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이래서 그녀가 [종북]이란 사실을 믿었다

이단호크 작성일 13.05.19 03:2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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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 주사파라는 표현은 주체사상을 신봉하고,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반사회적 세력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러한 용어를 사용하려면 의혹 수준을 넘어서 뚜렷한 정황이 있어야 한다"

"이 대표는 18대 국회의원과 19대 정당 대표를 지내는 등 변호사로 활동해왔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거나 수사 받은 적도 없다.
 이 대표가 주사파에 해당한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종북]이라고 단정 지은 기사는 진실이 아니고,
피고들이 [종북]이 진실이라고 믿은데 상당한 이유가 없어 보인다"

   - 5월 1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 14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뉴데일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1심 판결,
      판결이유 중 일부.  

 

사법부의 판결은 그 자체로서 존중받아 마땅하다.

헌법이 정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근간으로 하는 [보수]에게,
[준법]은 그 어떤 가치보다도 상위에 있는 개념이다.

즉, 법의 목적인 [법적 안정성]과 [준법]의 실현을 위해서라도,
법원의 판결은 언제나 존중받아야 한다.

다만, 법관도 사람이기에,
심리가 미흡하거나 판단을 착오하거나, 법리를 오해하는 일이 종종  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한 것이 [3심제도]다.
1심 판결 결과에 승복할 수 없는 이들은 항소심 법원에,
항소 결과도 받아들일 수 없는 이들은 상고심 법원에 각각 상소를 할 수 있다.

 


15일, <뉴데일리>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배호근) 심리로 진행된 손해배상 사건에서 일부 패소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의 원고는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와 그 남편인 심재환 법무법인 정평 대표변호사다.

원고들은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가 트위터 등을 통해 자신들을 [종북·주사파]로 매도했고,
이로 인해 인격권을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냈다.

변 대표의 트윗 글 등을 인용해,
기사나 칼럼을 쓴 언론사 및 기사들도 원고들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받았다.

<뉴데일리>도 이 대표와 심 변호사로부터 손해배상 청구를 당한 공동 피고 중 하나다.

재판부는 이 대표와 심 변호사를 [종북·주사파]로 단정 지은 변 대표와,
같은 취지의 논평을 낸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에게
각각 1,500만원과 800만원의 배상판결을 내렸다.

객관적인 근거 없이 의혹만으로,
원고들을 종북(세력), 주사파로 단정 지어 명예를 훼손했다는 취지다.

<뉴데일리>에 대해서는,
변 대표와 이 의원의 발언을 토대로 기사를 작성·게재했고,
이를 통해 “원고들이 북의 주체사상을 신봉하고 주사파임을 강하게 암시”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국회의원과 당 대표를 역임한 점,
원고들이 변호사로 활동한 점,
이 대표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사를 받거나 기소된 적이 없다는 점을 볼 때,
원고들을 [종북]으로 단정 지은 기사는 사실이 아니고,
그렇게 믿는데 상당한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판결 직후 피고 중 한사람인 변 대표는 1심 재판부에 제출한 서면을 공개했다.
변 대표는 서면을 통해 [종북]의 어원과 의미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지난해 총선을 전후해,
대다수의 언론이 통합진보당 주류파에에 대해 [종북세력]이란 표현을 쓴 사실도 환기시켰다.

좌파 언론이 보수진영을 [극우세력], [수구세력]이라고 몰아세운 사실도 곁들였다.
보수진영이 이에 대해 소송을 냈을 때, 법원이 어떤 판단을 할지 지켜보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나아가 그는, 이정희 대표가 있는 통합진보당이
미군철수-국가보안법 폐지-코리아연방제통일안을 주장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들의 노선 자체가 종북세력이라고 말했다.

즉, 이 대표가 몸담고 있는 통진당이
북한의 대남적화통일 노선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종북세력이란 표현을 쓴 것이지,
이정희 대표 개인의 종북성 여부를 따진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변 대표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을 바라보는 1심 재판부의 시각은 달랐다.

법원은 이 대표와 심변호사를 상대로 사용한 [종북]-[주사파]의 개념 정의보다는,
원고에게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이 타당한지를 핵심 쟁점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종북]이나 [주사파]라는 표현을 쓰기 위해서는 뚜렷한 정황이 있어야 하는데,
이 대표가 국회의원과 정당 대표, 변호사로 활동한 점,
국보법위반으로 수사를 받거나 기소된 사실이 없는 점을 볼 때,
[종북]이나 [주사파]라는 주장을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날 재판부의 판단은,
대법원이 판례를 통해 견지하고 있는 태도와 충돌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2002년 12월 24일 대법원이 선고한 <2000다14613 판결>이 좋은 예다.

당시 KBS 피디 남모씨가 <한국논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피고의 불법행위 책임을 포괄적으로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은 피고가 발행하는 월간지를 통해,
원고가 연출한 <다큐멘터리극장>의 좌편향성을 지적하면서 시작됐다.

