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언론조차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 몸살"
4대강 사업 이후 보 인근을 비롯해 강 구간 곳곳에서 둔치 흙과 모래가 유실되는 등 낙동강이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어 올해 장마철에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 대구 <매일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이명박 정권이 종지부를 찍으면서 지역 언론들도 본격적으로 4대강 사업 재조명에 나선 양상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매일신문>에 따르면, 강 준설과 보 설치로 인해 유수량이 늘고 유속이 빨라지면서 강변이 깎이고 파여 4대강 사업 전후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22일 오후 3시 대구 달성군 논공읍 남리 낙동강과 지류인 용호천의 합류부. 달성보에서 동쪽 하류 방향으로 2㎞가량 떨어진 이곳 둔치 일부가 강물에 유실돼 1~2m 높이의 가파른 경사를 드러냈다. 여러 차례 침식된 둔치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계단처럼 층계를 이루고 있었다. 침식으로 드러난 둔치 사면의 보드라운 흙은 강바람에도 바스라졌다. 용호천을 가로지르는 5번 국도 교량인 사촌교 아래 석벽은 어른 주먹 굵기만 한 금이 5m가량 이어져 있었다. 2011년 옹벽과 석축의 일부가 무너지면서 사석과 돌망태로 보강공사를 했지만 몇몇 돌은 물살에 쓸려 어지럽게 강바닥에 놓여 있었다.
낙동강과 용호천 합류 지점에서 400여m 하류 쪽 둔치의 침식은 더 심각했다. 달성보에서 흘러온 강물이 직행하다 우측으로 방향을 트는 이곳은 5번 국도와 불과 10~30m 떨어진 부분까지 침식이 진행된 상태였다. 달성보가 완공되기 전인 2011년 6월 이곳의 항공사진을 보면 5번 국도와 낙동강 사이에는 폭 50~80m의 둔치가 있었다. 달성보가 들어선 뒤 폭 10~50m가량의 둔치 흙과 모래가 길이 1㎞가량 강물에 쓸려간 것이다. 깎이고 허물어진 둔치의 단면 높이는 3~5m에 이르렀고, 심한 곳은 둔치 옆면이 ‘ㄷ’자 모양으로 깎여 발을 디디면 이내 흙이 부서져 아래로 내려앉았다. 높아진 수심으로 인해 둔치의 흙은 물기를 흥건히 머금고 있었다. 강변을 걸으니 바닥이 내려앉으며 발등까지 이내 파묻혔다.
이 같은 침식 현상은 보뿐 아니라 자전거 도로 주변 둔치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구 달성군 하빈면 하산리. 성주대교에서 낙동강의 동쪽 편으로 나있는 자전거 도로를 따라 2km 남짓 북쪽으로 올라가면 자전거 도로 옆 둔치 흙이 쓸려 무너져 있었다. 나무막대기를 세우고 노란색 띠로 둘러 쳐놓은 것 이외엔 안전 장치는 없었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50여m 떨어진 곳 역시 흙이 강 방향으로 무너져 내려 가면서 가파른 낭떠러지가 생겼다. 자전거 도로를 따라 시민들이 오갔지만 파란 천막으로 덮어 놓은 것이 전부였다.
경상북도문화재자료 제21호로 등록된 구미시 임수동 구미대교 인근의 동락서원도 자칫 붕괴될 위험을 안고 있다. 낙동강 사업이 마무리된 뒤 낙동강에 물을 가두면서 동락서원 제방이 침식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동락서원 제방을 지지해 놓은 콘크리트가 무너져 내렸으며, 부산지방국토관리청과 구미시가 제방 붕괴를 막기 위해 임시로 그물망을 쳐 놓았지만 이마저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곳은 낙동강과 직선거리로 불과 5m가량 떨어져 있어 장마철 유수량이 늘어나고 유속이 더 빨라지면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준설과 보 설치로 인해 강의 수량이 많아진 상태에서 장마철을 맞으면 유량과 유속은 몇 배 더 많아질 것이고, 둔치는 직선으로 밀려오는 강물을 버티기가 힘들다"며 "장마철을 겪으며 발생했던 구미 2차 단수와 왜관철교 붕괴처럼 올해도 지천의 다리나 각종 구조물, 자전거 도로, 강변 둔치와 사면이 무너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김동춘 부산국토관리청 하천공사2과장은 그러나 “강변 둔치 부분이 깎여 줄거나 다시 퇴적돼 늘거나 하는 것은 매년 변하는 유량과 유속으로 인해 강 주변에서 흔히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관찰과 점검을 통해 계속 침식이 발생한다면 주변 시설물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파악해 경사면에 돌망태나 콘크리트 불록 등 보호시설을 설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매일>은 전했다.
