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이적단체로 규정한 <범민련 남측본부> 핵심 간부에 대한 항소심 재판 도중,
방청객에게 피고인을 옹호하는 발언을 허용한 [민유숙 부장판사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더구나 민 부장판사가 <민주통합당> 중진의원의 배우자이고,
해당 피고인의 아내 역시 민주당 소속 의원의 보좌관인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돼,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민 부장판사는 재판장으로서 정당한 재판지휘권을 행사한 것이란 입장을 밝혔으나,
피고인 측 방청객에게 최후변론을 허용한 전례가 없는데다가,
[민주당 의원의 부인]이 [민주당 보좌관 남편]의 재판을 맡은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재판의 중립성 훼손] 시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민 부장판사가 먼저 재판을 회피했어야 옳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파문은 민 부장판사가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최동진 편집위원장에 대한 항소심 공판에서, 피고인측 방청객들에게 발언권을 주면서 시작됐다.
민 부장판사는 지난 7일 최 위원장에 대한 재판 도중, 갑자기 방청석을 향해 입을 열었다.
“피고인이 최후 진술을 하기 전,
방청객 중에서 피고인을 위해 발언할 분이 계시면 말씀하세요”
형사 재판에서 피해자 측 방청객에게 발언권을 주는 사례는 있어도,
피고인 측 방청객에게 [변론 성격]의 발언기회를 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민 부장판사의 결정은,
<범민련 남측본부>를 지지하는 좌파 매체들조차 [파격]이란 표현을 쓸 만큼 이례적이었다.
더구나 최 위원장은 앞서 같은 이적단체 대표에 대한 재판에서,
법관에게 [미국의 개]라는 욕설을 퍼붓는 등 난동을 부려 구속까지 된 전력이 있었다.
최씨는 지난해 6월 이규재(75)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에 대한 공판에 방청객으로 참석해,
심리를 맡은 법관들을 향해 [민족 반역자, 이 개XX, 미국 놈의 개] 등의 욕설을 퍼붓고
법대(法臺)로 돌진하는 등 난동을 부렸다.
최 위원장은 법정모독 및 인터넷에 북한을 찬양하는 글을 올린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에 자격정지 2년을 선고받았다.
파문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민 부장판사로부터 발언권을 부여받은 방청객들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최 위원장을 위해 발언에 나선 이들은 하나같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면서,
정부와 검찰을 비난했다.
공안사건 항소심 재판정이 갑자기 검찰과 정부당국을 규탄하는 성토의 장으로 변질됐다.
국가보안법이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지목한 부분을 찾을 수 없으므로,
북한을 무조건 반국가단체로 인정한 가운데 재판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북한은 반국가단체가 아니라 국가다.- 윤기하 <국가보안법피해자모임> 법률자문
언제까지 같은 민족이며 통일의 상대인 북한을 적으로 보고
적대정책을 펼 것인가?
최 편집국장은 충실하게 일해 온 통일운동가다.- 김규철 <범민련 남측본부> 고문
억압과 폭압의 시대에 만들어진 국가보안법은,
분열을 끝내고 통일을 맞이해야 하는 오늘의 시대에 맞지 않는 법이다.- 권낙기 <통일광장> 대표
처음 발언을 한 윤기하는 2011년 김정일 사망 당시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분향소 설치를 시도하면서 <어버이연합>과 마찰을 빚은 인물이다.
두 번째 발언자인 김규철은 2002년 8월 16일 평양을 방문, 범민련 북측본부 인사들과
<범민련 남북연석회의>를 연 혐의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마지막 발언자인 권낙기는 1972년 북한의 지령을 받고 지하당 <통일혁명당> 재건을 시도하다가 구속돼 18년 동안 복역한 [비전향 장기수] 출신이다.
재판 후 민 부장판사는 [방청석 변론권] 부여를 둘러싼 비판이 일자, 해명을 했다.
"방청객들이 계속 나를 쳐다보면서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발언기회를 준 것일 뿐"- 민 유숙 부장판사
민 부장판사가 해명을 내놨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민 부장판사의 튀는 행보를 바라보는 법조계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일부 민 부장판사를 옹호하는 견해도 있지만,
이번 경우가 [굉장히 이례적]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피고인에 대한 변론권 보장이 필요했다면 진정서나 탄원서를 받으면 될 일.
피고인을 위해 방청객에게 발언기회까지 준 것은 부절적했다.이미 법정을 향해 미국의 개라는 욕설까지 한 사람을 위해
방청객에게 변론기회를 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재판장의 정당한 소송지휘권 행사라고 보기엔 정도를 넘어선 측면이 있다.
정말 방청객의 발언이 심리를 위해 필요했다면,
해당 인물을 증인으로 채택한 뒤 진술을 하도록 했어야 했다.정식절차라고 할 수 없다.
소송지휘권을 부절적하게 행사한 것 같다.
여기에 민 유숙 부장판사의 남편과 피고인의 부인이,
같은 야당 소속이란 사실이 드러나면서,
민 부장판사가 재판의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민 부장판사의 배우자는 문병호 민주통합당 의원(인천 부평갑)이다.
전남 영암출신인 문 의원은,
2008년 17대 국회 열린우리당 원내부대표를 지낸 재선 중진의원이다.
일찌감치 인천에서 터를 잡은 문 의원은 <전교조 인천지부> 고문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법위원장을 지냈다.
문제는 피고인 최 위원장의 부인 역시 같은 민주당 소속이라는 것이다.
최씨의 부인은 민주당 이미경 의원실 신모 보좌관이다.
파문은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다.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민 부장판사 사건을 언급하면서,
대법원의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방청석에서 발언한 3명은 모두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사람들로
이적단체로 징역을 살거나 처벌받은 사람.항소심 재판부의 재판장은 야당 중진의원의 부인으로,
재판장이 이런 사람들에게 피고인을 변호하는 발언기회를 준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법정질서에 맞지 않다.- 심 최고위원, 16일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시민단체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블루유니온>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집회를 열고,
민 판사를 법관윤리위원회에 회부할 것을 촉구했다.
재판정은 법과 원칙이 통용되는 곳이다.
그러나 민유숙 재판장의 법정에는 법은 있되 원칙은 없었다.
민유숙 판사의 사과와 사법부의 각성을 촉구한다.- 안보시민단체 <블루유니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