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조사 흔들기? 국민과 링에 오를 텐가

가자서 작성일 13.07.17 22: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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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조사 흔들기? 국민과 링에 오를 텐가   [오주르디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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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시간을 끈다. 비난 여론이 형성돼 더 이상 버티면 손실이 크겠다 싶으면 꼬리를 내리고 ‘약속대로 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말뿐이다. 동원할 수 있는 소재를 최대한 활용해 물타기를 시도한다.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야당의 발언에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며 정쟁을 부추긴다.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합의한 새누리당의 행태가 이렇다.

 

계속되는 물타기... 또 어떤 걸 들고 나올까?

 

어떻게든 국정조사를 무산시키려는 수작이다. 최근에는 청와대까지 야당 인사의 발언을 문제삼아 ‘막말 정국’을 조성해 국정조사 힘 빼기에 뛰어 들었다.

 

NLL 발췌록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불법 공개라는 초유의 사건을 일으키며 물타기를 시도하더니, 기대했던 수준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그간 가려져 있던 대형 의혹들을 하나씩 꺼내 국민의 관심을 다른 쪽으로 유도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

 

아시아나 착륙 사고를 뉴스의 메인에 과도하게 등장시키더니 이어서 국민 모두의 관심사인 4대강사업와 전두환 추징금 문제를 들고 나왔다. 자신들의 주도로 예산을 날치기하며 밀어붙였던 4대강 사업이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실토하는 등의 충격요법까지 동원했다.

 

어제(16일) 검찰이 전두환 일가를 압수수색했다. 언론들은 이 사실을 대서특필하며 마치 생중계하듯 보도했다. 전두환 미납 추징금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지대한 만큼 검찰의 이 같은 조치는 국정조사에 꽂힌 국민의 시선을 연희동으로 집중시키기 충분했다.

 

이런 식의 의도적인 의제 빼기와 섞기가 계속되며 국정원 국정조사 관련 뉴스는 ‘뒷방 늙은이’ 신세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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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불참, 반쪽 국정조사>

 

야당의 정권 비판은 당연한 일

 

야당이 대통령과 여당을 비판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야당 인사의 비난 발언을 문제 삼아 정쟁을 부추기는 소재로 활용한다. 홍익표 의원의 ‘귀태 발언’을 ‘국민이 뽑은 대통령에 대한 모욕’ ‘대선불복종의 완성’이라고 비난하며 야당의 사과 등을 요구했다. 이를 구실삼아 기다렸다는 듯이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해 시간을 끌었다.

 

이해찬 민주당 고문의 발언도 문제 삼았다. 이 고문이 “옛 중앙정보부를 누가 만들었나, 박정희가 누구이고 누구한테 죽었나”라며 “이제 국정원과 단절하고 공정한 나라를 만들어야 당신(박근혜)의 정통성이 유지 된다”고 말하자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들고 일어섰다. ‘막말’이라며 야당을 향해 집중포화를 날렸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일 잘하고 있는 대통령을 흡집내려 한다고 핏대를 세웠다. “민주당이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당신 운운하며 대선 무효 협박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 대통령도 가세해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의 언행은 나라의 국격”이라며 “잘못된 말로 국민통합과 화합을 저해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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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고문의 '당신 발언'이 막말? '막말 정국' 조성하는 청와대와 박 대통령>

 

대통령은 ‘막말 정국’, 새누리당은 ‘트집 정국’ 조성

 

대통령이 직접 나서 ‘막말 정국’을 조성한 것이다. 다소 표현이 거친 부분이 있다 손치자. 그렇다 해도 ‘귀태 발언’과 이 고문의 ‘당신 발언’이 정국을 흔들만한 논란거리는 못 된다. ‘귀태 발언’에서 거론된 만주국과 박정희의 관계는 역사적 사실이고, 홍 의원은 책의 내용을 인용했을 뿐이다. 

 

게다가 이 고문의 ‘당신 발언’을 국격의 손상과 결부시킨다는 건 엄청난 억지다. 이 정도의 비난에 저토록 민감하다니 옹졸하기 짝이 없다.

 

여당과 정권을 비판하는 게 야당의 책무이기도 하다. 야권 인사가 거친 표현을 써가며 여당과 대통령을 비난하는 일은 미국과 유럽국가에서도 흔한 일이다. 대통령이 나서 ‘국격’ 운운할 일이 전혀 아니었다.

 

박 대통령은 야당이 정권을 비난한 것을 두고 “국민통합과 화합을 저해하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궤변이다. 이러 식의 얘기가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박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해석하면 이렇다. ‘야당도 여당이 하는 대로 따라와야 한다.' 

 

국정조사장 들어서는 게 그렇게 두려운가

 

국정조사장에 들어서기가 그렇게도 싫은가 보다. 민주당 국조 특위위원인 김현·진선미 의원을 위원에서 빼지 않으면 국정조사에 임하지 않겠다고 몽니를 부린다. 구린 게 많다는 얘기다.

 

김현·진선미 의원에 대한 제척 요구는 어불성설이다. 비유하자면 이렇다. 어떤 수사관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열심히 수사를 해 피의자로 보이는 사람의 범행을 찾아낸다. 그러자 피의자는 자신의 혐의사실을 물타기하기 위해 수사관을 무고하게 고소했다. 그리고는 고소당한 사람에게 수사 받을 수 없으니 해당 수사관을 교체해 달라고 요구한다. 이 요구를 들어줘야 한단 말인가?

 

<글을 포스팅하고 난 직후 두 의원이 사퇴했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민주당, 참 허약하고 무능하네요. 두 의원이 사퇴한다고 국정조사 제대로 진행될까요? 조사범위, 증인채택 등 시간 끌 소재는 많습니다. 새누리당의 술책에 끌려다니기 바쁜 야당 수뇌부. 야당이 야성을 잃었습니다. 국민이 야당이 돼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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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국정조사가 무산되거나 결과 없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렇게 되면 새누리당은 쾌재를 부를 것이다. 축배를 들며 박 정권의 아킬레스건인 국정원 사건이 묻히게 된 것을 승리라고 말할 것이다.

 

새누리당와 청와대, 국민과 링에 오를 참인가

 

승리? 그렇지 않다. 설령 국정조사가 흐지부지된다 해도 청와대와 여당이 이긴 건 정치집단인 야당이지 국민을 이긴 건 아니다. 국민이 없는 링에서 얻은 승리는 승리가 아니다.

 

물타기와 트집잡기로 국정조사를 무력화 시키려는 시도를 국민이 눈감아 줄 리 없다.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국민의 분노만 커질 뿐이다.

 

국정조사를 무산시키려 하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에게 묻겠다. 야당을 밀쳤으니 이젠 직접 국민과 링에 올라 승부를 겨뤄볼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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