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가산점 제도에 대한 생각

썸씽스페샬 작성일 13.06.16 19:2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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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에서 군 가산점을 부활시키겠다고 하고 있는데...제 나름대로 가산점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본 내용입니다.

 

 보통 가산점 문제의 이슈는 남녀 간의, 특히 군필자와 군미필자의 평등 문제로 보죠. 군필자에게 가산점을 줄 경우 미필자들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평등권이 침해된다는 부분인데, 대부분의 여론은 마치 이것이 군필자에게 군복무의 혜택이 주어져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의 문제인 것처럼 보더군요. 이번에 국방부의 입장도 어떤 형태로든 군필자에게 복무의 혜택이 주어져야 하므로 가산점을 부활시키겠다는 논리구요. 전 두가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봅니다.

 

1. 과연 군필자에게 혜택이 주어져야 하는가?

  ---> 네, 당연합니다. 이걸 부정하는 사람은 도무지 그 논리가 이해가 안 갑니다. 여자들이 출산하니까 똑같은 거라느니 이런 개소리는 황당할 뿐입니다. 의무적으로 가는 거니까 보상을 줄 필요가 없다는 말도 이해가 안 가구요. 물론 달리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겠지만 저는 이 부분은 당연히 Yes라는 전제를 깔고 출발하겠습니다.   

 

2. 1이 Yes라면 그 혜택은 어떤 형태이든 상관 없는 것인가?

  ---> 대부분의 남자 분들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여기에 Yes를 깔고 시작합니다. Yes라면 군가산점 제도는 부활해도 상관없겠죠. 하지만 이 부분은 그냥 대충 넘겨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군가산점 제도는 잘못된 제도이기 때문에 다른 제도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하면 '잘못된 제도라고 해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느냐, 다른 대책을 생각할 수 없다면 그거라도 줘야 한다.' 라고 반박을 하시는데, 잘못된 제도는 없느니만 못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집단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제도가 다른 집단에게 지나치게 큰 희생을 강요한다면 잘못된 것입니다.

 거꾸로 생각해보죠. '아무런 보상도 혜택도 없이 2년을 국가에 바쳐라'라는 국방제도는 국익을 위해서라는 명분이 있다고 해도 군복무 대상자들에게 너무 큰 희생을 강요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그래서 군필자들에게 혜택이 필요한 것이죠. 그런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군필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대신 다른 집단에게 너무나 큰 희생을 강요한다면 결국 한쪽의 희생을 다른 쪽의 희생으로 바꾸는 꼴밖에 안됩니다. 

 군 가산점 제도는 공무원 수험생들에게 혜택을 주는 제도인데, 사실 현재도 군필자는 공무원으로 임용된 후에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2호봉을 더해주죠. 미필자는 1호봉으로 시작하지만 군필자는 3호봉으로 시작합니다. 2013년 봉급표 상으로 9급 1호봉과 3호봉의 월급 차이는 13만원 정도입니다. 1년이면 150만원 정도가 됩니다. 하지만 이 제도를 문제삼는 미필자는 거의 없습니다. 본인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군필자에게 혜택이 가면서, 그 비용은 국민 전체가 고르게 부담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군가산점 제도는 어떨까요. 

 

3. 2가 No라면 과연 군가산점 제도는 잘못된 제도인가?

  ---> 결론적으로 저는 이 부분이 Yes라고 생각합니다. 

첫째로, 군인들이 국방의 의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이익을 보는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 전체입니다. 그렇다면 군필자들에게 어떤 혜택이 주어질 때 그 비용을 부담하는 것 역시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되어야 합니다. 어떤 특정 집단에게만 그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지요. 물론 그 희생이 경미할 경우라면 상관없겠지만, 지나치게 큰 희생인 경우는 문제가 됩니다. 그런 '특별한 희생'을 강요하려면 바로 그 희생자들에게도 다시 보상을 해줘야 합니다. 아무 보상도 해주지 않고 너희들이 그냥 다 부담하라고 강요하면 누가 가만히 받아들일까요. 

