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참 쫀쫀하고 통이 작은 사람입니다. 세상에 보도 블록 10계명이 뭡니까? 또 한해를 마무리하는 싯점에 자랑할 것이 얼마나 없었으면 서울시 전역에서 보도 공사하는 곳이 단 3곳 밖에 없다는 것을 자랑합니까? 그런데 제게는 박원순의 쫀쫀함이 소중해 보입니다.
조직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조직 전부를 바꿀 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주요한 조직의 습관 하나를 바꾸면 전부가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1987년 말 총 자산 40조원에 년 매출 18조원의 알루미늄 생산, 제조회사 <알코아>는 새로운 최고경영자로 '폴 오닐'은 선택했습니다. 경영불안에 따른 경영진 교체였습니다.
<알코아>는 폴 오닐을 제대로 알려 투자자를 안심시키기 위하여 주요한 투자자와 기자 그리고 주식분석가 등을 초대합니다. 이런 경우 신임 최고경영자는 출신학교을 은근히 자랑하고 글로벌한 지구 경제에 대한 자신의 식견, 업계에 대한 비젼 그리고 자본주의에 대한 신념 등등을 이야기하면서 안심시키는 것이 관행입니다.
그런데 폴 오닐은 알코아가 안전사고가 그리 많은 회사는 아니지만 자기는 알코아를 안전사고 제로인 회사로 만들겠다는 말을 중점적이고 집중적으로 장황하게 설명합니다. 투자자들과 주식분석가 난리가 납니다. "정신 나간 히피를 최고경영자로 뽑았다"면서 자기 고객에게 알코아 주식을 팔 것을 권합니다.
그런데 오닐이 최고경영자가 된 후 1년만에 알코아는 기업 역사상 최고의 이익을 올렸고, 그가 퇴임한 2000년도에는 연간 순이익이 취임 전 보다 5배로 증가했습니다. 만약에 그가 취임하던 날 알코아에 10억을 투자했다면 배당금만 10억을 받았을 것이고, 주식가치는 50억이 되었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안전사고 제로인 회사를 만드는 과정에 회사 내부의 의사소통 체계가 바꼈고, 사고 발생시 재발을 방지하는 시스템을 확립하는 과정에 생산 공정 및 관련 시스템이 개선되었고, 안전 사고 제로라는 목적은 노동자들과 경영자들의 반발을 막고 협조가 가능한 회사 분위기를 만들게 된 점 등의 요소가 작용한 결과입니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 한파가 몰아칠 때 두가지 핵심사항을 지적했습니다. 하나는 노숙자 동사자가 없도록 할 것과 보도 블록 공사가 없도록 하는 것이었죠. 이는 서울시가 서울시에 거주하는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안전을 책임지겠다는 선언이고 시민의 혈세를 낭비하지않겠다는 선언의 의미를 가집니다.
동사자 제로를 만드는 서울시 시스템과 공무원의 의식변화 그리고 겨울 보도 공사가 없도록 공무원과 시민들이 신경쓰는 과정에 생성될 의식과 관행의 변화, 이것을 잘 키울 수만 있다면 엄청난 일이 일어날 것 같지 않습니까? 이런 박원순 시장이 2018년까지 서울시정을 맡는다면 서울시가 어떻게 변할까요?
생각만해도 기분 좋아지는 상상입니다. 내년 보수(?) 언론, 새누리당, 토건족, 부동산족 등의 박원순 시장 공격이 예상됩니다. 이 공격에서 박원순 시장을 지키는 것은 박원순 시장이 한 일을 제대로 정확하게 알리고 그 일이 갖는 의미와 비젼을 확산시키는 일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알릴 책임이 바로 그를 시장으로 임명한 우리들에게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생각해보세요. 멀쩡한 보도 블록을 전혀 미안도하지않고 뜯어내던 관행을 말이죠. 특히 공사하기 어렵다는 겨울에 그 짓을 하는 것을 보고도 무덤덤해진 우리들도 문제는 문제였죠. 그래서 오닐의 안전사고 제로와 박원순 시장의 보도 공사 제로는 기가 막히게 매치되는 점이 있습니다.
한파가 며칠동안 한반도와 서울을 몰아쳤습니다. 이런 때 제가 가장 강조한 것은 길거리 노숙자들의 동사자가 없도록 할 것과 연말 보도공사 절대로 없도록 할 것, 두가지였습니다.
겨울철 노숙인 특별지원대책으로서 위기노숙인 24시간 응급지원체계를 운영하고, 서울 전지역 주야간 아웃리치활동, 거리노숙인 상주지역에 찾아가 시설입소 안내, 서울역.영등포지역 등 거리노숙인 밀접지역에 350명 이용가능한 긴급잠자리 제공, 공동생활이 어려운 질환자.가족노숙인 전용 쪽방 70개소 확보, 알콜의존증.정신질환노숙인 진단 및 시립병원 입원조치, 민간단체 등의 지원을 받아 방한물품 지급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또한 연말보도공사 역시 일일보고를 받아 철저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연말의 예산낭비와 부실공사 없도록 하고 있는 ...것이죠. 어제인 12월 28일 현재 서울시내 전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보도공사는 단 3건입니다. 용산구 한남로 침수방지공사, 강북구 지하철 승강기 편의시설, 서추고 Any Tower 신축공사 3건이고 모두 안내간판과 현수막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자하문로 보행환경개선공사와 독립문역 에스컬레이터 설치공사는 긴급성이 없는 공사인데 추진하고 있어 제재조치를 취하고 공사를 중단시키거나 빨리 완공하게 했습니다.
이미 보도블럭 10계명을 정하여 서울시 모든 기관과 자치구가 지키도록 하고 있고 어기면 각종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동절기(12월-2월) 보도공사를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연말이면 어김없이 멀쩡한 보도블럭 파헤치는 공사 이제 서울에는 없습니다.
보도블록 10계명
1. 보도 공사 실명제
2. 하자 발생 시공업체 최대 2년간 입찰 제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3. 공사 시 보행 안전 도우미 배치
4. 동절기 공사 관행 방지
5. 파손자가 보수 비용 부담
6. 424명 거리 모니터링단 활동
7. 스마트폰 신고
8. 보도 위 오토바이 주행, 주정차, 적차 단속
9. 공사 시 납품 물량 3% 남겨 파손블록 신속 교체
10. 시-자치구-유관기관 협의체 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