원고는 피고의 기사가 사실과 다르거나 내용이 부정확하고 그 내용을 과장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피고가 원고 자신을 [주사파]로 단정한 부분도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원심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손해배상과 함께 정정보도를 명령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이 인정한 피고의 불법행위 부분을 상당부분 무죄취지로 파기했다.

 

 

당시 대법원이 밝힌 무죄의 이유는 다음과 같다.

 

 

기사 중 어떤 표현이,
[공적인 존재]인 특정인의 [정치적 이념]에 관한 사실적시에 해당하는 경우,
국가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이에 대한 의혹이 있으면,
널리 문제제기가 허용되고 공개토론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반면 특정인의 [정치적 이념]은 [위장가능성]이 있는데다가,
그 성질상 이를 정확히 증명해 낸다는 것은 극히 어렵다.

이에 대한 의혹의 제기나 주장이 진실에 부합하는지,
혹은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따짐에 있어서는,
일반적인 경우와 같이 엄격한 입증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의혹의 제기나 주장을 할 수도 있는 [구체적 정황의 제시]로 족하다.

좌와 우의 이념문제는,
국가의 운명과 국민 개개인의 존재양식을 결정하는 중차대한 쟁점이다.

이 논쟁에는 필연적으로 [평가적 요소]가 수반되는 특성이 있으므로,
이에 관한 [표현의 자유]는 넓게 보장되어야 한다.

상대방의 기본입장을 왜곡하는 것이 아니라면,
부분적인 오류나 다소의 과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섣불리 불법행위의 책임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

피고의 기사 중에 부정확하거나, 사실과 다른 부분 및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음은 사실이다.

자유민주주의 가치의 절대적 수호를 이념으로 삼고 있는 보수우파의 입장에서,
그 가치 훼손을 염려해 이 사건 기사 전체의 취지와 같은 주장을 하는 것은,
이념논쟁에 있어 언론의 자유 범위 내에 있다고 볼 것이다.

위에서 본 정도의 허물을 들어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어서는 불법행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

 


다만 재판부는 원고에 대해 [주사파]란 단정적인 표현을 쓴 부분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을 인정했다.

 

 


KBS는 이승만을 사대주의자로 여운형을 민족주의자로 미화하는,
말도 되지 않는 저질의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내보냈다.
이것이 당시 이 프로를 연출했던 남00 PD의 자의적 해석이었다면,
[그는 분명히 주사파]이다.


   - 피고가 보도한 문제의 기사 중 일부.


프로듀서의 역사해석을 곧 주사파의 역사해석으로 단정하여,
그 프로듀서를 주사파로 지목한 부분은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다.
진실하거나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위 사건은 여러 면에서 이번 사건과 닮아 있다.

[공적인 존재]인 특정인의 [정치적 이념]이 핵심 쟁점으로 다뤄지고 있다는 점,
보수와 진보, 좌와 우의 [이념논쟁]이라는 점이 특히 그렇다.
[주사파]란 표현이 문제된 것도 마찬가지다.

위 대법원 판례에 따른다면, 이정희 대표가 문제 삼은 변 대표의 글들,

[당선자 김재연이 경기동부에서 차세대 이정희로 키우는 아이돌이죠],
[종북 주사파의 조직 특성상 이정희에게는 판단할 권리조차 없을 겁니다] 등은, 

비록 그 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또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해도,
[표현의 자유] 범위 안에 있다.

[종북 주사파]란 표현 역시, 위 판례가 명예훼손으로 인정한 상황과는 다르다.

위 판례에 따르면,
당시 피고는 원고의 역사해석을 주사파의 역사왜곡으로 단정 짓는 논리적 비약을 범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쓰인 [종북 주사파]라는 표현은 위의 예처럼 단정적으로 쓰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변 대표의 글과 발언에 터 잡은 <뉴데일리>의 기사들은
그의 글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거나, 충분한 사례를 열거한 뒤,
이에 대한 [평가]로서 문제의 표현을 썼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것을 [평가]나 [의견의 진술]이 아닌 [사실의 적시]로 보더라도,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 이 대표가 국가보안법 철폐-주한미군 철수-코리아 연방제 통일안을 내세웠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이것은 북한이 말하는 대남적화통일방안과 상당히 흡사하다.

위 판례가 밝힌 것처럼,
[종북 주사파]라는 의혹의 제기나 주장을 할 수 있는 [구체적 정황]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불 수 있다.

 

 

이번 판결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종북]과 [주사파]란 표현의 개점 정의 및 [법률적 성격]에 대한 논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법원은 변 대표에 대한 유죄판단의 근거 중 하나로,
원고들을 [주사파]로 표현한 점을 들고 있다.  

