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쥐고 있는 윤창중 사건의 절반

가자서 작성일 13.05.15 23:3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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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쥐고 있는 윤창중 사건의 절반    [오주르디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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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과 의문점에 초점을 맞춰 ‘윤창중 사건’을 살펴보면 크게 두 파트로 정리된다. 첫 번째 파트는 윤 전 대변인이 인턴 여대생에게 가했다는 성추행과 관련된 부분이고, 두 번째는 그의 귀국과 관련된 의문이다. 제1막을 ‘성추행 편’으로, 제2막은 ‘귀국 편’으로 설정해 놓으면 딱 들어맞는다.

 

‘윤창중 의혹’ 요약하면 두 파트, ‘성추행’과 ‘귀국’

 

제1막 '성추행'에 관련된 의문점의 태반은 이미 밝혀진 거나 다름없다. 언론의 보도, 현지 수행기자의 증언, ‘미시유에스에이’의 주장, 현지 교포들의 진술,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흘러나온 정보, 윤 전 대변인의 기자회견, 현지 특파원들의 후속 취재 등을 통해 비교적 소상하게 사실이 드러난 상태다. 물론 미국 수사기관의 수사 내용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성추행 부분은 이미 밝혀진 내용만으로도 재구성이 가능하다. 윤 전 대변인이 기자회견에서 주장한 내용과 완전히 딴판이다. ‘성추행 스토리’는 대략 이렇다.

 

7일 밤 9시 30분 경 워싱턴 호텔 와인바에 인턴 여직원과 함께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운전기사가 있었지만 줄곧 두 사람 곁에 붙어있었던 건 아니다. 자정까지 술을 마셨다. 이 과정에서 ‘엉덩이를 움켜쥐는’ 1차 성추행이 일어난다. 와인바가 문을 닫자 호텔 로비로 나와 계속 술을 마셨다.

 

사건발생부터 귀국까지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숙소인 페어팩스 호텔로 돌아온 시간은 새벽 5시경. 인턴 여직원과 몇 시에 어떤 식으로 헤어졌는지는 불분명하다. 여직원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호텔룸으로 올라오라고 한다. 아침 6시경 인턴 여직원이 윤 전 대변인의 방에 도착했을 때 그는 속옷도 입지 않은 알.몸 상태였다. 여기서 엉덩이를 만지는 2차 성추행이 일어난다.

 

인턴 여직원이 방을 뛰쳐나가 울고 있었다. 피해자의 친구인 한국문화원 동료 인턴이 성추행 사실을 알게 됐고, 한국문화원을 통해 청와대 전광삼 선임행정관에게 보고된다. 8시경 한국문화원 관계자와 전 선임행정관이 인턴 여직원을 설득하기 위해 숙소로 찾아 갔으나 문을 열어주지 않아 불발로 그친다. 그 무렵 여직원의 친구에 의해 워싱턴 경찰에 사건이 신고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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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아침 9시 경. 사건을 보고받은 이남기 홍보수석이 영빈관이 있던 블레어하우스로 윤 전 대변인을 불러 사실 확인을 한다. 5분 정도 대화가 이어졌다. 이 수석이 윤 전 대변인에게 자신의 호텔룸 카드키를 주며 “내 방에 가 있으라”고 지시한다. 이 무렵 워싱턴 경찰관 두명이 페어팩스 호텔로 출동해 여직원을 만난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변인이 이 수석의 방(윌라드 호텔)에서 몸을 숨기고 있는 동안 주미대사관이 대한항공 워싱턴지점에 연락해 항공권을 예매한다. 시각은 8일 아침 9시~10시 경으로 추정된다. 당시 박 대통령은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하고 있었다. 8일 정오 쯤 한국문화원 관계자가 차량으로 윤 전 대변인을 덜레스 공항까지 데려다 준다. 오후 2시 경 미국무부가 최영진 주미대사에게 윤창중 조사 협조를 요청했지만 그는 이미 귀국 비행기 내에 있었다.

 

성추행’ 대부분 밝혀진 상태, ‘귀국’은 여전히 의문

 

이상이 사건 발생부터 귀국 비행기에 오를 때까지 벌어진 일들이다. 여전히 추측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부분도 있다. 피해 여직원이 호텔룸에서 있었던 상황을 말하기 꺼려하고 있지만, 크게 충격을 받은 것으로 미뤄볼 때 강.간 미수에 해당하는 일까지 벌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어쨌든 성추행 부분은 그런대로 윤곽이 드러난 셈이다. 하지만 ‘윤창중 의혹’의 나머지 반토막인 ‘귀국 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덜레스 공항을 출발한 시각과 인천공항 도착 시간, 그리고 귀국 직후 민정수석실에서 한 차례 조사를 했다는 것 이외에 알려진 게 없기 때문이다. 떠도는 얘기가 많긴 하지만 제 각각이고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의문의 반토막’을 쥐고 있는 건 청와대다. 귀국과 관련돼 개입한 인물과 한국대사관, 한국문화원, 그리고 청와대다. 대사관과 문화원이 귀국 결정을 하고 지시를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청와대가 ‘귀국 편’을 채울 모든 것을 갖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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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성추행이 일어났던 W호텔 지하1층 와인바(위)와 2차 성추행이 자행된 페어팩스 호텔(아래)

 

 

 

‘윤창중 사건’의 반토막 쥔 청와대...의문 투성이

 

‘윤창중 귀국’과 관련해 청와대만 알고 있고, 국민은 모르는 게 많다. 때문에 ‘윤창중 사건’의 전모가 절반만 드러나 있는 것이다.

