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해임 元-수사촉구, 태도변화는 뭐지?

가자서 작성일 13.03.27 20: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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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해임 元-수사촉구, 태도변화는 뭐지?  [오주르디님 편집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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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MBC 사장에 선임된 지 3년. 그간 김재철 사장은 대단한 족적을 남겼다. 노조와 직원들을 적으로 돌리고, 공영방송 MBC를 망가뜨리면서까지 정권에 충성을 다했다. 그 과정에서 200명 넘는 직원들이 해고, 정직, 대기발령, 교육발령 등의 징계를 받았다.

 

MBC를 ‘대혼돈’에 빠뜨렸던 김재철

 

시청률도 곤두박질치며 콘텐츠 경쟁력이 크게 약화됐다. MBC의 평균 시청률(2009년) 6.04%(2009년/AGB닐슨 조사)에서 4.7%(2012년)으로 내려앉았고, 대표적 뉴스프로그램인 ‘MBC뉴스데스크’ 시청률도 9.49%(2009년)에서 5.32%(2012년)으로 크게 하락했다.

 

노조뿐 아니라 시민들까지 나서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김재철의 MBC’에 대한 여론이 크게 악화됐지만 170일간의 파업과 3차례의 해임안 제기에도 불구하고 버틸 수 있었다. 정권의 비호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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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김재철 해임안’이 네 번 상정됐다. 2010년 7월 7일 첫 상정됐지만 MBC 사장 임명권을 갖고 있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9명 중 여당성향의 6명이 반대하면서 부결된다. 오히려 2011년 2월 방문진은 김 사장의 연임을 의결한다. 2012년 3월과 그해 11월 등 두 차례 더 해임안이 상정됐지만 마찬가지 사정으로 부결되고 만다.

 

김재철 해임, 여당 2표는 ‘반란표’일까 ‘소신표’일까?

 

어제(26일) 네 번째 해임안이 방문진 이사 과반이상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야당이 추천한 최강욱, 선동규, 권미혁 이사와 여당이 추천한 6명의 이사 중 2명이 해임에 찬성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로써 김재철 사장의 퇴진이 확실해졌다.

 

그간 세차례 해임안 투표에서 줄곧 반대표를 던져온 여당 성향 이사들 일부가 왜 ‘반란’을 일으킨 걸까. 방문진 이사진은 해임 사유로 김 사장이 방문진과 사전 협의 없이 지역사 사장을 비롯한 임원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는 등 MBC의 관리감독 권한을 갖고 있는 방문진 거버넌스 체제를 무시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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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적인 이유에 불과하다. 정치권의 입김에 의해 움직여온 방문진이다. 해임안 통과가 가능했던 것도 정치권, 특히 청와대의 암묵적 허락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봐야 한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사건이 지난해 11월 상정됐던 세 번째 해임안 처리 과정에서 벌어진다.

 

야당 추천 이사들이 발의한 1차와 2차 해임안 부결은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제19대 국회 개원과 맞물려 여야 정치권의 합의 아래 이뤄진 3차 해임안(지난해 11월)은 통과돼야 마땅했다. 하지만 부결됐다. 하금렬 대통령실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이 방문진 이사에게 전화를 걸어 ‘김재철을 지켜라’고 지시했고, 이에 따라 김 사장 해임안에 동의하기로 했던 여당 추천 이사 3명이 반대로 돌아섰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철 보호막’ 거둬들인 이유

 

‘윗선’의 싸인에 의해 움직이던 여당 추천 이사들 두 명이 해임안에 찬성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반란표’가 아니라 ‘소신표’였다는 얘기다. ‘김재철을 지켜라’는 특명이 내려오지 않았던 게 분명해 보인다. 김재철 사장에게 ‘정치적 보호막’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여당 추천 이사들 중 일부가 자신의 소신에 따라 표를 행사한 것으로 이해하면 틀림없을 것이다.

 

왜 김재철 보호막을 거두어들인 걸까? 이미 사회적 문제로 비화된 MBC 사태를 김 사장 해임으로 진정시키려는 의도일 수 있다. 또 부실인사로 인해 ‘수첩 참사’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등 새 정부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정치적 노림수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김재철 해임’ 카드는 국면전환용으로 쓸모가 있는 건 사실이다.

