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세력, 2008년 한국경제 파산시킬 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때 한국경제를 파산시킬 뻔한 산업은행의 리만 브라더스 인수 추진이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의 전폭적 지원 아래 이 대통령의 고대 동기인 김승유 당시 하나금융지주 회장에 의해 진행됐음을 보여주는 문건이 공개돼, 파장을 예고했다. 지금까지는 민유성 산업은행 총재가 혼자서 추진했던 일로 알려져왔기 때문이다.
재미언론인 안치용씨는 17일(현지시간)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미국 연방법원이 조사관을 선정해 리만 브라더스 파산원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리만 브라더스와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압수하거나 제출받은 내부문건 가운데 이런 새로운 사실을 보여주는 문건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리만 브라더스 파산관재위원회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문건에 따르면, 조건호 리만 브라더스 부회장은 2008년 5월 29일 리만 브라더스 최고경영진에게 <'한국컨소시엄’의 리만 브라더스 투자관련, 기회와 핵심쟁점 브리핑>이라는 제목의 2쪽짜리 '비밀메모'를 보냈다. 조건호 부회장은 MB 최측근으로 대북정책을 총괄했던 김태효 당시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의 사촌동서다.
비밀메모는 한국의 선도금융기관들의 컨소시엄이 리만 브라더스에 50억달러를 투자하려 한다며 투자배경, 금융기관별 투자금액, 투자일정, 투자뒤 지분구조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안치용씨는 "이 메모에서 주목을 끄는 것은 기존에 알려진 사실과 달리 산업은행이 아니라 MB의 절친이며 금융권 4대 천황의 한사람으로 꼽히는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3개 국책은행을 이끌며 리만 브라더스 인수를 배후조종했다는 것"이라며 "또한 민유성 리만 브라더스 서울지점 대표를 산업은행 행장에 선임한 것도 리만 브라더스 인수를 염두에 둔 김승유 행장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라며 관련 내용을 전했다.
비밀메모에는 김승유 하나회장이 조건호 부회장에게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의 지지를 확약했다"고 기록돼 있다. 조 부회장은 메모에서 그해 5월 16일 김승유 회장에게서 이같은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며 "김승유는 새 대통령인 이명박의 절친한 개인자문역"이라고 적시했다.
메모에 따르면, 그뒤 5월 26일 조 부회장과 제시 바탈 리만 브라더스 아시아회장은 김승유 회장과 이찬근 하나금융그룹 투자부분 사장을 만나, 하나은행과 3개 국책은행으로 구성된 코리아컨소시엄이 리만 브라더스에 50억달러를 투자하는 문제를 논의했다. 조 부회장은 "한국컨소시엄은 1개의 민영은행과 3개의 국책은행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산업은행 20억달러, 하나금융그룹, 한국투자공사, 국민연금공단이 각각 10억달러씩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했다.
조 부회장은 특히 "리먼 브라더스 서울지점대표인 민유성이 6월 2일에 산업은행 행장에 임명될 것"이라고 보고했다. 이 메모가 작성된 5월 29일 당시에는 민유성이 산업은행 행장 물망에 올랐을 뿐 누가 행장이 될지 오리무중이었지만 조 부회장은 6월 2일 임명될 것이라며 날짜까지 밝혔고 실제 민유성은 6월 2일 행장에 내정됐다.
조 부회장은 "결정적 역할을 할 3명의 중요한 행정부인사로부터 지원을 확약받았다"며 이명박 대통령,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 전광우 금융위원장을 적시했다. 그는 특히 자신과 민유성이 5월24일 전광우 금융위원장을 직접 만나 리만 브라더스 투자에 관한 브리핑을 했으며 이미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조 부회장이 작성한 협상일정은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협상을 마무리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리만 브라더스의 2분기 실적 발표일 이전에 한국컨소시엄의 투자를 마무리하기 위해 공격적인 협상이 필요하다며 협상개시로부터 열흘만에 투자계약을 마무리짓는 일정을 제시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6월2일 협상을 시작해 그 다음날 투자의향서에 서명하고 6월4일 뉴욕에서 실사를 시작해서 불과 엿새 뒤에 실사보고서를 완성하고 사흘뒤인 6월12일 투자계약에 서명한다는 일정을 잡았다.
