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연합, 존경받는 어버이가 되어주세요. [난 아직도 ing님 글]
아버지와 어머니를 아울러 이르는 말, 어버이. 어버이연합이라는 단체는 우리가 인지하기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온 단체라고 나는 그렇게 알고 있다. 본인들을 '보수'라고 칭하며, 사회 각종 논란이 일어날때마다 항상 보이는 단체, 어디선가 누구에게 무슨일이 생기면 항상 나타나는 '종북 좌파' 라고 한다면 짱가도 아닌것이 태권V도 아닌것이 바람처럼 나타나서 이슬처럼 사라지는 이 어버이연합. 존경받는 어버이 보다는, 글쎄. 눈살이 찌푸려지는 행적들이 가관이다.
외로운 노인들을 한데로 결집시킨 어버이연합
이 어버이연합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내가 봐온 것들은 이러했다. 탑골공원에서 무료한 시간을 달래던 노인들이 탑골공원 성역화가 시작되자 거리로 다시 내몰리게 되었다. 다시 거리로 내 몰린 노인들은 다시 또 이리저리 돌고 돌아 정착한 곳이 종묘공원. 종묘공원에 모인 이들을 다시 또 결집시키고, 2006년 5월 사무실을 얻어 만들어진 단체가 이 어버이 연합이다.
이 어버이연합의 회원들에겐 공통분모가 하나 있었으니, 전쟁의 참사를 몸소 느끼고 안 '노인세대' 라는것과, 그리고 외롭고 곤궁하다는 것이다. 전쟁의 참사를 몸소 느끼고, 그들이 그렇게 입에 달고 사는 '빨갱이'에 억눌려 살아오다 보니, '빨갱이' 라는 단어엔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거리로 나선다는것과, 그리고 자식들에게 외면받고 외롭다 보니, 그런곳에서 친구들을 만나 시위를 하고 라면도 나눠 먹으며 동지의식과 결집력을 다진다.
몇년전 이었나, 그때 각종언론사에 낙하산 인사를 투입한다기에 언론은 그러면 안된다는 생각에 무작정 서울로 가서 MBC를 들렀다, KBS 계단앞에 쪼그려 앉아 있을때였나보다. 나 말고도 30명 정도 사람들이 있었는데 뜨거운 날씨만큼이나 더 낯뜨거웠던건, 어디선가 누구에게 무슨일이 생기면 출동한 짱가마냥 어디서 오셧는지 우르르 몰려와 이유도 없이 '빨갱이' 폭언을 내뱉고 아무거나 막 말로차고 몸싸움을 하는 어버이연합 회원들이었다.
이리저리 사람을 밀치고 마구잡이로 빨갱이라 소리지르고, 막아서는 경찰들도 역부족. 어버이연합 회원중 한명이 들고 있던 피켓으로 아무나 막 찌르며 폭언을 내뱉자 화가 난 사람중 한명이 어버이연합 회원중 한명을 살짝 밀쳤더니 저만큼 나동그라져 '아이고 나죽네.' 소리지르며 한바탕 헤프닝이 벌어졌던거 까지 기억이 난다. 그땐 참 사람들이 안타깝기 보다는 너무 화가났다. 결국 그들이 그렇게 '빨갱이'라 부르던 사람들의 피값위에 집회 결사의 자유도 보장된 대한민국에서 아무나 무자비로 빨갱이 소리지르며 화를 내는 상황들도 너무 화가났지만, '도대체 무엇이 저들을 저렇게 극렬하게 거리로 나서게 만드는가.' 라는 생각도 들었던것도 사실이다.
그뒤로 한참을 잊고 지내다, 서울시의 무상 급식에 반대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 저들을 보게 되었다. 어린아이들 밥한끼 눈치없이 먹여주자는것이 뭐가 그렇게 불만인지 정작 그들이 빨갱이라 주장하는 '무상' 지하철을 타고 서울시청앞으로 몰려와 무상급식은 빨갱이라 외치던 그들을 보며 인간적인 연민마저도 들었던것이 사실이다. 자칭 보수주의자라면서 조금이라도 진보적 색채를 띈 자들에게 아직도 빨갱이 타령이나 하고 있었다.
