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굴욕, 한국 IT는 생존의 위기 [TwilightZone님 글]
혁신의 몰락
불과 얼마전 스티브 잡스 타계 이전 애플은 말 그대로 이노베이션의 상징이었다.
1988년 iMac으로부터 2007 iPhone을 거쳐 2010년 iPad까지의 12년의 기간 동안 신제품
은 계속 새로운 혁신의 연속이었다.
With Steve Jobs’ comeback in 1998 to the Apple Company, he has only brought the company forward with his novel gadget ideas and innovative developments.
스티브 잡스 사후 애플은 추가적으로 몇개의 모델이 나왔지만, 그것은 그 이전의
제품이 나오면서 거듭했던 Innovation 과는 근본적으로 틀린 방향이었다.
잡스가 새로운 제품들을 시연하면서 경쟁사들을 "카피캣"이라고 조롱하던 그 특유
의 억양이 더 생각나게끔 한다. 카피 캣들이 제품의 사이즈를 늘렸다 줄였다 하는
장난 같은 개발 수준의 신모델 출시와 다를 것 없는 애플의 이노베이션 실종은
스스로의 입지를 카피캣 수준으로 만들었다.
주가의 흐름 역시 불안하기 짝이없는 양상이다.
지난해 9월 19일 한때 705.07불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지난 주말 종가가 439.88달러로
최고치 대비 40%가까이 폭락하는 양상이다.
스티브 잡스 사망 때 주가 377달러까지 내려도 이상할 것이 있느냐하는 실망감이
시장을 지배하는 분위기이다.
혁신의 몰락, 그 자체이다.
삼성전자의 사상최대 실적
그러한 애플의 실망감이 나오던 상황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삼성은 이제 완전히
스마트폰 시장의 1위를 굳히며, 영업실적을 또다시 사상최고치로 올려세우는 공식
실적발표가 나왔다.
그렇다면 경쟁사의 몰락이 반사이익으로 돌아오는 것일까.
마치 토요타의 과거 몰락이 한국 자동차에 수혜로 돌아왔듯이?
그렇지 않다.
삼성전자 역시 시장에서는 애플과 비슷한 대접을 받는 형국이다.
애플의 주가 보다는 하락폭이 적다고 하지만 삼성전자 역시 10% 이상 하락하였고
하락 추세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단순히 주가 흐름만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한 한국 IT산업에는
생존의 위기로 반전될 수 있는 상황이다.
애플의 이노베이션을 삼성전자가 따라가는 모습이 이어지는 경쟁 기간 동안은 상호간
의 발전으로 승화되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측도 있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잡스
사망 이후 애플은 혁신이 종말을 맞았고, 앞서나가던 주자를 쫓아잡은 2등은 애시당초
혁신을 만들 능력이 없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스마트폰 업계의 전문가들의 의견도 갈리는 상황이고, 증권사의 의견도 양분화되지만
아직까지는 긍정적인 의견이 우세하다. 하이엔드 제품은 차별화로 인하여 앞으로도
성장성의 문제는 우려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증권사는 항상 한발 늦은 분석이 주류를 이룰 수 밖에 없는 한계를
이번에도 놓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노베이션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할 때, 예전 피쳐폰 산업의 버블 형성 이후 몰락의 모습
을 예측하지 못했던 모습이 그대로 반복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우려감이 더 크게 든다.
더군다나 이노베이션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관점을 벗어나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그것을 예측하고 평가한다는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진짜 카피캣이 다가온다
애플의 주가가 폭락을 하고 삼성전자의 실적발표가 나오던 그 때 IDC는 2012년
휴대폰과 스마트폰의 시장 점유율 집계 수치를 집계하였는데, 이 자료가 아주
흥미롭다.
정말 무서운 놈이 다가온다.
아래의 표를 보면 3위의 중국 화웨이의 등장이 이채롭다.
피쳐폰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산업의 세계 3위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한국의 LG와 일본의 소니를 넘어선 순위에 들어 선 것이다.
그 성장률 89.5%의 수치는 삼성전자를 앞지른다.
