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주도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검증이 ‘사초 실종’ 국면으로 급변하고 새누리당이 검찰 수사를 압박하고 나선 22일 민주당은 비공개회의를 거듭했지만 마땅한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의 결론은 국가기록원이 국회 운영위원회에 이미 제출한 남북정상회담의 사전준비문서와 사후 이행문서를 단독으로라도 확인하겠다는 것 정도다.지난 6월24일 국가정보원의 대화록 무단공개로 시작된 ‘엔엘엘 정국’은 대선개입 국정조사를 막기 위한 국정원의 꼼수라는 비판 여론 속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엔엘엘 포기도 없었다는 쪽으로 정리되는 듯 했다. 하지만 같은달 30일 문재인 의원이 정계은퇴 카드를 꺼내며 국기기록원의 대화록 정본 검증을 요구하고, 김한길 대표·전병헌 원내대표·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 등 당 지도부가 당론 표결을 강행하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이들은 정상 간 대화록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과 정본 공개 뒤에도 정치적 논란을 종식시키기 어렵다는 안팎의 우려에 “무단공개의 불법성을 증명할 수 있다”는 논리로 새누리당과 대화록 검증에 합의했지만, 결과적으로 ‘제 발등을 찍는’ 정치적 악수가 됐다. 여야가 대통령기록관에서 대화록 정본을 찾지 못하면서 참여정부의 기록물 폐기 논란으로 쟁점이 옮겨갔고, 국정원의 선거개입 국정조사,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의 대화록 불법 입수 및 대선 활용 의혹 등은 희석됐다.결과적으로 참여정부의 기록물 이관이 이뤄질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문 의원 스스로 대화록의 이관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채 대화록 정본 공개를 주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참여정부 인사들 역시 ‘대화록 실종’이 기정사실화되자 뒤늦게 사실관계 확인에 나서면서 이들이 과연 정상회담 대화록 이관에 대한 실체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증폭됐다.게다가 민주당 지도부와 열람위원, 기록물 이관에 참여한 참여정부 청와대 관계자 사이에 정보 공유와 소통 부재에 따른 상황 대처 능력에도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열람위원과 당 지도부 사이의 소통이 원활치 못해 대응전략을 세우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홍영표 민주당 의원이 지난 2008년 검찰조사뒤 봉인된 이지원 사본에 무단으로 접근한 기록이 있었다는 폭로의 경우에도 현 지도부와의 교감보다는 일부 열람위원, 전 참여정부 관계자들과의 논의 끝에 공개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민주당 지도부는 일단 사전·사후 문서를 열람하고 마무리하자는 입장이지만, 대화록 실종의 책임 소재를 묻는 문제나 대화록 자체를 찾는 문제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대응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의 검찰수사 요구에 대해서는 논의만 진행할 뿐 이렇다할 대비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 일각에선 특별검사제로 대화록 실종의 진상을 밝히자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될 경우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사실상 기록물 이관에 대한 최고 책임자인 문재인 의원을 비롯한 참여정부 인사들이 소환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런 이유로 민주당에선 “특검 또한 수사의 범위만 다를 뿐 현재 난국을 해소할 방편이 아니다”라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하어영 기자 haha@hani.co.kr