 

 

▲의문1: 사건이 일어난 시점부터 박 대통령에게 보고될 때까지 박 대통령은 대변인의 부재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었나?

 

▲의문2: 수행기자 등 다수가 8일 새벽 윤 전 대변인이 만취해 호텔을 배회하는 모습을 봤다고 증언한다. 청와대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나? 알았다면 술버릇이 남다르다는 윤 전 대변인에 대한 조치가 있었어야 했다. 그냥 방치한 건가?

 

▲의문3: 박 대통령에게 보고된 시점이 정확하게 언제인가? '귀국 의혹'과 관련된 가장 중요하고도 기초적인 사실 관계가 청와대의 함구로 차단돼 있다.

 

▲의문4: 워싱턴에서 LA로 가며(8일 오후) 기내에 체류한 5시간 동안 대책회의조차 없었나?

 

▲의문5: 피해 여성을 설득하기 위해 최소 두 차례 숙소로 찾아간 것으로 보인다. 문화원 직원과 동행한 청와대 관계자가 누군가?

 

▲의문6: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윤 전 대변인 조사를 통해 2차 성추행(호텔룸)이 있었다는 점과 그 정황을 잘 알고 있었다. 뒤늦게 비공식 통로를 통해 언론에 흘린 이유가 뭔가?

 

▲의문7: 호텔룸에서 성행위 요구가 있었다고 한다. 이 부분만 '블라인드 처리'하는 이유가 뭔가? 중범죄에 해당하는 강간 미수가 성립돼 ‘사법방해’ 논란으로 비화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함인가?

 

▲의문8: 8일 오전 경찰이 윤 전 대변인을 찾고 있었다. 그 때 그가 있던 곳은 어디인가? 이 수석이 자신의 호텔방에 윤 전 대변인을 숨겨주었다는 게 사실인가?

 

▲의문9: 주미대사관이 항공권 예약한 게 맞나? 청와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정황이 뚜렷한데도 함구하고 있다.

 

▲의문10: 한국문화원 관계자가 차량으로 윤 전 대변인을 덜레스 공항까지 데려다 줬다는 주장도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윤 전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택시를 타고 갔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직전 말을 맞춘 건가?

 

▲의문11: “(윤창중의) 아내가 아파 먼저 귀국했다”고 둘러댔다. 거짓말을 한 게 분명한데 왜 이 부분에 대해 해명하지 않는 건가?

 

▲의문12: 귀국 결정을 한 사람이 누군가? 홍보수석 단독 결정이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대통령의 대변인’이지 ‘홍보수석의 대변인’이 아니다. 직급으로는 홍보수석이 위라 해도 역할 면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런 결정을 할 권한을 가진 사람은 박 대통령 뿐이다.

 

▲의문13: 귀국 결정 사실을 대통령에게 보고한 시점은 언제인가? ‘대통령의 최측근’이 일으킨 중대한 문제를 쉬쉬한 채 귀국시킨 이후 보고했다는 주장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실 그대로 밝혀야 한다.

 

▲의문14: ‘윤창중 기자회견’ 배경도 미스테리다. 자칫 불똥이 대통령에게 튈 수 있는 상황인데도 그냥 방치했다는 게 이상하다. 귀국 지시와 관련된 문제를 이남기 홍보수석에게 모두 뒤집어 씌워 ‘사법방해’ 논란을 최소화하려고 했나?

 

청와대가 함구하고 있지만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볼 때 윤 전 대변인의 귀국은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게 분명하다. 곽상도 민정수석은 “귀국 지시 자체는 국내법과 미국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거짓말을 한 거다. 청와대나 주미대사관 고위층이 윤 전 대변인을 도피시키는 데 관여했다면 명백한 ‘사법방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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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지시 문제될 것 없다고 말하는 곽상도 민정수석. 여론 호도하기 위한 거짓말이다.>

 

최선은 정공법, 은폐하면 더 꼬일 수 있어

 

청와대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팀을 미국 현지로 급파해 진상조사를 하겠단다. 뭘 더 조사하려는지 모르겠다. 한국대사관과 한국문화원 측이 이미 피해 여대생과 경찰에 신고한 친구 A씨, 운전기사, 주변인물 등을 상대로 구체적인 정황을 가지고 이미 조사를 끝낸 상태다. 미국 수사당국의 수사도 진행 중이다. 실체적 진실이 대부분 드러났거나 곧 드러날 텐데 청와대 요원을 급파하는 이유가 뭔가. 은폐할 건 은폐하고 말 맞출 건 맞추겠다는 건가.

 

청와대의 초기대응 미숙과 윤창중 전 대변인의 황당한 기자회견이 사태를 더 꼬이게 만들었다. 청와대의 무능과 판단 오류, 윤창중 전 대변인의 거짓말 등이 상황을 크게 악화시킨 것이다. 국민은 이런 청와대와 윤 전 대변인에 대해 크게 분노하고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사실 은폐’를 통한 국면 전환에만 몰두하고 있다. 잘못된 처사다. 이번 사건의 파장을 키우는데 청와대도 한몫 했다는 걸 모르는 건가. 사실이 밝혀지고 있는 상황이다. 자칫 사실을 은폐를 하려다 거꾸로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정면돌파가 최선의 방책이다. 있는 그대로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고, 박 대통령이 국민 앞에 나와 사과를 해야 할 것이다. 그 뒤에 청와대 인적쇄신과 인사시스템 보완 등 사후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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