정말 자유주의적, 자본주의적 국가를 원한다면 앞으로 노인들도 지하철 탈때 돈내고 타야되고, 주민세도 꼬박꼬박 내야하고, 건강보험? 그걸 왜 국가에서 하는건가, 지금 매일처럼 말이 나오는 노인복지도 사실 개인이 젊었을때 대비했었어야 하고, 이런식으로 따지면 한도 끝도 없다. 초등학교도 돈 내고 다녀야지. 경로석도 없애야지. 똑같은 돈, 아니 돈 더내고 타는 사람이 왜 자리를 양보하나? 그러면 또 빨갱이라고 할건지.
존경받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어버이, 왜?
저들을 하루일당 3만원에 움직이는 노인네, 가스통 할배, 등등등 저들을 지칭하는 단어들은 아주 많다. 어버이연합 이라는 단체에 대항하기 위해, 자식연합 이라는 단체도 생기고 어버이라는 뜻이 원래 어머니와 아버지를 아울러 이야기 하지만 사실 우리 가정속의 어머니, 아버지처럼 어버이연합이 존경받지 못한다. 되려 외면받고 가스통할배, 용역집단이라 욕만 듣지. 왜 저들을 존경하지 못하는걸까? 왜 저들이 저렇게 대중에게서 외면받는걸까? 가만히 고민하고 생각한 결론은 이러하다.
일단 저들이 이야기 하고자 하는, 말의 앞뒤가 맞지 않다. 무상 복지는 나라를 망치는 포퓰리즘이라 이야기 한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국가로 받는 혜택은 아주 당연하면서, 자신들이 받지 못하는 혜택을 받는 사람을 빨갱이로 몰아세워 버린다. 그리고 그 '빨갱이' 들을 위해 거리로 나서는 불편함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저번에 일어났었던 서울시의회로 난입해 난동을 부렸던 사건이 아주 유명하다. 그때 초등학생 무상급식에 관한 조례가 서울시의회에서 논의되고 있었다. 그때 무상급식은 복지 포퓰리즘, 빨갱이들이나 하는거라며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무료 지하철을 타고 서울시청앞으로 가서 한시간여동안 시청앞에서 시위를 하다, 서울시의회로 난입해서 난동을 부렸더라지.
그때 난 참 기가차고 어이가 없었다. 왜 자신들의 복지는 '당연'한거면서, 왜 다른 사람의 복지는 그렇게 기를 쓰고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반대를 하는건지. 예전 박정희 시대에 피땀흘려 나라 일구어놓은 것에 대한 보답이라 이야기 하는데, 그렇다면 그 어린아이들의 무상급식이나 무상복지는 앞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갈 아이들에게 해줄수 있는 어른들의 최소한의 배려이고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해 줄수 있는 최선이다.
왜 자신들의 무상교통에는 무상복지에는 인색하지 않으며 저들이 빨갱이라 부르는, 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노인복지정책의 열매를 가장 달콤하게 따먹고 박근혜 대통렁이 노인복지를 받을수 있는 노인의 연령대를 올리겠다는 발표에는 파르르 떨고 분노하면서, 왜 함께 같이 살아가야 할 어떻게 보면 그들보다 우선해서 먼저 배려되어야 할 어린아이들의 밥그릇에는 그렇게 인색하고 '빨갱이' 라 낙인찍는 이유를 나는 잘 모르겠다.
'학생인권조례가 공포되면 초중고생이 자유롭게 성생활과 동성애를 할 수 있고, 자유롭게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겁니다. 선생님이 숙제를 많이 내면 ‘선생님 몰아내자’ 이렇게 나올 수 있고, 더 나아가 빨갱이들이 10대에게 죽창 하나씩 쥐여주고 "너희들이 어버이연합 어르신들 척결해라" 이런 날이 올 수도 있습니다. 이런 X같은 학생인권조례안을 내는 곽노현·민주통합당 척결하자!'
한때 어버이연합 사무실에 울려퍼진 구호다. 학생 인권 조례에 뭐 임신설명서라도 첨부되어 있는것도 아니고 자유롭게 성생활과 동성애를 하라고 권유하는것도 아니었다. 다만, 그 속에는 '차별' 받지 않을 권리를 이야기 했다. 그러니까 임신한아이, 동성애 보고 놀리거나 놀라지 마라, 이상한 시선으로 보지마라 이 뜻이다. 자신들이 '노인' 이라 사회에서 외면받고 설움받는것을 어느 누구보다도 더 잘알고 또한 느끼고 있으면서 차별받고 외면받는 학생들을 구해내는데 있어 왜 이렇게 안쓰럽고 불쌍한걸까. 그것도 연관성이 전혀 없는 '빨갱이' 라는 단어에 목을 메며 말이다.
