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사업후 남한강 '조개 무덤'으로 변해"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유속이 느려지면서 남한강에서 재첩(조개)이 대규모 폐사하고 물고기 개체 수가 급감하는 등 하천생태계 파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4대강조사위원회와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6일 한강 4대강사업 구간인 남한강 3개 보 중 강천보 부근 강 바닥을 조사한 결과 재첩이 무더기 페사한 사실이 확인됐다. 물고기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조사위는 "4대강사업으로 건설된 보가 강물의 흐름을 정체시키면서, 강바닥의 퇴적물이 침전되어 뻘 층이 형성됐다"며 "이것이 재첩의 호흡활동을 어렵게 만들어 대량 폐사를 가져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어민들은 2012년 가을 무렵부터 조금씩 죽은 재첩들이 올라왔는데, 특히 올해 2013년 초부터 더욱 심해졌다고 증언한다"며 "어민들은 '30년 어부생활에 처음 보는 일이다. 4대강사업 이후 강물이 정상이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조사위의 수중촬영 영상을 보면, 퇴적층은 모래가 아닌 미세한 입자로 구성된 뻘에 가까웠고 시료로 채취한 하상 퇴적물에서는 분뇨냄새와 흡사한 악취가 났다. 재첩들은 껍데기가 벌어진 채 죽은 상태로 발견됐다. 여주보, 이포보 등 나머지 2개보 인근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인근 어민들에 따르면, 재첩뿐만 아니라 재첩보다 생존력이 강한 다슬기도 4대강사업 이전에 비해 채취량이 줄었고, 어류의 개체수도 약 3분의1 정도로 크게 줄었다.
어류의 비정상적인 체형도 발견되고 있다. 남한강에서 많이 잡히는 누치의 경우 머리만 크고 몸집은 마른 형태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것은 먹이활동이 어려워진 어류에 나타나는 특징이다. 여주의 한 어민은 “4대강 사업을 하고나서, 그물을 놓아도 물고기는 안 잡히고, 청태만 껴서 그물조차 다 버려야 하는 실정”이라고 탄식했다.
조사위는 원인을 4대강사업으로 인한 하천 바닥의 환경악화에서 찾았다. 4대강 보가 건설되면서 4대강 유속이 급격히 느려지면서 각종 유기물질과 퇴적물이 강 아래 쉽게 쌓여 강바닥이 '썩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
4대강조사위 이현정 박사는 "강천보 상류에서 오염원이 유입되더라도 4대강사업 이전 강물의 흐름이 있을 때는 자정작용이 활발히 일어나고 물의 흐름에 따라 오염물질도 하류로 흘러내려갔지만, 4대강사업 이후에는 강물이 정체되어서 오염물질들이 흘러가거나 정화되지 못하고, 강바닥에 퇴적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사위는 "이번 남한강의 재첩 떼죽음은 4대강사업이 하천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으로, 작년 금강과 낙동강에서 발생한 수 만 마리의 물고기 떼죽음의 연장선상에 있다"며 "더 이상의 환경파괴를 막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하천의 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수문개방 등의 조치가 필요하고 근본적으로 불필요한 보를 제거하고 4대강을 자연상태로 복원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