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노방궁’의 20배, 이명박 사저의 3대 의혹 [토탈커맨더님 편집글]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하기는 하나 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퇴임 후에 거주할 사저로, 기존의 논현동 주택이 아닌 서초구 내곡동에 새로운 사저를 건축하기로 하고 추진 중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기존 상견례 장소로 유명했던 서초구 내곡동 한정식집 ‘수양’을 사들여 퇴임 후 사저로 사용하기로 매매계약까지 체결했다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 이후 관련 사저 논란은 작년에도 있었지만, 그 당시보다 더 이상하게 바뀌어버린 내곡동 사저에 대한 몇 가지 의혹을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 역대 대통령 최고의 경호시설 예산과 땅값
이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기존 논현동 주택이 퇴임 후 경호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청와대는 밝혔습니다. 즉 논현동 주택은 주택 밀집지라 진입로도 협소하고 안전상 부적절해서 부득이 내곡동으로 사저를 옮겼다고 하는데, 도대체 얼마나 많은 경호시설과 예산이 늘어났는지 역대 대통령들과 한번 비교해보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경호시설보다 무려 20배가 넘는 토지매입비
대통령이 퇴임하면 경호를 위한 부속건물과 경호 인력이 배정되는데, 이에 따라 김대중 전 대통령은 경호 시설에 69평, 노무현 전 대통령은 443.8평, 이번 이명박 대통령은 648평으로 조사됐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동교동 사저는 기존 주택을 재건축했기 때문에 실제로 평수가 적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방에 짓다 보니 여유 있게 경호실 공간을 늘렸지만, 오히려 부지 매입비는 2억 5900만 원으로 제일 적습니다.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의 사저 경호실 공간이 648평으로 김대중, 노무현 등 역대 대통령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넓다는 사실입니다. 서울에서도 비싼 강남구 서초구에, 그것도 면적은 제일 넓어, 부지 매입비로만 42억 8000만 원이 소요되었습니다.
청와대에서는 1필지만 팔지 않으려는 땅 주인 때문에 3필지 전부를 샀다고 하는데, 이런 변명은 너무 변명을 위한 변명처럼 보입니다.
우선 청와대는 논현동 주택이 경호상의 이유 때문에 부적합했다고 하면서 만약 논현동에 경비시설을 매입하여 건축한다면 비싼 땅값 때문에 제대로 경호시설을 세울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런 이유라면 먼저 경호실 부지에 대한 조사가 깊이 있게 진행됐어야 합니다. 10여 군데 수도권 지역을 물색하면서 이 지역이 강남의 마지막 부동산 투기 지역이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실제로 청와대는 2010년 이명박 대통령 퇴임 이후 사저 경호시설 예산으로만 무려 70억 원을 신청했었습니다. 그러다 40억 원으로 삭감되자 볼멘소리를 하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하는데, 굳이 역대 대통령보다 수십 배 많은 국가 예산을 쓴다는 정당성을 과연 국민이 이해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입니다.
■ 3년 차 직장인 아들이 무슨 돈으로? 재산 공개하지 않았던 이유가?
▲ 2002년 7월 3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히딩크 감독에 대한 명예시민증 수여식에서 이명박 서울시장의 아들(운동복 차림)과 사위(왼쪽 옆 모습)가 갑자기 나타나서 히딩크 감독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히딩크 감독이 이명박 시장 아들이 신고 있는 슬리퍼를 내려다보며 웃고 있다. ⓒ 권우성/오마이뉴스
이번에 구입한 내곡동 사저는 이명박 대통령이 아닌 아들 이시형 씨 명의였습니다. 이시형 씨는 매형 조현범 씨가 부사장으로 있던 한국타이어에 인턴사원으로 입사한 후 3개월 만에 정규직으로 올라갔고,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처남 김재정 씨와 큰아버지 이상은 씨가 설립한 ‘다스’에 입사했습니다.
이시형 씨는 계속되는 ‘특혜 채용’ 파문을 일으키면서, 현재 다스 해외영업팀 차장으로 고속 승진한 3년 차 직장인입니다. 그런데 이번 내곡동 사저는 부지 매입비만 11억 2000만 원입니다. 직장 3년 차, 아무리 직책이 차장이지만 이런 서초동 노른자 땅을 구입할 여력은 없었을 것입니다.
청와대에 따르면 내곡동 사저 구입 자금 중 6억 원은 김윤옥 여사 소유의 논현동 대지를 담보로 이시형 씨가 농협에서 대출받았고 나머지 5억 2000만 원은 친척들에게 빌렸다고 밝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장남 이시형 씨는 공직자 재산공개에서 ‘독립생계유지’라는 명목으로 재산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이 대통령의 아들 재산이 과연 얼마나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농협에서 대출받은 돈 이외의 자금이 진짜 친척에게 빌렸는가도 의문입니다. (나중에 차용증 공개하겠다고 하는데, 진짜 친척끼리 차용증 써주는 것도 웃기지 않습니까? 저희 집만 그런가요?)
가장 납득할 수 없는 문제는 이번 내곡동 사저 구매를 이시형 씨 개인 명의가 아닌 청와대 경호실과 함께 공동으로 구입했다는 사실입니다.
