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2.23 08:01 수정 : 2011.02.23 13:43
이번 사건 흐름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22일 “사건 당일 국정원 직원이 문을 따고 들어간 게 아니라 호텔 관계자를 불러 문을 열게 했다”며 “통상 이런 일은 이렇게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과거에도 여러 곳에서 이런 일이 몇차례 더 있었는데 드러난 적이 없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남대문경찰서도 이날 특사단 숙소에 남녀 3명이 침입했을 당시 또다른 사람 2명이 더 있었다고 밝혔다. 서범규 남대문경찰서장은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에 3명이 등장하는 6분 사이에 2명이 더 등장했는데, 1명은 청소하는 아줌마(여성 노동자)인 것으로 보이고 다른 1명은 남자인데 신원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폐쇄회로텔레비전 화면상에서 이 남성은 국정원 직원 3명이 객실에 들어갔다 나오는 동안 호텔 복도를 서성이고 있었다.
<한겨레> 취재 결과, 국정원은 롯데호텔에 상시적으로 객실을 빌려 사용하고 있으며, 당시 사건이 일어난 19층보다 위층에 다른 관계자들이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건 직후 특사단이 호텔 쪽에 항의하자, 국정원 팀장이라는 사람이 찾아와 노트북을 되돌려주며 “위층에 있는 내 노트북을 가져오라고 했는데 부하 직원이 층수를 잘못 알고 다른 객실에 들어갔던 것”이라고 해명했다는 보도(<한겨레> 21일치 1면) 내용과도 일치한다.
이와 관련해 롯데호텔 관계자는 “확실하게 발표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며 “말을 최대한 아끼고 조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자는 입장이며, 수사 방침에 따를 뿐”이라고 말했다.
앞서 인도네시아 특사단을 이끌고 방한했던 하타 라자사 경제조정장관은 21일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침입자는 방을 잘못 알고 들어온 호텔 손님들이었고, 2061호 대신 1961호에 들어왔던 것이며 오해가 풀렸다”고 설명했다. 이런 설명은 사건 발생 직후 국정원이 설명했다는 내용과 매우 유사해, 사건 경위와 해명 내용에 대해 양쪽이 모종의 협상을 통해 말을 맞춘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최재성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한나라당 정보위 간사인 황진하 의원과 정보위를 열기로 합의했다”며 “이르면 다음달 4일 정보위를 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보위 소속 한 의원은 “이번 사건은 국정원과 다른 기관의 갈등 및 국정원 내에서 이상득 의원 라인으로 인한 갈등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갈등에 연루된 기관을 아직 특정해서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