 

이유는 또 있다. 김 사장은 ‘MB의 사람’이다. ‘친이계 사장’을 내보내고 ‘친박계 사장’을 앉히기 위한 절차가 아닐까. 그렇게 볼 수 있는 근거가 있다. ‘친이계’였던 김재우 방문진 이사장의 후임으로 TK출신인 김문환 전 국민대 총장을 밀어 넣었다. 김 신임이사장는 이한구 새누리당 원대대표와 고교 선후배 사이이고, 친박 핵심인 서상기 의원과는 경북중 동기동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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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여당, ‘원세훈 수사’ 언급해

 

여권의 태도가 달라졌다. ‘김재철 보호막’을 거두더니 입을 굳게 닫았던 국정원 사태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당내에 설정돼 있던 ‘국정원 여직원’이라는 금칙어가 해제 됐나 보다.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이 ‘원세훈 게이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정치개입 논란과 관련해 5건의 고소고발을 당한 당사자로서 (해외로 출국 기도는) 부적절한 행동이었다고 본다. 원 전 원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검찰은 철저하게 수사해 진위를 가려줄 것을 기대한다.”

 

‘국정원장 해외 도피’라는 초유의 의혹으로 세상이 온통 떠들썩해도 한마디 뻥끗하지 않던 청와대가 왜 입을 열기 시작한 걸까? ‘침묵 모드’로 일관하는 게 불리하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이 터지자 박 대통령은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를 향해 “성폭행범이나 사용할 수법을 동원했다”며 “여성에 대한 인권침해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등의 거친 표현으로 국정원 여직원을 비호한 바 있다.

 

‘침묵 모드’에서 ‘선긋기 모드’로

 

불법을 저지른 사람을 비호한 셈이다. 게다가 박 대통령은 그 불법행위로 덕을 본 쪽이다. 불법행위의 지시자가 원세훈 전 원장으로 밝혀지는 경우 MB까지 연루됐다는 정황이 나올 수 있고, 이렇게 되면 ‘국정원 게이트’는 ‘이명박근혜’의 작품으로 비쳐질 수 있다. 게다가 원 전 원장의 ‘해외도피설’까지 불거진 마당이다.

 

서둘러 전 정권과의 연결 통로를 잘라내지 않는다면 무슨 변고를 당할지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에 ‘침묵 모드’에서 ‘선 긋기 모드’로 태도를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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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일 대변인의 말을 곱씹어 보면 수사 촉구는 형식적인 표현일 뿐 진의가 아니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앞으로 청와대는 ‘원세훈 게이트는 ‘전 정권의 일에 불과하다'고 강조하면서 동시에 새정부와는 무관함을 강하게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표 도마’ 위에 오른 MB의 두 남자

 

박근혜 정부가 MB의 두 남자를 도마 위에 올려놓은 셈이다. 우선 대상이 된 사람은 방송장악의 ‘행동대장’이었던 김재철 사장과 MB의 복심이었던 원세훈 전 원장이다. ‘박근혜표 도마’위에서 ‘박근혜표 검찰’이라는 요리사를 기다리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김재철 사장에 대한 보호막을 거두고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등 며칠 사이에 여권의 전략이 수정됐다. 불통, 독선, 공약 깨기 등으로 지지율이 크게 하락한 상태에서 줄줄이 낙마하는 인사대란까지 겹치자 시급히 국면전환을 할 수 있는 뭔가가 필요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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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김재철 해임’과 ‘원세훈 수사촉구’ 등으로 지지율 추락을 멈추게 한 뒤 반전의 기회를 노릴 것이다. ‘김재철 해임’ 이후 MBC가 어떻게 될 것인가와 ‘원 전 원장 수사’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가 더 중요하다. 하지만 이 ‘두 마리의 생선’은 ‘박근혜표 도마’위에 놓여있다. 새정부의 입맛에 맞는 쪽으로 요리를 하려 할 것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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