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 부정선거, 전자개표기의 허점PC로 중앙선관위에 개표 데이터 전송한 이후로는"잘 모르겠다"? 정병진 기고 전자 개표기 불신, 철저한 수개표가 해법 투표지 검표는 신속성 보다는 정확성 앞으로 전자 개표 계속되면 투표 포기자 많아질 것 민주당과 문재인은 투표지 수개표 요구 거부해서는 안돼 수개표는 공직 선거법에서 규정한 사항이 아닌가
▲ 선관위 투표지 검표문구 "개표는 신속성 보다 정확성이 요고됩니다"라고 나와 있다. ? 정병진
[플러스코리아]정병진 시사칼럼= 지난 1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회에서 개표 시연회를 열었다.
이는 국민적 개표조작 의혹을 풀고자 민주당 요청으로 마련된 자리였다. 하지만 당초 의도와 달리 이경목 교수 폭행사건, 개표 오류 발생, 6천표 개표에 2시간 넘는 긴 개표시간 따위로 불신만 더 키운 셈이 됐다. 필자는 며칠 전 여수시 선관위 방문과 담당 직원과의 통화로 이번 대선 개표에서 제대로 된 ‘수개표’가 없었음을 거듭 확인했다. 직원의 설명에 따르면 전자 개표기(투표지분리기)를 거쳐 나온 100매 단위의 투표지 묶음을 심사 집계부에서 한 번 쭉 훑어보는 것으로 검표는 끝났다. 그는 그게 ‘수개표’라 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중앙선관위 개표 매뉴얼을 보면 “개표는 신속성보다는 ‘정확성’이 요구 된다”고 큼지막이 적혀 있다. 심사 집계할 때에는 2-3번씩 검표하라는 지침도 나온다. 이게 그저 대외 홍보용 문구에 지나지 않았음은 직원의 개표 과정 설명에서 곧 드러났다. 개표할 때 개표 사무원들이 매뉴얼대로 투표지를 한 장 한 장 두세 번씩 검표한 일은 없었다. 비단 여수 개표소만 아니라 전국 개표소 상황이 거의 엇비슷했던 것으로 보인다. 전자 개표기가 2002년 도입된 이래 이 같은 개표 방식은 줄곧 계속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 때만 수개표가 없었던 건 아니라는 이야기가 된다.
현재 선진국 중에 '전자 개표기'로 개표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기술이 부족해 그런 게 아니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개표하면 얼마든 조작 가능한 위험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한데도 한국은 전자 개표기 사용을 여태 당연시 해왔다. 여기에는 IT강국이란 자부심과 한국 특유의 ‘빨리 빨리 문화’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또한 2002년에 부정선거 논란을 거쳤으면서도 여야가 이 문제를 지금껏 소홀히 여긴 측면도 있다.
▲ 개표장에 연결된 PC ? 정병진
투표지는 위원장이 최종 검안하고 연결된 PC로 중앙선관위에 그 개표 데이터를 전송한 후, 그 이후 개표하는 방송사에 어떻게 보내는 지 선관위 직원도 잘 모른다?
선관위 방문으로 알게 된 충격적 사실은 더 있다. 투표지는 위원장이 검안하고 공표한 뒤 보고석에서 인터넷이 연결된 PC로 중앙선관위에 그 개표 데이터를 전송한다. 직원에게 그 다음 어떤 과정을 거쳐 각 방송사에 개표결과를 실시간으로 알려지는지 물어봤다. "그 이후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상세히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선관위 직원이 잘 모르면 대체 누가 알까?
이러니 중앙선관위에 전송된 데이터와 방송사가 보도하는 개표 데이터를 꼭 비교해봐야 하는 거다. 그럼에도 중앙선관위는 한 시민이 정보공개를 청구한 방송사에 실시간 전송한 1분 단위 개표 데이터 공개를 거부했다. 그러다 당선무효소송 마감 시한이 지나자 없다던 1분 단위 개표 데이터를 슬그머니 공개했다.
선관위 직원에게 대선 때 사용된 전자 개표기(투표지 분류기)를 좀 보여 달라했다. 이번 대선에 사용된 투표지 분류기는 투표지와 함께 봉인돼 있는 상태라 보여줄 수 없단다.
그러면 전자 개표기가 나오는 영상이나 자료라도 보여 달랬더니 <투표지 분류기 설치 운영 방법>이란 직원 교육용 DVD를 꺼내 주었다. 프로그램을 살펴보니 비전문인 내가 봐도 매우 단순하고 다소 조잡해 보였다. 쉽게 말해 <한글 2010> 설치 프로그램보다 설치는 더 간단해 보였고 각종 에러에 대한 대처 요령은 장황하게 이어졌다. 대략 3분의 1 가량 이상이 에러가 났을 때의 대처 요령을 담고 있었다.
이 자체가 전자 개표기 프로그램이 그만큼 허술함을 방증한다. 아마 웬만한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보더라도 대번 헛웃음부터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일반인들은 국가기관 그것도 국가의 중대한 선거를 담당하는 선관위의 선거 프로그램이니만큼 상당히 정교할 것이라 예상할 것이다. 실상 의외로 그렇지 않다. 우린 상당히 미심쩍은 전자 개표기로 대선을 치렀다.
중앙선관위가 자신 있게 선보인 이번 개표 시연회에서마저 한 투표구의 2천표 중에 90표 오류(4.5%)가 발생한 사실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 ? 정병진 민주당과 문재인 의원은 수개표를 위한 당선무효소송에 나설 뜻이 없음을 밝혔다. 수개표 요구를 갈망하던 시민들로서는 심히 분통터질 노릇이다. 사실 그들의 수개표 요구는 기어코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관철시키려는 게 아니다. 국민의 신성한 주권을 상징하는 표가 일부에서 제기하는 의혹처럼 개표조작으로 실제 휴지조각이 되었는지 여부를 투명하게 확인하자는 거다. 더욱이 수개표는 공직 선거법에서 규정한 사항이 아닌가.
끝내 수개표가 안 이뤄지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전자 개표가 계속 된다면, 개표 불신으로 더 이상 투표하지 않을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 휴지조각 될 걸 예상하면서 왜 그 바보짓을 다시 하겠는가. 제발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 중앙선관위 뿐만 아니라 박근혜 당선인도 향후 5년을 떳떳이 통치하고 선관위가 공신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국민들의 간곡한 수개표 요구를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