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선인의 인수위원회 인선작업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차기 정권에서 '영리병원 1호'가 나올 수 있을지 의료계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송도국제도시에 설립될 예정인 송도국제병원이 영리병원으로 사업방향을 바꿔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인천시는 송도국제병원을 '비영리 병원'으로 짓겠다는 방침이었지만 박근혜 정권 출범 이후 '영리병원'으로 방향을 전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비영리 병원 추진하던 인천시, 방향 변화 가능성=이 같은 변화 조짐은 인천시 내부에서 먼저 감지되고 있다. 대선 직전까지는 "비영리 국제병원을 짓겠다"는 입장이 인천시의 공식 입장이었지만 대선 이후 인천시 내부에서 입장 변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인천시 한 관계자는 "현재 송도국제도시에 들어서는 국제병원의 영리·비영리 여부는 밝힐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고 전제하며 "그러나 새 정부가 들어서는 만큼 (비영리로 추진하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인천시는 국내 대학병원과 해외 대학병원이 함께 컨소시엄을 꾸려 송도에 비영리 국제병원을 짓는다는 밑그림을 그려놓은 상태다. 서울대병원이나 하버드의과대학 등과 구체적인 협상도 진행해왔다.
인천시의 이 같은 비영리 병원 원칙은 정치 논리와 맞물려 결정된 것이다. 총선과 대선으로 정치 논쟁이 첨예화하던 상황에서 민주통합당 출신인 송영길 시장이 직접 나서 '영리병원 1호'을 추진하는 것은 그 자체가 큰 부담이었다. 여기에 문재인, 안철수 등 야권 대선후보들도 지난 유세에서 "영리병원은 안 된다"고 입을 모은 바 있다. 이렇기 때문에 인천시 입장에서는 드러내놓고 '영리병원' 검토를 하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박근혜 당선인, 영리병원 1호 긍정 검토할 수도=하지만 박근혜 당선인은 야권 후보들에 비해 '영리병원' 문제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리 병원 논의가 가져올 정치적 파장 때문에 직접 언급은 자제해왔지만 박근혜 캠프 소속 일부 의원들은 "이명박 정부처럼 제한된 지역에서 영리병원은 검토해봐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
지난 11월 '대선후보 캠프초청 보건의료공약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당시 그는 "영리병원의 무분별한 확대는 반대하지만 제한된 범위에서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송도나 제주 등 경제자유구역에서 제한적으로 영리병원의 물꼬를 트겠다는 기존 정부 입장을 사실상 이어가겠다는 발언이다.
이 때문에 영리병원은 시범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제한된 지역' 결정이 관건이다. 송도국제도시에서 영리병원 1호가 나올 수 있다는 주장도 결과적으로 송도국제도시의 여건이 영리병원 설립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의료비를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영리병원 특성상 외국인 거주 비중이 높은 송도국제도시가 최적의 후보지"라며 "송도 외 지역에서 영리병원 사업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송도국제도시는 중국 등 외국 환자 유치나 해외 임상시험 유치 등에서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이에 따라 송도국제도시의 영리병원 1호 추진 여부는 앞으로 인천시와 차기 정권이 어떻게 현안들을 조율하느냐에 따라 속도를 낼 수 있다. 송도국제병원의 허가권은 인천시가 갖고 있어, 인천시가 비영리 방침을 바꾼다면 성사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