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세탁 끝난 전두환 비자금 환수방법은? [바람부는언덕님 글]
행방이 묘연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전두환)의 비자금 실체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일까? 역외탈세자 명단을 발표할 때마다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뉴스타파가 어제 '조세피난처 프로젝트' 4차 명단을 발표하면서 전두환의 장남인 전재국 시공사 회장의 이름을 호명했다. 뉴스타파는 이날 전재국씨가 지난 2004년 7월 28일 버진아일랜드에 이라는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세웠으며, 이와 관련된 비밀계좌도 발견되었다고 발표했다. 전두환의 미납된 추징금 공소시효의 만료가 임박하면서 이 문제가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던 터라 전재국씨의 역외탈세가 전두환 일가의 숨겨놓은 비자금과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뉴스타파가 3일 발표한 4차 명단에 전재국씨의 이름이 들어있다. 출처:구글이미지>
전두환의 장남 전재국씨의 역외탈세와 관련해서 가장 핵심이 되는 사안은 무엇보다 유령회사의 설립시기이다. 유령회사를 설립한 시기와 검찰에 의한 전두환 비자금의 실체 중 일부가 드러난 시기가 공교롭게도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 유령회사 설립시기, 전두환 비자금 발견으로 차남 구속된 시기와 일치
전재국씨가 버진아일랜드에 유령회사를 세운 것은 지난 2004년 7월 28일이다. 2004년은 검찰이 전두환의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한 재산추적과정에서 부인 이순자씨와 차남 전재용씨, 처남인 이창석씨 등이 보유한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발견하면서 '전두환 비자금'의 실체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가열되던 시기였다. 이 때문에 그해 2월 전재용씨가 증여세 포탈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그런데 바로 그 무렵 전두환의 장남 전재국씨가 문제의 유령회사를 세운 것이다. 전두환 일가의 비자금 문제와 관련해서 검찰의 수사가 목을 조여오고 있었고, 이로 인해 동생이 구속되는 상황에서 유령회사를 설립했다면 이건 누가 봐도 뻔한 스토리에 해당된다. 이 회사가 전두환의 비자금을 은닉하기 위해 세워진 회사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이다.
■ 29만원 밖에 없다더니 초화화 생활은 어떻게?
전두환은 지난 2003년 법정에서 왜 추징금을 더 내지 않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자신의 재산은 29만 1000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29만 1000원의 돈으로는 전혀 꿈조차 꿀 수 없는 초호화 생활을 영위해 오고 있다. '측근들과 자식들이 왜 추징금을 내주지 않는가'라는 질문에도 '그들도 겨우 생활만 하는 수준이다'라며 자식들의 재정상태 역시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님을 주장했던 그였다. 그러나 그의 말과는 달리 자식들 모두 수백억원대의 자산가로 알려져 있다. 그들은 돈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돈이 있어도 '돈이 없는 척' 해야만 하는 입장이었음에도 너무도 당당하게 '있는 척'을 하며 지내고 있었다.
<겨우 생활만 하는 수준이라던
그들 모두가 '떵떵'거리고 살고 있다. 출처:구글>
그 돈들은 모두 어디서 나온 것일까? 그들의 초호화생활을 가능케 한 것이 전두환이 재임 중 착복한 비자금때문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그리고 문제의 비자금이 어떻게 세탁되었는지는 이미 드러난 정황만으로도 충분히 예측해 볼 수 있다.
