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와 새누리, 화를 자초하는군요... [바람부는언덕님 글]
<방귀뀐 놈이 성낸다는 것을 보여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기자회견>
어제(14일) 아침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였습니다.
기자회견에 '긴급'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을 보면 사안이 얼마나 중요하고 긴박한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대선이 불과 5일 남은 현 판세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매우 안좋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TV 토론에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에 의해 '다카키 마사오', '전두환으로 받은 6억', '박정희가 남긴 장물 문제' 등 그동안 쉬쉬해 왔던 치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줄푸세와 경제민주화가 같다',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지하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에서 드러나듯 개념 부족과 각종 시국 현안에 대한 이해 부족 등으로 자질과 능력 문제가 제기되었으며, 최근에 연이어 터진 각종 의혹과 악재들로 인해 새누리당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박근혜 후보 본인이 속된 말로 '멘붕'이 올 지경일 것입니다. '다 된 밥에 재가 뿌려지는 심정'이란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아버지의 신화를 이 땅에 복원시키고 그 찬란했던 과거의 권세와 영광을 다시 맛볼 수 있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란 자리가 바로 눈 앞에 있는데, 이제 거의 손에 넣은 듯 싶었던 그 자리가 다시 멀어져가는 듯 하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었는지 분위기 전환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모 아니면 도요, 이판사판 공사판'입니다.
박근혜 후보의 기자회견은 그러나 결과적으로 매우 안좋은 선택이 되고 말았습니다. 왜냐하면 기자회견을 통해 '흑색선전과의 전면전', '정치공작', '모략', '성폭행범이나 할 수법'등의 원색적인 표현까지 해가며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를 강도높게 비난했지만, 결국 자신의 입장만 나열하고 황급히 자리를 떴을 뿐 국민들이 알고 싶어하고 듣고 싶어하는 소위 '십알단'이라고 불리워지는 댓글 알바조직과 새누리당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정확하지 않은 사실로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에게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는 황당함을 보여주기까지 했습니다. 최근에 불거진 의혹 중에 민주당이 관여되어 있는 것은 '국정원 여직원 사건'과 'TV토론 아이패드 컨닝' 의혹에 관한 것입니다. '새누리당과 사이비 이단종교 신천지'와의 연관설, '박근혜 후보의 대선승리 굿판', '새누리 댓글 부대 사건' 등은 민주당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안입니다. 그런데 박근혜 후보는 이 모든 의혹의 배후를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이 점은 정확히 구분해서 말씀하셔야 한다고 봅니다. 또한 '국정원 여직원 사건'의 경우 정황과 의혹, 그리고 국정원 여직원의 이후의 행동 등으로 보면 석연찮은 구석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조사가 진행 중에 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보는 것이 마땅합니다. 'TV토론 아이패드 컨닝' 의혹과 관련해서는 물론 정확하지 않은 사실을 거론한 민주당의 책임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 역시 지참해서는 안되는 가방을 토론회의 자리에 가지고 들어간 것은 규정을 어긴 셈입니다. 누가 누구를 탓할 입장이 아니란 것이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 사안의 중대성에 있어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새누리당의 불법댓글 알바 사건'에 대해서 말씀 드리자면, 만약 불법선거운동에 새누리당이 개입되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면 이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진상 조사에 응하고 수사에 협조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처음에는 '당과는 전혀 무관한 개인의 일'이라며 언론플레이를 하더니, 오히려 '민주당과 선관위가 모종의 거래가 있지 않나 알아보겠다'라며 '선관위의 선거개입 의혹'을 거론하고 나왔습니다. 이와 함께 선관위가 오피스텔 임차료가 새누리당 국정홍보대책위원장 명의로 지급됐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을 두고 '선관위가 보도자료를 뿌린 것은 위법이므로, 법적 대응을 검포하겠다'며 도리어 으름장을 놓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옛말에 '방귀 뀐 놈이 성낸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새누리당이 하는 꼴이 바로 그 짝입니다. 선관위의 의해 적발된 불법선거운동원들이 새누리당과 관련되어 있다는 증거들이 속속들이 들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 및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 등을 해도 모자랄 판에 끝까지 발뺌과 물타기로 일관하고 있는 새누리당이 공당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가 무엇보다 의문입니다.