역대 대통령들의 경호시설은 기존 사저 옆의 부지나 주택을 경호실이 별도로 매입하는 것이 관행입니다. 노태우 대통령의 경호시설은 사저 옆 자신 소유 공터에 임시 건물로 대체했으며 김영삼 대통령은 사저 옆 민가 두 채를 매입해서 경호시설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3필지인 내곡동 사저가 복잡한 상황이라, 나중에 토지 분할과 명의 변경을 하겠다고 하는데, 이런 절차상의 문제조차 편법을 사용하는 모습을 구태여 이명박 대통령만 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지 국민은 속 시원히 알고 싶을 뿐입니다.
ⓒKBS 뉴스
■ 왜 굳이 서초구 내곡동으로? 최고의 재테크 대통령
서초구 내곡동 한정식집 ‘수양’은 예전부터 상견례 장소로 각광을 받을 만큼 주위 풍광과 위치가 수려한 지역입니다. 그런데 이 땅을 보면 아주 최고의 부동산 투자지역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앞쪽으로는 고급 전원주택이 밀집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곳이 옆으로는 공원과 뒤로는 숲이 감싸고 있으며 앞쪽으로는 경부고속도로, 분당 고속화도로와 가깝게 위치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강남 중심지와도 가까워, 속칭 말하는 공기 좋고 교통 편리한 요지 중의 요지입니다.
내곡동 사저 지역은 2006년 이명박 서울시장이 그린벨트를 해제하여 노란색 표시가 된 지역부터 시작해서 현재 지구단위 개발구역으로 지정되어 개발을 앞둔 강남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입니다.
지역 부동산 투자가들이 평가하길, 부지 가격만 50억 원짜리 이 내곡동 사저는 조만간 땅값만 평당 2500만 원으로 평당 600만 원에 산 지금보다 두 배 가까운 110억 원까지도 오를 전망입니다.
현재 내곡동 사저는 총 세 필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희한하게 모든 필지에 경호실과 이시형 씨가 함께 복잡한 지분으로 구성되어 있어,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을 지경입니다. 나중에 청와대가 토지분할과 명의변경을 한다고 해도, 최소 140평은 이시형 씨 또는 이명박 대통령 명의가 될 것입니다.
간단하게 140평만 기준으로 해도 토지매입비용 11억 2천만 원을 투자하여 200% 수익인 24억 원을 순식간에 번 것입니다. 서민들이 2억 원을 몇 년 안에 벌기도 힘든 시기에 24억 원을 (나중에 신축하면 얼마나 뛸까요?) 버는 모습을 보니, 역시 이런 일에는 CEO 출신 대통령, 재테크 대통령답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혹자는 말하길, 대통령 사저를 쉽게 팔 수 없다고 하지만 지금 내곡동 사저는 아무런 정치적 역사가 없는 그냥 그린벨트 해제 개발구역일 뿐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동교동 자택이나 김영삼 대통령의 상도동 자택처럼 어떤 정치적 역사가 살아 있는 것도 아니고, 대통령 사저로는 처음 일반인에게 개방되거나 지역을 부흥시킨 노무현 대통령의 봉하마을처럼 지역 공동체 역할도 아닙니다.
나중에 이시형 씨가 팔아도 그만인 아무런 역사적 가치도 없는 부동산 개발지역인 땅에, 이 대통령 퇴임 후 사저를 지어야 하는가는 그가 말뿐인 경제대통령이 아닌 지나치게 부동산 투자(투기?)의 귀재였다는 사실을 증명시켜주고 있습니다.
역대 대통령들은 항상 퇴임 이후 호화 사저에 대한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상도동 집에 못 하나 박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겠다’라는 취임 당시 말과 다르게 신축을 해서 논란이 되었고, 김대중 대통령은 불편한 다리 때문에 리프트 시설을 만들었다가 호화 건축 시비에 말려들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사저를 ‘아방궁’으로 부르며 맹렬히 공격했던 한나라당은 작년 이명박 대통령 초호화 사저 논란이 일자 ‘순수 경호시설 비용만 70억 원이었다’라는 해명만 내놓았습니다.
대통령이 퇴임하고 나서 어느 정도 규모의 시설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저는 봅니다. (물론 범법자와 학살자는 제외) 김대중 대통령은 노벨상 평화상 수상자입니다. 그에 걸맞은 역사 유물관도 필요하고, 김영삼 대통령의 상도동 자택도 어찌 되었든 한국 정치역사의 배경입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는 노무현 대통령의 봉하마을처럼 어떤 귀농이나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의 장소도 아니고, 역사적 배경도 전혀 없습니다. 그런 곳에 국민의 세금이 수십억 원씩 투입된다는 일이 진정 적합한 퇴임 이후의 준비일까? 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습니다.
제가 볼 때에 이명박 대통령은 퇴임 이후를 준비하는 사저를 아무리 호화롭게 지어도, 그곳에 거주하고 있는 시간보다, 서초동 법원에 가는 날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교통편 때문에 가까운 서초구 내곡동에 사저를 마련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까닭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