지난 2012년 5월 KBS <시사기획 창>은 전두환의 차남 전재용씨와 전두환의 비자금 창구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던 처남 이창석씨와의 의심스러운 땅거래정황을 방송으로 내보냈다. 사건의 내막은 이랬다. 이창석씨가 2006년 12월 경기도 오산시 양산동의 야산 중 절반을 500억원에 한 건설업자에게 팔았다. 그리고 나머지 반은 자신의 조카인 전재용씨에게 팔았다. 그런데 건설업자에게는 500억원에 판 이창석씨가 어찌된 영문인지 조카에게는 28억원의 헐값에 땅을 팔아 넘겼다. 그리고 1년 뒤 전재용씨는 이 땅을 다시 400억원에 같은 건설업자에게 되팔았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땅거래이다. 전재용씨는 좋은 삼촌을(?) 둔 덕분으로 1년 만에 무려 372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이 돈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번에 뉴스타파에 의해 제대로 걸려든 전두환의 장남 전재국씨의 재산형성과정 역시 의문투성이다. 그는 1990년 시공사를 창업한 이후로 문어발 확장을 펴 나갔다. 그러나 문제는 자금줄이었다. 도대체 어디서 그 많은 자금을 확보해 기업을 확장시켜나갈 수 있었던 것일까? 의혹은 시공사의 기업확장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지난 2006년에는 경기도 연천군에 '허브빌리지'라는 생태마을을 조성한다. 이 땅의 소유주는 전재국씨의 부인과 큰 딸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이 땅을 구입한 자금의 출처가 역시 수상하다. 그들은 이 자금을 전재국씨의 외할아버지로부터 외손주들에게 물려준 유산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확인해 보니 전재국씨의 외할아버지는 사망 당시 13평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3평 전세집에 살고 있던 외증조 할아버지가 수백억원의 유산을 외손주들에게 남겨준 셈이다.
비엘에셋 대표를 맡고 있은 전재용씨의 씨드머니(종자돈)도 외할아버지가 자신의 결혼축의금을 불려준 것이라던 해명과는 달리 노숙자의 이름을 빌려 차명계좌를 개설하고 무기명 채권을 반복적으로 구입하는 방식으로 돈세탁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두환의 삼남 전재만씨의 경우는 더욱 황당하다. 그는 현재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지하 4층, 지상 8층짜리 빌딩을 소유하고 있다. 그는 1995년 이희상 운산그룹 회장의 큰 딸과 결혼을 했다. 그런데 이때 장인인 이희상 회장으로부터 결혼 축의금 명목으로 160억원어치의 채권을 건네 받았다. 1~2억도 아닌 무려 160억에 달하는 돈을 결혼 축의금으로 주고 받는 진풍경이 벌어진 것이다. 이 엄청난 돈이 정말 순수한 의미의 결혼축의금에 해당될까?
이밖에도 전두환 일가의 재산형성과정과 그들이 운영하고 있는 기업체들간의 자금 흐름은 수상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전두환의 처남 이창석의 부인 홍정녀씨, 차남 전재용의 부인 박상아씨, 전두환의 손자 손녀들에 이르기까지 드러난 의혹에 연루된 돈의 액수만도 수백억원에 달하고 있다. 이 돈들은 모두 어디서 나와서 어디로 흘러들어간 것일까?
■ 국민들에게만 보이는 수상한 돈의 흐름들
전두환의 비자금을 취재 방송했던 KBS <시사기획 창>의 홍상훈 기자는 취재를 마치고 풀리지 않는 수수께기가 생겼다고 한다. 그런데 그 의문은 전두환의 숨겨진 비자금의 유무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수사권도 없는 일개 기자인 자신조차 확인할 수 있는 내용들을 검찰에서는 정말 모르고 있었던 것인지, 왜 국세청에서는 전재용, 이창석의 명백한 조세포탈 범죄 행위를 고발하지 않고 세금만 부과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정말 왜 그랬을까? 검찰과 국세청은 왜 그랬을까? 필자 역시 이 부분이 정말 의문이다. 그들은 밝히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밝히지 않았던 것일까?
