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열띤 공작으로 인해 NLL관련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속칭 ‘NLL포기 (뉘앙스)’의 발언을 했냐, 안했냐가 그 핵심이다. 똑같은 발언록을 두고, 어느 한쪽에서는 “포기로 밖에 이해 되지 않는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포기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고 난리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영토 수호에 있어 ‘발언’이 과연 진짜 문제인가?
그 발언이 있기 전에도, NLL 이남은 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해왔다.
그 발언이 있은 후에도, NLL 이남은 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해오고 있다.
영토를 지키는 것은 혓바닥이 아니다. 영토를 지키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피’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처칠이 연설문에 썼던 “피, 수고, 눈물, 그리고 땀”(I have nothing to offer but blood, toil, tears, and sweat)이다.
물론 혓바닥으로 땅따먹기 하신 위대한 선조가 한 분 계신다. 서희라고. 하지만 그분도 따먹은 땅을 지키기 위해선 혀가 아니라 돌을 쓰셨다. 곧바로 거기에 6개의 성을 쌓았다. 그 역시 영토는 혓바닥으로 지키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과거의 영해는 3해리였다. 이유는 딱 하나, 육지에서 대포를 쏴서 닿는 거리가 3해리였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대포를 쏴서 다른 놈들의 배가 접근을 못하게 할 수 있었기에 내 영해가 된 거지, 국제법이 ’3해리는 니 바다’라고 말하고, 내가 지도 위에 3해리 선을 그어서 내 바다가 된 게 아니라는 거다.
이는 영공권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국제법상 영공은 한 나라의 영토와 영해 위에 있는 하늘로, 그 고도에 있어 제한이 없다. 하지만 미국은 냉전시절, U2 정찰기를 소련, 북한을 비롯한 전 세계에 밥먹듯이 보내는데, 이는 그 고고도 정찰기를 떨어뜨릴 능력을 보유한 나라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 문제로 미국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았다는 말은 단 한번도 들어본 일이 없다. 국제법상 내 영공이라 할 지라도, 상대는 침범 가능하고 내가 지킬 수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영토는 안 그런가? 지도 위에 대고 영토선을 그리는 건 참 쉽다. 그리고 그 땅이 내 땅이라고 우기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걸 남들에게 받아들이게 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불과 100년전만 해도 티벳(토번)은 국경을 가진 나라였지만 현재 티벳은 중국의 한 자치구에 불과하다. 골란고원은 또 어떤가? 골란고원에 선을 그어대던 시리아와 이집트가 골란 고원을 지켜냈는가?
너무 먼 얘긴가? 그럼 63년전 한국으로 돌아가자. 혓바닥으로는 ‘점심은 평양에서 저녁은 신의주에서 먹겠다’고 한 이승만 대통령을 모시던 때, 우리가 영토를 우리 힘으로 지켜낼 수 있었던가?
지도상에 선 그어놓고 우기면 무슨 소용인가? 그렇게 NLL 잘 그어두면 뭐하나? 막상 NLL아래서 어뢰에 맞아 배가 침몰했다고(공식발표) 해도, 보복도 못하면 그게 우리 영해인가? 어차피 NLL이 아니라 북한식 해상경계선을 그어도 서해 5도는 우리 영토다. 북한식 해상경계선도 잘 보면 섬과 이어지는 통로는 남한 측에 넣었음을 알 수 있다.
쉽게 풀어서 뭐라 부르느냐, 내 꺼라 주장하느냐, 내가 지켜내겠다고 주장 하느냐… 이건 입싸움에 불과하다. 자신의 영토, 영해를 지킬 수 있는 군사적 실력을 키워야 진짜 안보다. 누가 쳐들어왔을 때 “내 꺼니까 건들지 말아주세요. 엉엉…” 할 거면 안보가 아니란 말이다. 애초에 공격을 못할 정도의 군사력을 갖추는 게 안보다.
자, 그러면 이제 본격적으로 노무현과 이명박의 안보를 비교해 보자. 찌질하게 대화록 두고 노무현 대통령이 NLL에 대해 한 외교적 수사를 이리저리 분석해보는건 의미가 없다. 중요한 건 행동이다. 두 대통령 중 어느 쪽이 좀 더 군사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는지, 행동으로 살펴보자.
노 대통령은 전 정부부터 계속 이어져 오던 이지스함 도입사업, 공중조기경보기 도입사업, 초음속 대함 미사일 최신기술 등 확보, KT-1 기본훈련기, T-50 고등훈련기 등 한국형 전투기 개발, 아시아 최대의 강습상륙함 ‘독도함’ 도입, K1A1, K2, k9등 육군 화력 증가. 병사들 월급 인상 등을 실현했다.
이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 때는 국방예산이 해마다 평균 8.8% 증가했고, 각종 무기와 장비를 도입하기 위한 전력 증강 예산인 방위력 개선비의 평균 증가율은 무려 11.7%에 달했다.
그에 비해 자칭 보수, 애국주의자인 이명박 대통령은 뭘 했나? 이지스함 추가 도입계획 백지화, 강습상륙함 추가 도입 백지화, 소해헬기 도입 무산, 공중급유기 도입 무산. 병사 월급 동결….. 노무현 정부 때 추진하던 군사계획마저도 확 감축했다.
그 덕에 MB 정부 5년 간 매년 국방 예산 증가는 평균 5.2%, 방위력 개선비의 평균 증가율은 5.8%에 그쳤다. 아래 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대부분 군사영역에서 전력화를 유보시켰음을 알 수 있다.
그 결과 노 대통령 재직 시절, 영토고 영해고 영공이고 NLL이고 간에, 북한에 의해 공격받거나 침범 받았다는 말을 들은 바가 없다.
그리고… 그 결과 이 대통령 시절에 우리는 초계함 한척과 소중한 병사들을 잃었다. 연평도는 포격당했고, 휴전선은 북한의 귀순자가 우리편 GOP 내무반 문을 두드릴 때 까지도 그의 접근을 알 수 없었을 정도로 뚫렸다.
물론 이 결과가 단순히 전투능력의 강화 때문이라 볼 수는 없다. 경제상황은 물론이고, 남북관계의 영향, 대미, 대중관계 역시 영향을 줬을 것이다. 어쨌든 차이는 분명하다. 노무현 때는 별 일 없었고, 이명박 때는 심심하면 공격 당했다. 군사력 증강이 중요하다는 보수의 논리를 따라가 볼 때, 명백하게 원인과 결과, 모두에서 노무현 정부가 훌륭한 안보를 이뤄냈다.
NLL이냐, 서해평화 수역이냐? 이건 부차적인 문제다. 지도 위에 선을 어떻게 그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논란의 여지 중 하나는 군대를 빼고 경찰을 돌게 하자는 거다. 하지만 이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 독도는 누가 지키고 있나? 군대가 아닌 경찰이 지키고 있다. 이게 무려 이승만 때부터 일이다. 그렇다고 이승만이 독도 포기했다고 말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피, 수고, 눈물, 그리고 땀’으로 영토를 지킨 사람은 누구인가? 그리고, 혓바닥으로만 영토를 지키고, 지도상에서 선이나 그으려 한건 누구인가?
영토는 혓바닥으로 지키는 게 아니다. 외교석상에서 한 말을 가지고 ‘포기발언’이네 ‘아니네’ 하며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전에, 누가 영토 수호의지를 ‘행동’에 옮겼는지, 한번 판단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