안씨는 이와 관련, "이 일정에서 협상시작일자를 6월 2일로 못박은 것은 바로 이날 민유성 리만 브라더스 서울대표가 산업은행장에 임명될 것이라는 사전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며 "또 김승유가 'MB와 강만수는 내가 책임진다'고 말했다는 기록으로 미뤄 금융계 4대 천왕으로 불리는 김승유, 강만수 두 사람이 MB의 후광을 업고 민유성을 산업은행 총재에 임명한 것은 물론 리만 브라더스 인수를 밀어붙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한국컨소시엄이 투자뒤 가지게 될 지분의 비율이다. 한국컨소시엄이 51%를 가지게 한다는 것이 타켓이라고 언급돼 있다. 주주로서의 모든 책임과 권한을 한국컨소시엄에 떠넘길 계획임을 알 수 있다"며 "그러면서도 이사직만 줄뿐이지 경영에는 참여시키지 않는다는 리만 브라더스의 계획은 60억달러를 털도 안 뽑고 날로 먹겠다는 말에 다름아니다. 이같은 계획에 MB의 측근, 금융계의 천왕들이 '짝짝꿍'을 친 것"이라고 개탄했다. 문건에 나오는 리만 브라더스 투자액은 50억달러지만 최종협상과정에서 투자액은 60억달러로 늘어났다.
그는 "일부 국회의원들은 이 사건을 '단군이래의 사상최대 경제사기 미수사건'이라고 부르기도 했다"며 "과연 리만의 빚이 얼마인지조차 파악하지도 못했고 파악할 능력도 없이 60억달러 투자를 추진했기 때문"이라고 탄식했다.
그는 또한 "이 문서들을 살펴보면 리만 브라더스 인수추진과정에서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코미디'와 같은 일들이 많았음을 알 수 있다. 왜 외신들이 리만 브라더스 인수를 추진하는 'MB 경제팀'을 '리만 브라더스직원'이라고 표현했는지 알게 된다"며 "실사와 관련해 '도저히 봐도 모르겠오'하고 실토하는 대목에서는 절망하게 된다. 앞으로 한국경제를 파산시킬뻔한, MB측근 금융인맥이 잉태한 비극들을 관련문서와 함께 하나 하나 공개할 것"이라고 추가폭로를 예고했다. 그는 "관련자들은 스스로 진실을 밝히고 국민에게 사죄하기를 바라며, 국회는 진상을 조사해 이들을 위증혐의로 고발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더 나아가 인수위 시절 강행돼 막대한 국민혈세를 날린 메릴린치 투자 의혹에 대한 조사도 촉구했다.
그는 "MB정부는 이에 앞서 대통령 당선 다음날인 지난 2007년 12월 19일 한국투자공사를 통해 메릴린치에 투자의향서를 전달하고 1월 7일 메릴린치로부터 공식투자제의를 받은 뒤 단 2~3일의 실사를 거친뒤 일주일만에 투자결의를 하고 다음날인 15일 투자약정서에 서명했다"며 "그로부터 보름뒤 20억달러를 메릴린치에 입금했지만 그뒤 메릴린치는 경영악화로 뱅크오브어메리카에 인수됐고 투자한지 불과 몇개월만에 투자원금의 절반이상인 12억달러이상의 손실을 입고 말았다. 이 거래에는 MB의 친형 이상득의 아들 이지형이 깊숙이 관여했으며 킥백이 투자액수의 2%라는 의혹도 일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안치용씨가 발굴해 공개한 문건의 의미는 크다.
김승유 회장 등 MB금융인맥이 추진한 리만 브라더스 투자는 결렬됐다. 당시 정부와 <조선일보> 등 일부 보수언론은 글로벌 금융기관이 될 수 있는 기회라며 리만 브라더스 인수를 강력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미국 금융위기는 공황적 상황으로 급확산됐고, 본지 등은 리만 브라더스 파산이 '제2의 IMF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력 반대했다. 또한 이성태 당시 한국은행 총재 역시 "1달러도 내줄 수 없다"며 단호히 반대, 결국 투자는 무산됐다.
결국 리만 브라더스는 그해 9월 15일 파산했다. 파산당시 부채규모가 6천130억달러로 미국역사상 최대의 규모의 파산이었다. MB세력 계획대로 리먼을 인수했다가는 투자액 60억달러를 고스란히 날리는 것은 물론, 최대주주로서 부채까지 떠안으면서 한국경제는 제2 IMF를 겪을 수밖에 없었을 게 명약관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