■ 전두환이 추징금을 안내는 이유
그는 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추징금을 반환하지 않는 것일가? 전두환이 기업들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던 지난 1996년 '전두환 비자금 사건' 첫 공판에서 그가 한 발언을 보면 그가 왜 추징금을 내지 않고 빼돌렸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재임중 기업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2205억원의 추징금을 선고 받았다>
전두환은 이 자리에서 '기업들이 자신에게 정치자금을 냄으로써 정치안정에 기여하는 보람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전인수도 이런 아전인수가 없다. 도대체 누가, 어떤 정신나간 기업인이 대한민국의 정치안정을 위해 정치자금을 정치권에 뿌린다는 것인가? 기업인들이 정치권에 정치자금을 헌납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첫째는 정치권력의 눈밖에 나지 않기 위함이고, 둘째는 기업경영과 관련해 모종의 특혜를 얻기 위함이다. 고인이 된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5공비리 청문회'에서 왜 정치자금(뇌물)을 상납했는가란 질문에 '힘있는 사람에게 괴로움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서슬퍼런 5공시절, 누구도 대통령이 지닌 권력과 힘앞에 무릎꿇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대통령의 말이 곧 법이었던 시절이었다. 권력이 돈을 요구하면 돈을 바칠 수 밖에 없던 시절이었다. 기업인들은 정치자금을 통해 정치안정을 기여하는 보람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세무감사를 피하고 특혜를 얻고자 뇌물을 바쳐왔던 것이다. 그러나 전두환은 이 뇌물을 정치안정을 위해 기업인들이 내야하는 당연한 돈으로 인식했다. 기업인들이 내는 당연한 정치자금에 '뇌물죄'를 적용했다고 인식하고 있으니, 추징금을 낼 까닭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자금이든 뇌물이든 그 돈이 부정한 돈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목적 자체에 불순한 의도가 있는 돈이 하루아침에 정당한 돈으로 뒤바뀔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 돈세탁 끝난 전두환 비자금, 환수할 수 있는 방법은?
민주당의 우원식 의원은 지난달 30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범죄수익에 대한 추징의 시효를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이 전두환으로부터 찾아와야 하는 것이 두가지가 있는데, 그 첫째가 바로 미납된 추징금 1672억원이다. 그리고 두번째는 '전직대통령예우에 관한 법률'에 의해 제공되고 있는 각종 특혜와 예우들이다. 전두환은 이미 국가내란죄와 반란죄 수괴 혐의로 1심에서 사형,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언도받은 중죄인이다. 1997년 12월 정치적 사면으로 복권되었지만 그것은 말그대로 정치적으로 사면시켜준 것이지 국민정서상으로는 여전히 수많은 무고한 자국민을 살상한 용서받지 못할 중대 범죄자에 다름 아니다. 그런 그가 자신의 행위에 대한 참회와 반성을 뒤로한 채 여전히 이땅에서 온갖 특권과 특혜를 누리며 국민정서에 반하는 삶을 영위해 나가고 있다. 이처럼 전두환 일가는 대한민국의 사회정의를 마음껏 비웃으며 자신들의 왕국을 건설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전두환의 미납된 추징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관련 법률의 개정이 절실하다. 살펴본 바와 같이 가족들과 측근들을 통해 이미 전두환 비자금의 돈세탁은 거의 끝난 상황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률 개정을 통해서라도 정치·경제사범에 대한 비리자금의 추징은 본인 뿐만 아니라 가족에게까지 확대·적용해야만 한다. 그것만이 전두환의 숨겨진 비자금을 환수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일 뿐만 아니라 이후에 있을지도 모를 사회고위층의 비자금 은닉 및 불법세탁을 방지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전두환의 5공화국이 내걸었던 캐치프레이즈가 바로 '정의사회구현'이었다. 5공화국의 구현하려고 했던 '정의사회'가 어떤 사회였는지 우리는 그 실체를 너무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2013년 우리사회가 구현하려는 '정의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바라기는 '정의사회구현'을 외쳤던 전두환이 '구현된 정의사회'의 법과 원칙에 따라 반드시 단죄받게 되기를 간절히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