문제의 오피스텔에서 박근혜 후보의 이름이 찍힌 임명장이 발견되었고, 'SNS 미디어 본부장'이라고 찍혀있는 책임자 윤모씨의 명함과 새누리당의 소셜네트웍크서비스 전략을 담은 문서 등도 함께 발견되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새누리당이 이 조직에 연관되어 있다는 물증은 충분한 셈입니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처음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당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사실 자체를 부인하다가 추가로 윤씨가 직원들의 활동 실적을 '당 가계부채특별위원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에게 수시로 보고했고, 특히 윤씨 사무실 임차비용을 '박 후보 선대위 국정홍보대책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이 부담했다고 선관위가 발표하자 "윤씨와 국정홍보대책위원장인 권모씨는 오랫동안 알아온 사업 파트너로 윤씨가 SNS 사업을 시작할 때 윤씨는 사무실 집기 구입비를, 권씨가 사무실 임차비용을 2000만원씩 지불한 것"이며 "윤씨가 당에서 임명장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어떤 업무를 보고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또 다시 둘러댑니다.
그리고 오늘 시사IN은 또 하나의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박근혜 후보가 지난9월 ROCT 정무포럼 (친 새누리 성향의 보수단체)의 정례세미나에 참석해서 6분간 축사를 한 후 'SNS 현황과 전략'이라는 7분짜리 발표를 들었고, 이 자리에서 발표자는 "정무포럼 30명의 SNS팀을 주축으로 해서 매해 300만 명에게 노출해 여론 형성을 해나갈 것이다. 매주 정기적인 미팅으로 자료를 준비하고 SNS 활동 이슈를 만들어 가고 있고, 영향력이 큰 일반 논객들과 '새마을포럼'을 공동으로 조직하여 이미 30여 명의 논객들이 활동하고 있다. 9월말 100명, 10월 말 300명을 확보할 예정이다"라는 내용을 박 후보 앞에서 발표했다는 것입니다. 보도된 바와 같이 '새마을포럼'은 윤씨의 오피스텔에서 나온 증거물 파일 중의 하나입니다. 이처럼 이번 사건이 '윤씨 개인의 자발적 행위일 뿐 당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는 새누리당의 해명은 하나씩 밝혀지는 사건의 전말들로 인해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동안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새누리당의 알바조직인 일명 '십알단'의 존재가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었는데 이번에 그 실체가 밝혀진 셈입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박근혜 후보도 이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시사IN의 보도가 그것을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작년 서울시장 선거의 패배 이후로 새누리당에서는 SNS의 파괴력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고 상대적으로 취약한 이 분야를 위해 많은 공을 들여왔습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본성을 어쩔 수 없나 봅니다. SNS란 일반 다수 대중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공유하며 소통하는 공간입니다. 여론이 형성되는 자발적인 공간이며 열린 공간입니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이렇듯 자발적이고 자유롭게 공유되고 소통되어야 할 공간을, 조직적으로 강제하고 구속하며 호도하는 기만행위를 벌여온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에 문제를 제기하는 선관위에게는 '법적대응'을 민주당에게는 '흑색선전과의 전면전'을 선포하고 있는 것입니다.
선관위에 등록되지 않은 사무실에 임대료를 당에서 제공했다면 이것은 명백한 불법선거운동에 해당됩니다. 새누리당은 미등록된 사무실에 임대료를 지불했고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SNS를 통해 여론을 장악하기 위한 불법행위를 했습니다. 자신들이 불법선거운동을 해 놓고도 사과와 반성을 커녕 적반하장식의 논평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공당으로서의 자격도, 대통령 후보로서의 자격도 이미 상실하였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들이 흑색선전이고 음모이며 정치공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의 생각은 박근혜 후보의 인식과 달라도 한참 다른 것 같습니다. 사회 정의와 공의, 시대가치와 미래비전, 합리적 이성, 엄격한 도덕적 기준 등등의 거창한 담론을 거론하기 전에 저는, 이 시대와 사회 그리고 이 땅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저 상식에 준하는 생각과 행동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이 시대의 보편적 상식이 무엇인지 먼저 돌아보기를 바랍니다.
자꾸 과거의 잣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려 하니 시대가 요구하는 보편적 상식과 동떨어지는 언행을 되풀이하게 된다는 사실을 부디 성찰하기 바랍니다.
그것이 정권을 잡는 것보다,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일테니까요.
적어도 부끄러움은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것이 사람이 동물들과 다른 점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