 


“원고들에 대해
단순히 종북성향이라는 [의견 또는 평가]를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북한의 주체사상을 신봉하고 대한민국 정체성을 부정하는,
신념이나 사상을 가진 사람들임을 강하게 인상 지우는
[구체적 사실]을 적시해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

 

판결이유를 분석하면,
1심 재판부가 [종북]이란 표현을 이른바 [의견의 진술]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주사파]란 표현은 [사실의 적시]라는 판단이다.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사건에서,
단순한 [의견의 진술]이나 [평가]는 위법성 판단의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사실의 적시] 없는 [의견의 진술]이나 [평가]만으로는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변 대표가 올린 트위터 글 중,
1심 재판부가 [사실의 적시]로 판단한 [주사파]란 표현은 단 1회 등장할 뿐이다.
이마저도 이정희 대표를 직접 겨냥해 [주사파]란 단정적 표현을 쓴 것은 아니다.

 


“종북-주사파의 특성상 이 대표는 (사퇴 여부를) 판단할 권리조차 없다”
“경기동부연합에서 이 대표로 버티고 가겠다고 결정했으면 그 길로 가는 것”

 

 

변 대표가 올린 위 글은,
종북 주사파 학생운동권 출신들이 만든 <경기동부연합>의 특성 상,
이 대표가 스스로 진퇴여부를 결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설명한 것이다.

즉, 위 글에서 [주사파]란 표현은 <경기동부연합>을 설명한 것이지,
이 대표를 지칭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주사파]란 표현을 [구체적 사실의 적시]로 볼 수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이 표현이 원고를 지칭한 것이 아닌 이상,
이로 인해 이 대표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1심 재판부의 판단은
[심리 미진]이거나 [판단의 착오]에 해당한다.

변 대표는,
1심 판결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변 대표가 [종북]이란 표현을 써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식의 보도를 한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정정보도와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할 뜻을 내비쳤다.

1심 판결의 내용을 왜곡한,
진중권,
<나꼼수> 맴버 김용민,
표창원 등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청구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법리적 측면의 당부당을 떠나서,
이정희 대표가 [이중적 잣대]로,
보수논객과 언론만을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보수진영에 앞서 이 대표를 종북세력이라고 공격한 좌판진영 인사들에 대해선
 일체 입을 다문 채, 어떤 법적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은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이 대표를 비롯한 통진당 내 주류세력에 [종북]의 색깔을 먼저 입힌 것은 좌파진영이었다.

 

 

변 대표와 법정다툼까지 벌인 진중권 교수는 판결 이후,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변 대표, 감축 드립니다. 제 1,500만 원도 곧 받으러 갈게요.
아, 다른 명예훼손 건들은 따로 청구할게요“


그러나 진 교수는 지난해 총선 직후 불거진 통합진보당 분당 사태 당시,
이 대표를 비롯한 통진당 내 주류 인사들을 종북세력으로 비판했던 인물이다.

진 교수는 지난해 5월 30일 <미디어오늘>과 가진 인터뷰에서
[종북]에 대한 뜻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명쾌한 답변을 내놨다.

 

 

기자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종북]이란 단어를 쓰고 있다.
뜻이 애매한데 규정해 달라.

진 교수
애매하지 않다.
북한에서 내려온다는 명령을 따르는 것이다.
피차 다 알지 않나.
양심의 자유라고 하는데 무엇이 양심인지 알아야 같이 싸울 수도 있다.

 


심지어 진 교수는 이 대표가 통진당 부정선거 사태 뒤 열린 당대회에서,
싸이의 말춤을 따라 한 것을 두고 신랄한 비난을 쏟아냈다.


이 대표에게 [언닌 평양스타일]이란 원색적인 표현까지 썼다.

 

 

 

 

이정희,
한때 지지했던 유권자들 생각해서라도 이제 추태는 그만 부렸으면 합니다.


무릎 꿇고 사과하고 눈물 흘리며 반성해도 션찮을 판에,
“언닌, 평양스타일”,
신나게 말춤이나 추고 있으니.
정신병동 보는 거 같아요


이 대표와 통진당 내 주류인사를 [종북]으로 규정하거나 비판한 사람은,
진 교수만이 아니다.
조승수-노회찬 전 의원과 심상정 의원도 이 대표와 통진당 주류를 [종북]으로 공격해왔다.

 

 

1심 재판부의 판결을 기준으로 한다면, 이들만큼 확실하게 이 대표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도 없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자신을 종북으로 공격한 같은 좌파진영 인사들의 명예훼손은 전혀 문제를 삼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을 볼 때,
[종북 주사파]라는 표현으로 인격권을 침해당했다는 이 대표의 [청구이유]는 납득할 수가 없다.

 

 

<뉴데일리>는 판결 직후, 항소를 제기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뉴데일리>는 보수를 대변하는 정론지를 지향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파수꾼]이란 표제는
<뉴데일리>가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대표가 문제삼은 <뉴데일리>의 이 사건 기사는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남은 재판을 통해 1심 판결의 법리적 문제와 사실관계에서 드러난 모순이
명확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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