"4대강 보 해체가 미친짓? 만든 게 미친짓"
윤성규 환경부장관 후보자 4대강사업에 대한 엄정 평가를 약속하면서 박근혜 정부가 4대강 보 해체 가능성까지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진 것과 관련,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26일 "이제까지 감추어져 있던 4대강사업의 추가적 비용이 밝혀지기 시작하면서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4대강사업에 일관되게 반대해온 이 교수는 이날 자신의 블로글에 올린 글을 통해 "좋든 싫든 우리는 곧 중대한 결단의 시점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2조원이나 들여 만든 댐을 해체하라고 주장하는 건 미친 짓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라며 "
그러나 미친 짓의 원조는 애당초 엄청난 돈을 들여 그런 쓸모없는 댐들을 만든 행위입니다. 그런 미친 짓이 초래한 문제들을 해결하려니까 미친 짓 같은 해결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한 "이왕 만들어 놓은 댐이니 잘 활용할 방법을 강구하자는 주장도 나옵니다"라며 "그럴싸한 주장같이 들리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 애물단지 댐들을 유용하게 활용할 방안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원초적으로 그 댐들은 계속 비용만 잡아먹을 뿐 이렇다할 혜택을 가져다 줄 수 없는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이제 4대강 댐을 해체해야 하느냐는 피하려 해야 피할 수 없는 현실적 선택의 문제가 되었다고 봅니다"라며 "만약 새 정부가 또 한 번의 잘못된 선택을 한다면 우리는 물론 우리 후손들 역시 두고두고 그 후유증을 안고 살아야 할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에게 올바른 결단을 촉구했다.
다음은 이 교수의 글 전문.
4대강 댐 해체 - 이제는 현실적 선택의 문제가 되었다
새 정부의 환경부장관 후보자 윤성규씨가 4대강사업에 대해 엄정한 중간평가를 하겠다는 발언을 했다는군요.
그리고 이 발언은 합의가 이루어질 경우 4대강 댐들의 해체작업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혀질 수 있다고 합니다.
4대강 댐 해체 얘기만 나오면 말도 되지 않는 소리 말라고 펄펄 뛰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22조원이란 거금을 들여 바로 어제 완공 테이프를 끊은 공사를 하루 아침에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린다는 게 어불성설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좋든 싫든 우리는 곧 중대한 결단의 시점에 도달하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댐들을 그대로 놓아두는 데 따르는 사회적 비용이 너무나 크다는 사실이 점차 분명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들인 22조원의 매몰비용이 아까워 잘못된 선택을 한다면 그 22조원의 낭비에다 엄청난 규모의 추가적 낭비가 불가피하게 될 테니까요.
지금 당장 4대강 댐들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도 아직 4대강 댐과 관련한 정확한 비용-편익분석을 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점들을 생각해 보면 4대강 댐들의 해체가 정답으로 부상될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을 하고 있습니다.
첫째, 부실공사로 인해 댐들의 안정성에 문제가 있음이 판명된다면 지체없이 해체를 시작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세를 이룰 겁니다.
제대로 된 설계조차 갖추지 못한 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날림으로 수행한 공사가 제대로 되었을 리 만무합니다.
아직까지는 정부가 한사코 진실을 은폐하려 들었기 때문에 공사의 부실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알려지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환경부장관 후보자가 말한 대로 엄밀한 검증을 한다면 부실의 정도가 정확하게 판명될 것이고, 부실의 정도가 심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이론의 여지 없이 바로 해체 수순을 밟아야 할 것입니다.
둘째로, 4대강 댐들의 유지관리비용이 얼마나 들지가 관건입니다.
지난 번에 말씀 드렸듯이 우리 대학의 홍종호 교수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매년 6천억원 정도, 최고 1조원에 이르는 유지관리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감사원은 준설비용으로만 매년 2천억원 정도를 얘기했구요.
이에 비해 홍수 예방 혹은 가뭄 해소와 관련된 편익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MB정부는 홍수 예방과 가뭄 해소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거짓말을 했지만, 진실을 말하자면 그 측면에서의 편익은 거의 0인 셈이거든요.