한국 고전소설들을 읽다보면, 한국이 일제식민지 시대를 거치고 독립을해 쩔둑발이 대한민국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이 묘사되어있다. 일제 식민지 시대에 일제에 앞장서 독립군들을 때려잡던 일본 앞잡이들을 '빨갱이'들이 몰려 내려와 죽창이나 각종 흉기들을 동원해서 잔인하게 살해하는 장면, 지금 저들이 아무나 대고 '빨갱이' 낙인찍는것 처럼 자신들이 원하고자 하는 사회를 만들기에 걸림돌이 되는 사람들을 '일본 앞잡이' 라 낙인찍어 잔인하게 살해하는 장면. 그리고 6.25 전쟁. 그때 이 시대가 결코 거짓이 아니었기에 저들이 저렇게 빨갱이라는 단어에 민감할테지.
하지만 시대는 바뀌었다. 정말 극렬한 저들이 상상하는 '빨갱이'는 사라진지 오래이고, 저들의 상상력이 만들어 낸 가공의 빨갱이들이 피를 흘려 찾아온 복지정책과 기본권을 너무나도 달콤하게 따먹으며 빨갱이를 운운하다. 그렇게 빨갱이가 싫으면 그 빨갱이들이 만들어내는 정책에 포함되지 말았어야지. 왜 '빨갱이 정책'은 좋아하면서 왜 아무나대고 '빨갱' 거리는가. 아직도 색깔론이 먹혀들어가는거 보면, 대한민국 멀어도 한참 멀었다 라는 생각도 든다.
사실, 지금 어버이연합에게 제일 필요한것은...
어버이연합 소속분들과 할아버님들이 안되긴 하지만 애국을 사상에 대입 시켜서 색깔론 만으로 움직이기에는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 생각한다. 어버이연합이라는 단체가 과격하고 위협적인 집단이고 색깔론이나 연합의 사상에 따라 움직이는게 사실이니 지금 같은 시대에 사라져야 하는건 어쩔수 없다. 그리고 거의 사라졌던 색깔론이 다시 부활해서 국민 갈등을 유발하게 한것도 어버이연합 탓도 분명 없지 만은 않을것이다. 무슨 세뇌도 아니고 같은 국민끼리 색깔론으로 네편내편 가르는게 참.
더불어 나는 솔직히 어버이연합 어르신들을 보면 화가 난다기보다는 안타깝고, 모여서 라면을 주식삼아 드시는 모습을 보면 측은하기까지 하다. 저분들께 낙을 만들어드리는 것. 결국, `노인복지`가 답이라고 본다. 어르신들, 어르신들이 그토록 빨갱이라 손가락질하는 그 젊은이들과 빨갱이들이 만들어낸 정책들, 그리고 그렇게 거두어진 세금이 결국, 어르신들에께 복지라는 큰 혜택이 되어 돌아온답니다. 세금은 그렇게 돌고 도는 것이고, 그렇게 세상은 조금씩 바뀌는 거랍니다.
그들에게 지금 제일 필요한건 주변의 관심이다. 아무리 아프고 몸이 안좋아도 생계가 녹록치 못해 치료를 포기하는 노인인구가 늘어난다는 뉴스를 보며, 어쩌면 저 속에는 우리가 그토록 증오하고 경멸하는 어버이연합 회원들도 있겠지 싶어 마음이 안좋았다. 저들에게 조금의 관심과 대화, 그리고 '말 안 통하는 늙은이' 라 조롱하고 경멸하기 보다는 그들의 세계에 우리가 한발 들어가 그들을 품안으로 따듯하게 안아줘야 하지 않을까?
균형된 시각을 갖기가 쉽지는 않다. 또한 서로가 상대의 입장을 이해 하기는 더욱 쉽지 않다. 그 가운데에 가슴깊이 아픈 역사적인 상처가 있다면 더 더욱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려워도 이해하려 애써 보아야 한다. 잘 안되면 상대의 입장을 알려고 해보자. 역사의 긴 안목을 가지고 본다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텐데, 사람이 동물보다 나은 것은 감정만이 아니라 이성도 가졌다는 것일텐데, 한번에 안되면 미운 마음은 조금씩 덜어내고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