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당선인, MB측에서조차 조롱 받다!
박근혜 당선인은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의 최대 실정으로 고소영 내각 등 '인사 실패'를 꼽아왔다. 그러던 박 당선인이 이명박 대통령측으로부터 '고소영 내각'이 '성시경 내각'보다는 낫다는 반격을 당했다.
그동안 박 당선인의 비판에 대해 부글부글 끓던 MB측이 각을 세우기 시작한 양상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 대통령 퇴임후 명운을 함께 하겠다고 밝힌 이동관 전 홍보수석은 21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박 당선인 인사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 전 수석은 대선후 박 당선인의 행보와 관련, "두 가지 인상적인 것은 '조용한 인수위'였다는 것이고, 인사와 관련해선 흔히 '밀봉인사' '깜깜인사'라는 비판"이라며 "인사와 관련해서는 이를테면 발표하는 순간까지도 이 사람이 왜 인선이 됐는지에 대한 충분한 배경설명 없이 이름만 발표하니까 사실 언론들이 혼란스럽고 당황스러운 부분도 있다. 자꾸 그런 것들이 쌓이니까 이런 비판이 나오고 지지율도 대선 때 지지율을 밑도는 50% 아래까지 나오니까 그러면 걱정이 새로운 정부 운영의 추동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된다"며 박 당선인 지지율이 대선득표율 아래로 떨어졌음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박 당선인의 '성시경 내각'에 대해서도 "성시경에 걱정되는 것은 현대국가의 국정운영에 민간의 자율과 창의를 어떻게 도입해서 잘 활용하는가 하는 게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그런 점에서 관료와 전문가에 의존하는 모습이라든가 그런 거 문제가 있을 수 있고, 또 한가지는 지금 정부, 시장, 시민사회, 이 세 축이 잘 균형을 이루면서 조화를 이루면서 혁신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쪽 시민사회나 시장의 목소리가 국정운영에 너무 반영이 안되고 정부가 너무 주도하는 모습으로 가면 균형이 깨질 수가 있다. 너무 일방통행식의 관료주도형의 경제로 갈 가능성이 있다, 과거처럼"이라고 힐난했다.
그는 더 나아가 "우리가 변명을 하면 '고소영 내각'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것들을 다 염두에 두고 반영을 했다, 노력을 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안배다' '탕평이다' 하는 정치적 구호가 아니고, 국정 운영을 위한 그것이 인사로 들어가는 거니까. 세 축이 잘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점에서 이해를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는 조금 편중된 느낌이 있다 하는 생각이 든다"며, 고소영 내각이 성시경 내각보다 우월한 인사였음을 강조했다.
그는 전문성을 중시한 결과라는 박 당선인측 반박에 대해서도 "그것도 조금 수긍하기 어려운 것이, 특정 학력이나 특정 고시 기수, 이런 사람들이 몰려있으면 저희들 정권, 청와대에서 보면 사람들이 어떻게 알고 찾아서 스며든다, 권력주변으로"이라며 "그것을 의도적으로 차단하지 않으면 말하자면 '끼리끼리 사고', 집단사고라고 하지 않나. 끼리끼리 문화가 금방 확산되고 퍼진다"고 힐난했다.
그는 "그러니까 한 두 명이 있어도 어떻게 알고 찾아 드는지 동창회, 학연·지연 총동원해서 접근을 한다. 그래서 제가 스며든다는 표현을 했는데 하물며 같은 지역이나 학연이나 아니면 비슷한 동기들이 모여있으면 그게 바로 권력의 사유화랄까 사적 공간들이 확대되는 것"이라며 "그것이 걱정"이라고 권력 사유화를 걱정했다.
그는 정부조직개편을 둘러싼 여야 진통에 대해서도 "개인적 사견으로는 역시 진흥과 규제는 같은 곳에서 맡고 있는 것이 맞을 것 같다. 한쪽은 규제만 하고 한쪽은 진흥 한다는 것은 문제가 충분히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며 방통위 분리에 반발하는 야당 손을 들어준 뒤, "우리가 내놓은 것 일점일획도 못 고친다 하면 야당도 물러 설 데가 없지 않나"라고 박 당선인을 힐난했다.
그는 단 한가지 박 당선인을 칭찬했다. 다름아닌 박 당선인이 '경제민주화'를 5대 국정목표에서 빼기로 한 것. 그는 "경제민주화 같은 것들을 뒤로 국정 목표에서 빼서 하위에 둔다거나 하는 것이 있었는데 그거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며 "사실은 어떤 면에서 보면 예상이 가능한 일이었다. 뭐냐면 국정이라는 것은 선거 구호가 아니다"라며, 평소 이 대통령이 반대해온 경제민주화가 뒷전으로 밀린 데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강기훈 "잠 안재우던 곽상도 검사가 이렇게 나타나다니"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 지명자가 지난 1991년 `강기훈 유서 대필사건'의 담당 검사였다는 사실이 도마위에 올랐다.
천주교 인권위원회, 인권운동사랑방 등의 인권단체는 지난 20일 성명을 통해 "곽상도 씨는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 수사에서 피의자 강기훈 씨 대한 잠 안재우기 고문, 참고인에 대한 강압수사와 협박 등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박근혜 당선인은 곽상도 민정수석 인선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강기훈(49)씨도 지난 19일 곽 수석 인선 발표 직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1991년 6월 서울지방검찰청 11층 특별조사실에서 잠 안 재우기를 담당하셨던 검사 양반, 이렇게 나타나셨다"고 반발했다. 당시 강 씨와 함께 조사를 받았던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관계자 임모 씨도 20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수사 당시 수갑을 채운 채 잠을 안 재우는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 곽 변호사가 그 수사팀 일원이었던 사실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이란 1991년 명지대 학생이던 강경대 씨가 시위 도중 경찰에게 폭행당해 숨진 것에 항의해 김기설 전민련 사회부장이 분신한 뒤, 전민련 총무부장인 강 씨가 김 씨의 유서를 대신 써줬다는 혐의를 쓰고 구속 기소된 사건이다.
강 씨는 이 사건으로 3년형을 산 뒤 1994년 만기 출소해 `공안검찰의 조작 사건'이란 의혹을 제기했고, 지난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강 씨가 김 씨의 유서를 대신 쓰지 않았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법원의 재심을 권고했다. 진실화해위는 당시 "강 씨의 구속 초기에 변호인 접견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밤샘조사를 한 일이 있고, 다른 피조사자를 상대로도 밤샘조사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수사 편의나 관행이었다고 하더라도 합리적인 이유 및 당사자 동의도 없이 휴식이나 수면을 제한하면서 밤샘조사를 한 것은 조사를 받는 사람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준다는 점에서 정당한 수사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1991년 당시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로 사건을 담당한 곽 내정자는 이에 대해 2007년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 와서 유서 대필이 아니라는 것은 난센스"라고 일축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강 씨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여 지난달 31일 서울고법 형사10부 심리로 첫 공판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