둘째로, 혜택은 모든 군필자들에게 돌아가야 합니다. 물론 국가 예산이 소모되겠지만, 이건 원론적인 문제입니다. 몇몇 군필자에게만 '상징적으로' 준다는 것은 결국 그냥 이거 먹고 떨어져라 식의 정책 밖에 안 됩니다. 정부와 국회의 입법 의무 태만이죠. '왜 우리한테는 아무 혜택도 안 주나요' 라고 했을때 '가산점 주잖아' 라고 하기 위한, 돈 한 푼 안들이고 끝내기 위한 정부의 게으름 아닌가요. 

군가산점 제도를 생각해보죠. 먼저 혜택을 보는 사람은 누굴까요. 첫째로 공무원 수험생이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군필자 수험생이 혜택을 받는 건 아니죠. 끝까지 합격하지 못한 사람은 제외됩니다. 합격자만이 결국 그 점수의 덕을 보는 거죠. 하지만 모든 합격자도 아닙니다. 커트라인이 90점이었다고 할때 가산점 빼고도 91점 받았다고 하면 가산점의 덕을 본게 아니니까요. 가산점이 없었다면 떨어졌을텐데 가산점 덕에 붙은 그 소수의 합격자들만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는 겁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 외의 대한민국의 수백만 군필자들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만을 부여받는 겁니다. 아니, 애초에 공무원이 될 생각은 전혀 없다 하는 사람들은 아예 그 기회조차 없는 겁니다. 이게 과연 현역 군인들의 사기 진작에 도움이 될까요? '아, 나는 제대 후에 공무원 시험보면 가산점 2점 받을 수 있으니 군 생활은 헛된 시간이 아니겠구나' 라고 생각할까요?

그러면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여자들이라구요? 아닙니다. 사실 대다수의 여자들에게 물어보면 군 가산점 제도에 대해서 그렇게 크게 반대하는 여자들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대부분이 줘야 한다고 말하죠. 정말 '꼴통' 페미이거나 몇몇 여초사이트의 댓글러들을 제외하고는 보통 관심도 없습니다. 본인들은 전혀 비용지불자가 아니기 때문이죠. 위의 수혜자를 거꾸로 생각해보면 가산점 제도의 비용지불자는 공무원 수험생들 중 가산점 제도가 없었다면 합격 했을텐데 경쟁자가 가산점을 받는 바람에 떨어져버린 극소수의 미필자들 뿐입니다

저도 지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32살이고 예비군 7년차인 군필자입니다) 커트라인이 90점에 육박하는 9급 일반행정 공무원 시험에서 2점은 엄청난 점수입니다. 사실상 공부 좀 열심히 한 수험생들은 거의 커트라인에서 플러스마이너스 3점 정도에 다 몰리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 소수의 비용지불자들은 정말 엄청난 희생을 강요당하는 꼴이 되는 거죠. 

저는 군 가산점 제도는 잘못된 제도라고 봅니다. 수혜자가 소수인 것과 비용지불자가 소수인 것 중 특히 심각한 문제는 후자 쪽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죠. 이 제도는 남녀평등의 문제가 아니라, 군필자 중 혜택을 받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평등 문제이자, 미필자들 중 이 제도로 인해서 피해를 보는 사람과 전혀 보지 않는 사람 간의 평등 문제입니다.

 

국가에서는 돈도 한푼도 안 들이고, 골치아프게 생각할 필요도 없이, 그냥 면피용으로, 아주 상징적인 군복무 혜택 제도를 준다는 것입니다. 꼴랑 한해에 몇백명 혜택 보는 제도 하나 만들겠다는 거죠. 그래도 우리 군필자들이 그냥 거기서 만족하겠다고 하면....네, 그냥 거기서 만족할 수도 있겠죠. 뭐 받는 사람이 그러겠다는데 정부에서 굳이 쎈거 주겠어요?  BUT, 설령 그런 상징적인 제도라고 해도 그걸 위해 소수의 집단에게 가혹한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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