최근에 홍수 피해가 나지 않았던 지역에서 새삼스레 홍수 피해 예방 운운하는 것이 말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지난 여름 가뭄으로 땅이 쩍쩍 갈라지는 상황에서도 4대강 댐에 가둬놓은 물은 아무 구실도 못했습니다.
이게 바로 4대강사업의 움직일 수 없는 진실입니다.
4대강 댐들이 주는 미미한 편익에 비해 유지관리에 드는 비용만으로도 엄청난 부담이라고 판단되면 댐 해체가 정답이라는 여론이 우세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여론이 그 쪽으로 흐르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셋째로, 이제까지 감추어져 있던 4대강사업의 추가적 비용이 밝혀지기 시작하면서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 동안 간간이 언론에 보도되었던 단편적인 사실들을 모아 그림을 만들어 보면 현재 4대강 연변의 환경과 생태계에 엄청난 규모의 부정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이 틀림없습니다.
우선 수질의 악화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MB정부 관련 인사들이 배의 스크루를 돌리면 수질이 정화된다는 둥, 가두어 놓은 물이 많아지면 저절로 맑아진다는 둥 거의 백치에 가까운 논리를 폈다는 건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시겠지요.
(교수란 친구들이 그런 말 한 게 더욱 가소롭지요.)
그러나 댐으로 물을 가두면 수질이 정화된다는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었음이 한 점 의문의 여지 없이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금 이대로의 상태가 지속된다면 매년 갈수기마다 전국에서 녹조라테 파티가 벌어질 게 너무나도 뻔합니다.
낙동강의 취수장에서는 음용 원수로 쓰기에는 수질이 너무 나빠졌다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할 것이구요.
금강과 낙동강에서 물고기가 때죽음을 해 배를 뒤집고 올라온 것도 심상치 않은 징조입니다.
MB정부는 불과 몇 마리 안 되는 것처럼 꾸몄지만 사실은 엄청나게 많은 수의 물고기들이 참사를 당했습니다.
수질이 점차 악화되면서 이보다 훨씬 큰 규모의 재앙을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댐으로 가둬놓아 실질적으로 호수를 만들었기 때문에 서식하는 어류의 분포에도 심각한 교란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특히 보호해야 할 희귀어종이 얕고 빠르게 흐르는 물에서 서식하는 물고기들인데, 이들의 서식환경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습니다.
그 대신 불루길, 배스 같은 외래어종이 판치는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4대강 연변의 식물계에도 엄청난 교란이 일어났습니다.
불도저로 모두 뒤집어 놓은 결과 토착종이 약화되고 외래종들이 득세하는 환경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허울 좋은 생태공원을 만든답시고 아무 나무나 갖다 심는 바람에 강 주변의 식물계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습니다.
뿐만 아니라 댐으로 물을 가둬 수위가 달라짐에 따라 지하수 수위가 크게 바뀌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지하수 수위가 높아지면 땅에 물이 차게 되고 그렇게 되면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지요.
그 결과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농사 짓기가 힘들 정도라고 합니다.
4대강 댐들로 인해 환경과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만큼 큽니다.
앞으로 지금까지는 눈에 띄지 않았던 새로운 형태의 환경, 생태계 피해가 나타날지도 모릅니다.
이런 사례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면서 댐을 해체애햐 한다는 여론이 빠르게 확산되어 나갈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까지 지적한 점들을 종합해 보면 4대강 댐의 해체가 황당무계한 주장은 결코 아니라는 점을 잘 알게 되실 겁니다.
22조원이나 들여 만든 댐을 해체하라고 주장하는 건 미친 짓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미친 짓의 원조는 애당초 엄청난 돈을 들여 그런 쓸모없는 댐들을 만든 행위입니다.
그런 미친 짓이 초래한 문제들을 해결하려니까 미친 짓 같은 해결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왕 만들어 놓은 댐이니 잘 활용할 방법을 강구하자는 주장도 나옵니다.
그럴싸한 주장같이 들리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 애물단지 댐들을 유용하게 활용할 방안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원초적으로 그 댐들은 계속 비용만 잡아먹을 뿐 이렇다할 혜택을 가져다 줄 수 없는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4대강 댐을 해체해야 하느냐는 피하려 해야 피할 수 없는 현실적 선택의 문제가 되었다고 봅니다.
만약 새 정부가 또 한 번의 잘못된 선택을 한다면 우리는 물론 우리 후손들 역시 두고두고 그 후유증을 안고 살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