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의 ‘젠틀맨 뮤직비디오’에 대한 방송불가 판정을 내렸던 KBS가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에 배치되는 심사결과를 뒤집기 위해 한심하고 저급한 작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싸이의 뮤직비디오는 지나친 선정성과 주차금지 시설물을 발로 차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에 권위적인 KBS의 관점으로 봤을 때 방송불가 판정을 받아도 별로 이상할 것이 없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했지만, 이번 싸이의 젠틀맨 뮤직비디오가 철저히 미국과 유럽 및 중남미 시장을 겨냥해 만들어진 작품이라 국내 성인들의 정서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인터넷이나 SNS 상에서는 별로 문제될 것이 없지만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영방송 입장에서는 방송불가 판정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심사의 일관성이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 시대적 변화에 조금 뒤쳐진다고 해도 KBS의 방송불가 판정은 가십거리 정도의 차원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헌데 박근혜 대통령이 싸이의 춤 저작권료 지불을 창조경제라고 말하자, 편파방송의 달인이자 정권의 나팔수 역할에 충실한 사장이 지휘하고 있는 KBS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9시뉴스와 각종 시사프로그램, 토론을 통해서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충실히 시행한다고 해도 가장 말이 많은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와 정면으로 충돌 나니 발등이 불이 떨어진 것이지요. 필자처럼 KBS가 방송불가 판정을 뒤집을 것이라 예측했던 분들은 KBS가 어떤 명분을 들고 나올지 궁금했습니다.
예상에서 추호도 벗어나지 않았지만, KBS가 들고 나온 명분이 가히 한심하고 저급하기 그지없습니다. 싸이의 젠틀맨 뮤직비디오를 심사해서 방송불가 판정을 내렸던 KBS 뮤직비디오 심의회가 정족수(7명 중 4명 이상이 참가해야 한다)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재심의에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당시에 병원에 가느라 심의회에 참석하지 못한 위원이 부적격 판정에 동의한 것으로 밝혀졌는데도 정족수 미달이라며 재심의를 하겠다고 합니다. 말로야 뭐든 못하겠습니까? 정족수 미달이라도 부적격 판정에 동의를 표했는데 현장에 참석하지 못한 이유로 심의회의 결정이 뒤집힌다면 위원들이 천연재해나 사고처럼 부득이한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하면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한다는 뜻이 됩니다.
한겨레에서 인용
참으로 낯 뜨거운 변명이자 졸렬한 처사입니다. 하는 짓이 이러니 위대한 공영방송 KBS의 수신료납부 거부운동이 수시로 제기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싸이의 성공이 아무리 거대하다 해도 그것이 모든 행위에 면죄부를 줄 수는 없습니다. 물론 반대로 싸이라 하면 B급이며 전형적인 딴따라라고 불이익을 받아도 안 됩니다, 이번 방송불가 판정처럼.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며 독립적이고 투명한 판정 기준입니다. 연예인의 정치적 발언과 행위 중에서 진보적 성향의 인물에게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며 극도의 거부감을 표시하는 KBS라고 해도 대대손손 그러하면 욕이라도 덜 얻어먹습니다. 아무리 인간의 꿈이 장수에 있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스스로 욕을 유발하는 행태는 정말 창피하고 졸렬하기 그지없습니다.
지난 분기의 경제성장률이 0.9%에 그쳤다고 해도 성장률의 추세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무슨 기준에서인지 근거도 밝히지 않은 채 1%에도 못 미치는 성장률이라며 슈퍼추경의 필요성을 떠들더니, 뒤를 이어서 젠틀맨 뮤직비디오에 대한 재심의가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며 심의회에 불참한 위원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채 자신들이 내린 판정을 뒤집겠다는 행태는 한편의 저질 블랙코미디를 연상시킵니다.
권력의 부패와 관련해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과잉충성을 바치며 자신의 안위를 돌보고 사익을 추구하는 자들입니다. 출세욕과 권력욕은 끝이 없지만 영혼도, 제대로된 가치관도 없는 이런 자들이 편파방송을 자처하고 노조를 파괴하며 국민의 혈세를 사리사욕을 위해 사용하고 낭비합니다. 아랫사람의 실적과 공로는 빼앗아가고 실패와 피해는 아랫사람에게 전가합니다.
권좌의 주변에 이런 자들이 넘쳐날 때 권력은 반드시 타락합니다. 부패하는 경향이 있는 권력이 절대적 위치에 오르고 간신과 기회주의자들로 가득한 상황에서 어떤 지도자도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 없습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고, 그 위에 비비는 놈 있다고 했습니다. 젠틀맨 뮤직비디오를 가지고 며칠 만에 결정을 번복하는 KBS의 행태가 바로 그러합니다. B급정서를 한결같이 유지해온 싸이의 성공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배우십시오. 말도 안 되는 딴지나 걸지 말고.
싸이든, 조용필이든 심의 기준에서는 동일한 것이 적용돼야 합니다.
그것이 민주주의고 평등의 가치입니다, 언론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