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길 전 새누리당 대선 공보위원이 지난 4일 휴대전화 통화를 하면서 자신의 선거사무실이 있는 서울 광진구 자양동 ㅈ오피스텔 건물로 들어서는 모습이 폐회로티브이(CCTV)에 잡혔다. 택시기사 이아무개씨의 운행기록장치에서 정 전 위원이 내린 것으로 확인된 시각과 일치한다. <한국방송> 화면 갈무리
협박 폭로 직후 자가용 강조
‘목격자 존재’ 꺼렸을 가능성
“블랙박스 공개하라” 공세 펴다
CCTV 확인에 “술 덜깨 착각”
정준길 새누리당 전 공보위원이, 금태섭 변호사에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출마 문제와 관련해 전화를 걸었던 장소에 대해 ‘택시 안’이었다는 사실을 12일 시인했다. 정 전 위원은 이전까지 자신이 직접 차를 몰고 가면서 전화했다고 주장해왔다.
정 전 위원은 지난 4일 금 변호사의 기자회견 직후 연 반박 회견에서 “아침에 출근할 때 운전하면서 (금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말했으며, 기자들의 질문에 “여러분, 운전하면서 전화 안 해봤습니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일 아침 정 전 위원을 승객으로 태웠고, 고압적인 태도로 협박에 가깝게 안 원장의 불출마를 종용하는 전화통화 내용을 들었다는 택시기사 이아무개(53)씨의 증언이 처음 나왔을 때도 정 전 위원은 이 입장을 고수했다. 10일 이와 관련된 해명을 듣기 위한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는 “그날 낮에 광화문에서 있었던 대학동기 모임에 내 차를 몰고 갔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차를 안 갖고 나왔으면 어떻게 그랬겠느냐”며 “블랙박스가 있으면 (택시기사한테) 기자회견을 하라고 해라”고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씨의 구체적인 증언이 11일 <한겨레>를 통해 보도된 뒤 여러 언론에서 블랙박스, 태코미터(운행기록장치), 폐회로텔레비전(CCTV) 등 관련 증거를 찾기 위한 취재가 본격화됐고 정 전 위원은 이날 방송 인터뷰를 가던 도중 교통사고를 냈다. 그는 가벼운 부상을 입었으나 “스트레스가 심하다”며 스스로 개인병원에 입원하면서 외부와의 연락을 끊었다.
이어 12일 이씨가 방송과 민주통합당 전화회견 등을 통해 당시 상황을 세밀히 증언하고, 집에서 선거사무실까지의 택시 운행기록과 선거사무실 건물 앞에서 정 전 위원이 전화통화를 하고 있는 폐회로텔레비전 화면까지 뉴스에 등장하는 등 더이상 택시 탑승을 부인하기 힘든 상황으로까지 정 전 위원은 내몰렸다.
그러자 정 전 위원은 12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3일) 지인들과 식사를 하면서 제 차량을 선거사무실에 둔 것으로 착각하고, (4일 오전) 선거사무소에 갔다가 다시 집으로 가서 지하 주차장에 있던 차량을 타고 여의도 사무실로 갔다”며 “(집과 선거사무실을 오가며) 2번에 걸쳐 택시를 이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집에서 내 차를 타고 출근했는데, 이때 전화를 한 것으로 착각했다”며 자신이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관계자는 “정 전 위원이 전날인 3일 술을 과하게 마셨다. 4일 오전엔 술이 덜 깬 상태라 택시를 탄 기억도 없어서 자기 차를 타고 갔다고 생각했는데, 그 착오가 이어진 것”이라며 “정 전 위원이 자신의 집과 지하 주차장 폐회로텔레비전 등을 확인한 결과 이런 사실을 기억해냈다”고 설명했다.
정 전 위원은 자신이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 착각했다는 점을 강조했으나, 처음부터 정 전 위원이 ‘목격자’의 존재를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이 운전을 했다고 말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또 “(안 원장 대선) 나오면 죽는다”는 말을 몇 차례나 반복했다는 택시기사 이씨의 증언은 정 전 위원의 전화가 그의 주장처럼 ‘친구 사이 대화’가 아니라 ‘불출마 협박’이라는 금태섭 변호사의 주장에 더 무게를 싣게 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