화웨이가 그동안 애플이나 삼성이 진입하지 않았던 저가 시장을 공략해왔다고는 하지만
저가 시장과 더불어 전문가들이 말하는 하이엔드 장벽까지도 진입할 계획이어서 이는
상당한 시장의 변화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제품의 이노베이션이 멈추면 시장의 이노베이션으로 이어진다.
중국이 손대면 생산 과잉으로 결론이 나는 경우가 대부분 산업의 흐름이었다.
조선, 철강 등의 굴뚝 산업이 그랬었고 최근에 태양광 산업이 또 그러한 몰락의 길을 갔다.
그러한 중국이 이번에는 스마트폰 산업으로 눈을 돌렸다.
중국은 이미 애플의 생산공장이 있었던 나름대로 노하우를 갖추고 있었던 상황으로
보아야 한다.
이번에는 바로 스마트폰 산업에 정말 무서운 카피 캣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 나온 IDC의 또 다른 집계를 보면 쉽지 않은 전망이 또 나온다.
스마트폰 수요의 BIg 5 국가의 시장 점유율 변화 예상 추이를 보면 미국과 유럽 등의
선진 시장은 상당히 입지가 축소된다. 중국 역시 점차 정점 형성 이후 줄어들며 인도나
브라질 등의 여타 신흥국의 점유율이 커지는 예상이다.
이 역시 향후 시장 구도 변화에서 애플이나 삼성에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
중국이 점유율이 줄어든다고는 하지만 2016년까지도 최대 시장이다.
바로 그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글로벌 점유율 3위까지 올라온 중국 기업이
바로 화웨이라는 것이다.
혁신없는 모방의 한계를 넘어서야
최근의 한국 경제와 주식시장은 IT와 자동차 산업의 부진한 전망으로 인하여 전망이 밝지
못하다. 그러한 요인에 엔화의 약세와 원화의 강세 요인을 거론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견
된다.
하지만 그것은 근본 원인으로 보기 힘들다.
원화가 절상되어 온 것은 2010년 이후 지속되어온 상황이었고, 삼성전자는 그 동안 지속적
으로 성장하였고 사상최대 실적은 바로 지난 2012년 4분기까지 지속되었다.
환율의 문제는 일부분에 불과하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동안 성장해왔던 산업의 환경 그 자체가 변화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된다.
수익이 얼마 쫌 더 늘었냐 아니냐를 따질 것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그 동안은 모방도 창조라고 외치면서 1등과의 경쟁의 구도였다고 보았을 때 2등의 입장
에서는 정말 쉬운 발전의 구도였다. 하지만 이제 1등의 위치에 올라섰다면 이제는 스스로
시장을 만들어가야 한다.
잡스 없는 애플이 이노베이션의 몰락으로 진입하였다면, 애플없는 삼성이 스마트폰 산업을
어떻게 끌고나갈지 비젼을 제시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고, 그 동안 보여준 모습에서 삼성에 대한 기대 보다 더 큰 불안함
이 부각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은 단지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산업의 핵심은 여전히 IT하드웨어 쪽에 비중을 두고 있으며, 최근 그 비중은 더 극대화
되는 양상이다. 그 핵심에 삼성전자가 있다.
스마트폰 산업이 우리 나라 경제에 미친 영향이 워낙이 크기 때문에, 또 그러한 상황으로
인하여 수출 대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지속되어왔다. 그렇기에 그 동안 쉬운 길을
달리면서 삼성은 자생력과 경쟁력을 키워 나갔어야 한다.
객관적으로 그렇게 긍정적인 모습을 막연히 기대하기에 쉽지 않은 과거 흐름이었다고 본다.
그렇다고 어려우니까 환율 타령이나 하면서 정책에 또 국민들에게 징징 대면 안된다.
또 지금은 징징 댄다고 해결될 상황도 아니다.
이제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입장에서 혁신없는 모방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
골목에서 자국의 소상공인을 상대로 어깨에 힘주는 골목대장이 아니라 진정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였다는 것을 인정받을 기회가 온 것이다.
그래야만, 잡스 생전에 겪었던 카피 캣의 모멸감을 스스로 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