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사건 노대통령이라면 어땠을까?

가자서 작성일 13.06.16 19:3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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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사건 노대통령이라면 어땠을까?  [바람부는언덕님 글]

 

 

지난 2002년 민주당은 대한민국 정치사상 처음으로 국민경선을 통해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역사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국민경선은 당권과 대선을 분리함으로써 기존의 1인보스 정치체제를 청산하고, 당원과 국민이 함께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정치개혁의 혁신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 과정을 거쳐 당시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대통령 후보가 바로 노무현 후보였다. 당시 민주당은 이인제 대세론이 지배적인 상황이었다. 호남을 정치적 뿌리로 삼고 있는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계파와 조직은 물론 당내 기반이 전무한 부산출신의 노무현 후보가 선출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마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이들의 예상을 뛰어 넘고 노무현 후보가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확정되었다. 노무현의 승리는 지역주의의 노예가 되어버린 대한민국 정치, 반칙과 특권이 난무하는 대한민국 정치, 부정과 비리·부패로 나날이 멍들어가고 있는 대한민국 정치를 혁신적으로 개혁해주기를 바라는 국민의 염원이 노무현의 등에 날개를 달아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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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은 민주당의 심장 광주 경선에서 승리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온 천하에 알렸다. 출처:구글>


그러나 노무현 후보의 경선승리는 그에게서 새로운 정치에 대한 희망을 발견한 국민들에게는 축제를 의미했지만, 민주당을 장악하고 있던 기득권 세력에게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재앙을 의미했다. 노무현의 가치가 상징하는 새정치의 텃밭에서는 구시대의 낡은정치가 끼어들 여지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경선 이후 그들은 노골적으로 노무현 흔들기에 앞장 선다. 경선에서 패배한 이인제 후보와 낙선 후보들을 중심으로 '노무현 필패론'을 앞세워 노무현의 사상과 인격을 비난하며 대선후보로서의 부당함을 끊임없이 제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2년 8월 8일 실시된 보궐선거의 패배는 민주당 내의 반노와 비노그룹들에게 노무현 후보를 민주당의 대선후보자리에서 끌어내리기 위한 절호의 기회로 작용했다. 당 안팍으로 보궐선거 패배 책임론이 팽배했고, 타겟은 당연히 노무현 후보를 향했다. 


조중동의 '노무현 흔들기'를 그대로 차용한 민주당내 반노와 비노들의 '노무현 대선 필패론'에 맞서 노무현 후보는 재경선의 카드를 던졌다. 이것은 선거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는 당내의 기류에 맞서는 한편 그 자신이 보궐선거의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재신임을 받겠다고 약속한 것을 지키기 위한 일종의 승부수였다. 


이후의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반노와 비노들의 탈당과 후단협 결성, 이들의 정몽준 지지, 국민 21 결성, 정몽준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의 과정과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 파기로 이어지는 드라마틱한 과정을 거쳐 마침내 노무현 후보는 이회창 후보를 누르고 대한민국의 16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사실 내세울 것이 아무것도 없는, 고졸의 인권변호사 출신인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 자체가 대한민국 정치현실에서 볼 때 기적이었다. 이는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고 변화와 혁신을 간절히 기대하는 국민들이 만들어낸 한편의 드라마였다. 대통령 선거가 온 국민이 참여하는축제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필자도 이때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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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후보의 당선은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다시 보기 힘든 기적같은 일이었다. 출처:구글이미지>


선거가 국민들의 축제여야 한다고 우리는 공공연하게 말한다. 아마도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가 이를 가장 잘 반영했던 선거 중의 하나일 것이다. 오늘 지난 2002년 대선을 떠올려보는 것은 축제였던 2002년의 대선과 작년에 치루어진 2012년 대선이 너무도 비교가 되기 때문이다. 5년 동안 국가와 국민을 섬기는 지도자를 국민의 손으로 뽑는 축제가 되어야 할 대통령 선거가 국정원의 불법대선개입으로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 국민의 축제를 난장판으로 만들어 버린 국가정보원 


국정원은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했고, 이를 수사했던 경찰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 이 과정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은 경찰에 모종의 압력을 행사했고, 박근혜 대통령 역시 당시 국정원을 두둔하며 오히려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을 맹비난한 바 있다. 이후의 국정원 불법대선개입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온 국민이 다 아는 바다.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한 수사를 하겠다던 채동욱 검찰총장의 공언과는 달리 검찰의 수사는 모두의 예상에서 한치도 틀리지 않게 진행되고 있다.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의 가치와 질서에 반하는 일들이 서스럼없이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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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게이트, 결국 모두가 한 통속으로 결론이 날 것 같다. 모두가 공범이다. 출처:구글이미지>


그러나 무엇보다 필자를 분노케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사건에 대한 반응이다. 국정원 사건에 대한 당시 박근혜 후보의 대응은 그야말로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 수준의 절박함이 배어 있었다. 그 절박함이 '성폭행범이나 할 수법', '흑색선전과의 전면전'. '인권 침해' 등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표현으로 나타났고, 문재인 후보를 향한 사생결단식 공세로 표출되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당시에는 상대진영의 의혹제기 수준이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사실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사안에 누구라도 당연히 그렇게 반응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다. 국정원이 국정원장의 지시에 의해 대선에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팩트로 밝혀졌다. 또한 이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어떤 짓을 벌였는지도 백일 하에 드러난 상태이며,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법무부장관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대통령 자신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방기하고 있는 현 박근혜 대통령


국가와 국민을 섬겨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두말할 것도 없이 필자는 그것이 우리 헌법이 규정한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헌법이 규정해 놓은 가치, 즉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의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가치를 구현하고 이에 도전하는 어떠한 시도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와 신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박근혜 대통령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가?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 흔드는 국기문란사건과 이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국가기관이 보여주고 있는 불법과 부정에 대해서 대통령은 도대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인가? 헌법이 규정한 가치를 위협하고 부정하는 일들이 자행되고 있음에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대통령을 국민들이 어떻게 이해하라는 말인가? 


박근혜 대통령의 침묵은 민주주의의 가치와 비전 따위는 상관없이, 어떻게든 권력을 유지하고 지키기만 하면 된다는 빗나간 권력주의와 비뚤어진 특권의식의 발로에 다름 아니며, 민주주의의 질서를 대통령 스스로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이같은 행동은 체제유지와 권력유지를 위해 민주주의를 부정했던 아버지의 그것과 정확히 일맥상통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에 국정원이 개입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한없이 창피스러운 일인데, 이를 숨기고 비호하는 국가기관과 정부, 집권여당 그리고 대통령을 바라보며 필자는 말로 형용하기 힘든 수치심과 분노를 느낀다. 이런 감정에 휩싸여있는 사람이 어찌 필자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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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행위와 이후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국가기관들의 작태는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짓이다>


노무현 대통령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헌법질서를 파괴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국정원의 불법적인 대선개입사건, 노무현 대통령이었다면 어떤 행동을 취했을까?  그라면 정말 어떻게 했을까? 민주주의가 유린당하고 농락당하는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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