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외교의 산물, 개성공단 잔류인원 철수조치와 이명박의 원죄

가자서 작성일 13.04.27 20:5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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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외교의 산물, 개성공단 잔류인원 철수조치와 이명박의 원죄  [권종상님 글]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 잔류 인원을 모두 철수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조치가 갖는 의미는 여러가지겠지만, 일단 정부는 '자국민 신변보호'라는 이유를 대고 있습니다. 어쨌든, 개성공단 자체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이 조치는 개성공단의 폐쇄 조치와 상응한 것이어서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 동안에 만들어 놓았던 연착륙 통일의 기틀을 이명박 정권이 완전히 거덜내고, 이것이 박근혜 정권에 의해 확인 사살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안타깝습니다.

 

4월 첫날에 시애틀을 찾아와 동포사회 간담회를 가진 정동영 장관은 이날 강연을 통해 개성공단이야말로 평화 유지의 바로미터라고 역설한 바 있습니다만, 그 말을 들은지 한 달도 채 안돼서 남북간의 문제는 너무 드라마틱하게 흘러가 버렸고, 비록 최고 위험수위를 어떻게 비껴가긴 한 것 같지만, 그래도 일촉즉발의 위기는 언제나처럼 상존하고 있습니다. 이번 개성공단 잔류인원 철수는 그 위기의 상존을 더욱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일이 되겠지요.

 

개성공단이 처음 생겼을 때, 사람들은 이제 통일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까지도 했었습니다. 정동영 전 장관은 개성공단이 경제적 가치 외에도 적지 않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는데, 그중 하나는 개성공단에 군대를 주둔시키는 것이 공단 때문에 불가능해지면서 적어도 전선을 15km 정도 뒤로 물렸다는 것이었습니다. 개성과 서울의 거리는 겨우 58 km 이고, 북이 전격전을 하려면 전선 최단거리가 겨우 40km여서 거의 막을 방법이 없지만, 전선을 물림으로서 적어도 한국이 방어할 방법을 찾을 수는 있도록 했다는 것이죠.

 

그밖에도 남북 상호간의 신뢰 프로세스의 구축, 대기업 중심의 기업구조 대신 중소기업이 약진할 수 있는 기회로서의 개성공단의 존재가치를 찾을 수 있고, 무엇보다 전쟁의 조기경보 기능을 할 수 있다고도 이야기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렇다면 이제 북한과의 긴장은 더욱 고조될 수 밖에 없는 길로 들어선 것이라고 봐도 되겠지요.

 

많은 사람들이 개성공단으로 만들어지는 이윤이 북한 핵을 만들어내는 자금으로 간접 사용되지 않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자료에 의하면 이명박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를 단절 상태로 만들어 놓은 그 같은 기간에만도, 북한은 중국과 광물 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돈이 16억달러였습니다. 개성공단이 벌은 8천만달러의 20배의 수준이라는 거죠. 게다가 최근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과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가 북한 방문시 가장 관심을 보였던 부문도 북한의 광물,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스마트폰의 액정화면 제조에 사용되는 희토류 등이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즉, 개성공단은 남북한 모두 이윤을 바라고만 만들었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는 겁니다.

 

박근혜 씨는 "개성공단에 대해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냐"고 말했다는데, 겨우 하루이틀 후면 키 리졸브 훈련이 끝나고 계속 이어졌던 독수리 훈련이 끝나는 시점이었습니다. 북이 이른바 '침략전쟁연습'이라고 비판하는 훈련이 계속되는 동안에 대화를 받을 거라고 생각하고 대화 요청을 먼저 한 것은 아닐 것이고, 이건 정말 박근혜 정부가 외교 부문에 있어서 완전 바보거나, 혹은 처음부터 대화를 하지 않을 생각으로 시점을 이렇게 잡은 거라고밖엔 볼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이명박 정권의 대북 정책 기조를 그대로 받은 것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고, 앞으로도 남북 관계는 이명박때 식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암울함만이 느껴집니다.

 

북한의 경우, 이미 중국에 대한 노동력 수출이 개성공단을 통해 지원받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도 남쪽과의 마지막 협력의 보루였던 개성공단의 상징적 의미를 더 강조한 면이 있는데 - 게다가 과거와 같은 벌목 일이 아니라 반도체 산업이나 경공업 등에 중국이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게 되자 보다 첨단 사업 쪽으로 일하는 북한노동자들이 증가했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습니다 - 한국 정부는 '북한은 외화와 외부지원이 아쉬워 개성공단을 철수못할 것'이라는 식의 자존심 건드리는 멘트만 날려 왔으니, 결국 파국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겁니다. 북은 현실적으로도 더 이상 이야기가 불가능한 남한을 파트너로 삼는 대신, 개성공단을 대체할 무엇인가를 찾아 왔고, 그 해답을 중국에서 얻었다는 것이죠.

 

아무튼, 여러가지로 이번 정부 조치를 통해 외교력의 부재 혹은 무능력을 재삼 확인합니다.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오히려 더 많은 개성공단들이 생겨났어야 하는 겁니다. 거기에 들어가는 돈은 통일비용이고 기회비용이었습니다. 이명박 정권 때에 무시했던 것들이 모두 부메랑이 되어 지금 돌아오고 있습니다. 이래저래, 이명박이 책임져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도 이번에 다시한번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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