 너무나 당연한 말을 하면서도 이렇게 우아하게 표현하는 사람. 바로 그가 파울로 코엘료였던 것 같다.
물론, 누군가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내 인생의 지침서예요. ‘연금술사’는 제 인생에 바이블이 되어 주었어요.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이후로 가장 감명 깊었던 소설이예요. 다른 독자들이 그렇게 말해도, 그들을 탓하고 싶지 않다.
이 세상에는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이 문학성이 가득 하고, 류시화의 시집이 천상의 언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아주 많으니까. 게다가 어떻게 받아 들이든지, 작가는 와인을 들어서 그 독자의 앞날을 축복해줄 것만 같은 대단한 구라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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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알려진 독후감은...
'xx한 이유로 읽게 되었는데 내용이 좋고 감명깊었다. 나도 xx해야지'
이런식인데
쿨하게... 작가더러 멋진 구라를 쳤더라고 평하고 있다.
ㅎㅎ;
'연금술사'라는 책의 내용은
산티아고라는 스페인 청년이 꿈을 찾아가며 겪는 시련과 도전에 관한 얘기로
우리가 살아갈 험난한 인생여정에 관해
'간절히 원하면 이뤄진다'는 메시지를 부드럽게 남기는 책이다.
책에서는 반복되는 꿈을 통해 '이집트, 피라미드에 있는 보물찾기'가 임의로 지정되어있고
꿈을 찾아가는 방향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지 말고 도전하라는 암시로
'표지'라는 장치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